나이 들수록 힘을 빼야 한다

중년은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할 때

by 마테호른


생의 절반을 보낸 나는

가야 할 길을 잃고

어두컴컴한 숲속을 헤맸다.

거칠고 황량한 그 숲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되살아난다.

___ 단테의 《신곡》 중에서




◆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


캐나다의 인기 경영 컨설턴트이자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의 저자인 스티브 도너휴는 20대 시절 사하라 사막을 40여 일 동안 여행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이때 낮에는 몹시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를 걷고, 밤에는 이가 맞부딪히는 극심한 추위를 겪는 인생의 양극단을 체험했다고 한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은 그때의 경험과 50여 년 동안 살면서 깨달은 점을 정리한 통찰의 기록이다.


그의 말 중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라는 것이다. 타이어의 공기를 빼면 그 표면이 넓어져 모래 늪에서 쉽게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삶 역시 때때로 모래 늪 같은 곳에 빠지곤 한다. 그때마다 대부분 사람은 무조건 가속페달만 밟은 채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그럴수록 모래 늪 깊숙이 빠진다는 걸 모른 채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막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만 유용한 방법이다.


사막에서는 그 방법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삶이 위기에 처했을 때나 정점에서 내려와 다른 길을 갈 때 역시 평상시와는 삶의 전략이 필요하다. 즉, 세상을 보는 자신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


스티브 도너휴는 예전에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더는 먹히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공기를 빼라고 말한다. 자신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겸허해지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신뢰받는 철학자인 우치다 타츠루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는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한편 무도와 철학을 위한 배움터를 열어 문무를 함께 단련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어깨에 힘을 조금 빼는 것만으로도 삶이 한결 유연해지고 자유로워진다”라고 말한다.


“지칠 때 솔직하게 “아, 너무 힘들다”라고 말하고 적절히 넘길 줄 아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태도입니다. 지친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아프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지겹다는 것은 활동적이라는 증명입니다. 그러나 ‘한 단계 위의 자신’에 도취해 있으면 몸과 마음이 비명을 지를 만큼 아파도 좀처럼 쉬지 못합니다. 지쳐서 멈춰 서기라도 하면 나약한 자신을 탓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몸에도, 정신에도, 가혹한 일입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__우치다 타츠루, 《힘만 조금 뺐을 뿐인데》 중에서


운동선수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 있다. “몸에서 힘 좀 빼라”라는 말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누구나 힘을 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힘 빼는 데 최소한 3년은 걸린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몸에 힘이 들어가는 이유는 욕심 때문이다. 힘을 주면 더 좋은 기록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힘을 줄수록 어깨와 근육이 경직되어 자기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운동이건 힘이 들어가면 결과가 좋지 않기 마련이다.



◆ 자신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겸허해져라


우리 인생에서도 힘 빼기는 매우 중요하다. 의욕이 앞선 나머지 경험만 믿고 함부로 덤볐다가는 망신만 당하기에 십상이다. 스티브 도너휴의 말마따나 자신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겸허해져야만 한다.


누구나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사람인 듯 쓸데없이 객기를 부린 경험이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젊을 때는 그것을 호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그런 일을 반복하면 ‘꼰대’ 소리 듣기에 십상이다.


평생을 떠돌이 노동자로 살며 독서와 사색만으로 독자적인 사상을 구축해 세계적인 사상가 반열에 오른 미국의 철학자 에릭 호퍼Eric Hoffer에 의하면 “끊임없이 행동하려는 성향은 내면의 불균형을 나타내는 징후”라고 한다. 즉, 내면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분주한 삶을 산다는 것이다. 그것이 욕심의 시작이자, 몸에서 힘을 빼지 못하는 이유다.


힘쓸 때와 힘을 뺄 때를 잘 알아야 한다. 말로는 ‘다 내려놓았다’라며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여전히 욕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만큼 힘 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이 들수록 몸에서 힘을 빼야 한다. 힘이 들어가면 삶이 경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생각과 사고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상황에 맞춰 잘 대처할 수 없다. 대부분 그것을 경험으로 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의외로 적지 않다. 경험이 부족해서 그것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고, 못난 자존심에 오기 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


물 흘러가듯 몸에서 힘을 빼고 살아야 한다. 세찬 물은 언젠가는 도랑에서 넘쳐흘러 다른 곳으로 새기 마련이다. 장애물이 있으면 돌아가고, 막혔으면 고였다가 다시 흘러야 한다. 그래야만 제 길을 올바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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