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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테호른 Oct 25. 2022

《삼국지》 최고의 ‘안면 바꾸기’ 달인

― 조조 | 我



천 가지 얼굴의 소유자


조조는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표정을 바꾸는 ‘안면 바꾸기’의 달인이었다. ⓒ 이미지 출처 - freepik


“치세의 능신난세의 간웅(治世之能臣 亂世之奸雄).”이라는 말이 있다. 태평성대에는 유능한 신하가 되겠지만난세에는 간사한 영웅이 될 것이다라는 뜻으로동한 말 인물평의 대가 허소(許昭)가 조조(曹操)를 두고 한 말이다전하는 바로는 조조는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그만큼 야망이 컸기 때문이다.


조조는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표정을 바꾸는 안면 바꾸기의 달인이었다. 화낼 때는 두 눈을 치켜뜨고 노려보고자애로워야 할 때는 그윽한 목소리로 다독여주며슬퍼해야 할 때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또한기뻐해야 할 때는 손뼉을 치며 깔깔 웃기도 했으며근엄해야 할 때는 조용히 입술 양쪽 가장자리를 내려뜨릴 만큼 영민하고 처세에 밝았다이런 그의 얼굴 바꾸기에는 일관성이 숨어 있다그것은 바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중원의 평화를 이룩하는 것에 둔 강렬한 자의식이다그 때문에 기회를 포착하면 누구보다 과감했고주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은 채 자신만의 길을 갔다.




중국사 최고의 용인술 대가


조조는 인재를 알아볼줄 알았고, 그들의 능력을 최고로 끌어낼 줄 알았다. ⓒ 이미지 출처 - 영화 <적벽대전>


많은 사람이 중국사에서 가장 뛰어난 용인술의 대가로 조조를 첫손에 꼽는다그만큼 조조는 인재를 알아볼줄 알았고그들의 능력을 최고로 끌어낼 줄 알았다.


조조가 인재를 등용할 때 내세운 가장 중요한 원칙은 유재시거(唯才是擧)’였다능력만 있으면 귀천이나 출신을 가리지 않았고자존심쯤은 버릴 줄 알았다실용주의적 인재관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조조의 리더십은 90여 명에 이르는 참모에 의해 더욱 빛을 발했다. 핵심 참모만 순유(荀攸), 순욱(荀彧), 가후(賈珝), 종요(鍾繇), 정욱(程昱), 곽가(郭嘉), 동소(董昭), 유엽(劉曄), 장제(蔣濟) 등 9명이었고, 화흠(華歆), 왕랑(王朗), 모개(毛玠), 양무(凉茂), 사마랑(司馬朗), 양습(梁習) 등이 2급 참모로 활동했다.


 그런 그들을 조조는 적재적소에 기용하고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독려했다또한자신과 다른 의견 역시 귀담아들으며뛰어난 계책을 내면 후한 상을 내리기도 했다나아가 이런 그의 용인술은 그들을 고무시켰고그를 믿고 따르게 하는 힘이 되었다. 그런데도 조조의 인재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었다. 남의 재물은 탐하지 않았지만, 눈에 들어온 인재는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을 정도였다.




배신자도 감동하게 한 처세술


4천여 명밖에 되지 않던 병력을 불과 몇 년 만에 수십 배 이상으로 만들 만큼 조조는 처세에도 매우 뛰어났다. ⓒ 이미지 출처 - KBS TV <삼국지> 캡처


조조는 처세에도 매우 뛰어났다. 4천여 명밖에 되지 않던 병력을 불과 몇 년 만에 수십 배 이상으로 만든 것이 그 방증이다. 그 비결은 실리(實利), 즉 당근과 채찍이었다.

예컨대, 그는 아무리 작은 공이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전투에서 승리하면 그 공을 모두에게 돌렸고, 장수부터 병졸에 이르기까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상을 주며 그 노고를 치하했다. 패전했을 때도 질책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며 장수들과 병사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다. 성공의 열매는 부하들에게 돌리고, 실패의 책임은 온전히 자신이 진 셈이다. 그러니 군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것이 당연했고, 너나 할 것 없이 그를 위해 목숨을 다해 싸웠다. 이를 두고 조조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의 실수를 탓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항상 나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처세의 기본이다.


이렇듯 조조는 항상 모범을 보이며한번 말한 것은 끝까지 책임지고자 했다이런 모습이 때로는 그를 통 크고 관대한 사람처럼 보이게 했지만, 이는 그의 수많은 모습 중 하나에 불과했다그만큼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었다.




지나친 자의식의 말로


누구보다도 자기애가 강했던 조조는 아무리 출중한 인재라도 믿을 수 없으면 즉시 제거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 이미지 출처 - KBS TV <삼국지> 캡처


조조는 의심이 많아서 다른 사람을 자주 시험하곤 했다또한독선적이고 경솔해서 성급하게 일을 처리했다그러다 보니 실수가 잦았다예컨대그는 지난날의 악연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라며 장남 조앙(曹昻)을 죽인 가후를 중용했는가 하면아무리 출중한 인재라도 믿을 수 없으면 즉시 제거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누구보다도 강한 자기애의 소유자였던 셈이다조조의 강렬한 자의식을 보여주는 말이 있다.


내가 세상 사람을 버릴지언정, 세상 사람이 나를 버리게 하지는 않겠다(寧敎我負天下人, 休敎天下人負我).


생각건대, 조조의 삶을 이보다 더 정확히 보여주는 말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조조를 천하의 둘도 없는 간사한 영웅즉 간웅으로 알고 있다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은 삼국지연의의 저자인 나관중 때문이다.


촉한(蜀漢)만이 한나라의 정통성을 이은 나라로 생각했던 나관중은 유비와 제갈량을 비롯한 촉의 인물은 높이 평가하고 영웅으로 떠받든 반면다른 인물들은 철저히 평가절하했다. 그 가장 큰 피해자는 조조였다수많은 인재가 유비가 아닌 조조 곁으로 모여든 것이 나관중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었다다행히 현대에 들어서 조조의 뛰어난 능력에 대한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현대 문학의 출발점이자 현대 사상의 거장으로 불리는 루쉰(魯迅)은 조조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비록 조조와 한패는 아니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를 매우 존경한다. 그만큼 그는 대단한 사람이며, 영웅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역시 여전히 만만치 않다그만큼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기에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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