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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테호른 Oct 24. 2022

역사 속 리더들의 감춰진 얼굴

― 프롤로그 : 우리가 몰랐던 난세 영웅들의 또 다른 얼굴



‘역사’라는 이름으로 재구성된 영웅들의 삶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그 사람이 동시대가 아닌 역사 속 인물이라면 더욱더 어렵다. 그가 남긴 말과 행적, 즉 기록으로밖에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참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승자는 철저히 미화하고, 패자는 폄훼하고 왜곡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는 이유다. 


실례로, 중국사 최고의 명군으로 꼽히는 당 태종은 황제가 되기 위해 형제를 죽인 것은 물론 아버지인 고조 이연(李淵)을 유폐한 패륜아였다. 또한, 자기에게 유리한 것은 기록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철저히 숨기고, 삭제하는 등 역사서를 제멋대로 쓰고, 고치는 악습을 남긴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그의 치세를 ‘정관의 치(貞觀之治)’라고 부르고, 그가 남긴 책을 ‘제왕학(帝王學) 교과서’로 떠받들기까지 했다. 반면,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출생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과 희대의 폭군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철저히 깎아내렸다. 진나라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진시황을 깎아내리는 데는 그것만큼 좋은 이야깃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출생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과 희대의 폭군으로 알려져 있다. ⓒ 이미지 출처 - EBS 캡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수많은 이들의 삶이 역사라는 이름으로 재구성되며, 전달자의 가치관에 따라 미화되기도 하고 폄훼되어 수많은 사람에게 편견을 심어주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쓴 나관중(羅貫中)이다. 


알다시피, 나관중은 촉한(蜀漢)만이 한나라의 정통성을 이은 나라로 생각했다. 그 결과, 유비(劉備)와 제갈량(諸葛亮)을 비롯한 촉의 인물은 높이 평가하고 영웅으로 떠받든 반면, 다른 인물들은 철저히 왜곡하고 평가절하했다. 그 가장 큰 피해자는 조조(曹操)였고, 이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조조에 대한 편견을 지닌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그 때문에 조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삼국지연의》를 통해 조조를 평가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조조의 참모습을 제대로 살필 수 없기 때문이다.


《삼국지연의》를 쓴 나관중에 의해 철저히 왜곡되고 평가절하된 조조. ⓒ 이미지 출처 - 영화 <적벽대전>




역사는 ‘승자의 기록’… 승자는 미화, 패자는 철저히 폄훼

우리가 아는 역사 기록은 대부분 승자의 기록 내지는 전달자의 주관적인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흔히 말하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되기에 십상이다. 즉, 전체는 보지 못한 채 자기가 아는 것만을 가지고 그것이 진실인 양 고집하는 셈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삶의 변곡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삶의 중요한 순간, 어떻게 처신했느냐에 따라서 참모습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른바 삶의 세계관, 즉 ‘처세’다. 

알다시피, 처세란 ‘사람과 어울려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을 말한다. 그것을 풀어가는 수단과 방법을 ‘처세술’이라고 한다. 즉, 처세술은 사람과 세상의 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일이다. 그 때문에 처세술에 능한 사람일수록 출세가 빨랐고, 오랫동안 자리를 보전했다. 하지만 아무리 처세술이 뛰어나도 됨됨이가 좋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윗사람의 신뢰가 깊지 않을뿐더러 아랫사람의 존경 역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약삭빠른 처세로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비참한 최후를 맞은 이들의 삶이 그것을 증명한다.  


또한, 한 사람을 제대로 보려면 봉건주의 시대 유학자들의 편향된 관념이나 한 시대의 맹목적인 평가가 아닌 냉정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더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아닌 그들의 맨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뀌는 리더의 얼굴  

역사는 시대를 초월하여 훌륭한 리더와 그 자질에 대해 가감 없이 알려주는 교과서와도 같다. 어떤 리더가 훌륭하고, 무엇이 그를 빛나게 하는지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실패한 리더를 반면교사 삼아 이상적인 리더로 거듭나게 한다. 


주목할 점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필요로 하는 리더에 대한 평가 역시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때는 훌륭한 리더의 모범으로 불리던 사람이 다른 시대, 다른 상황에서는 현실 영합적인 ‘처세꾼’이 될 수도 있으며, 반대로 희대의 간신 취급을 받던 이가 영웅으로 거듭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달라진다. 


이른바 ‘난세(亂世)’로 불리던 중국 춘추전국시대부터 위(魏), 촉(蜀), 오(吳)로 대변되는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900여 년 동안 수많은 영웅이 등장했다. 그들 중에는 뛰어난 능력과 재주를 지녔는데도 출세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꼿꼿하게 산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리 뛰어나지 않은 능력과 재주를 뽐내며 끝까지 살아남은 이도 있다. 또한, 제 그릇의 크기를 모르고 지나친 욕심을 품어 결국 화를 부른 이 역시 적지 않다.  


수많은 이가 난세의 영웅이 되기 위해 하루가 멀다고 약육강식의 쟁탈전을 벌이던 때 그들은 각자의 처지에서 갖은 모략과 술수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들의 면모 역시 진실과는 크게 다를 수 있다. 과연, 그들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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