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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몰라도 마음에 남는 사람들

by 마테호른

이름도 모르는 데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연락처도 없고, 다시 만날 약속도 없는 사람.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보통 사람을 이름으로 기억한다.

이름이 있어야 관계가 시작되고,

이름이 있어야 다시 부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가끔은 이름보다

먼저 느낌으로 남는 사람이 있다.

그날의 말투, 고개를 끄덕이던 방식,

말과 말 사이에 흐르던 짧은 침묵 등등...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그 장면만은 또렷하다.


그 사람과는 아주 짧은 시간을 함께했을지도 모른다.

커피 한 잔, 몇 마디 대화.

서로의 하루를 잠시 꺼내놓았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대화가 끝난 뒤 마음이 가벼워진다.


아마 그건 무언가를 얻어서가 아니라,

잠시라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름을 모른다는 건

어쩌면 관계의 부담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디에 속해야 할 필요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그 순간에 정직하면 된다.

그래서 그런 만남은 유독 솔직해진다.

꾸미지 않아도 되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삶에는 끝까지 이어지지 않아도 의미가 충분한 만남들이 있다.

다시 만나지 않아도 괜찮고,

기억 속에만 남아 있어도 괜찮은 사람들.


그들은 인생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어느 한 장면을 분명하게 밝혀준다.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의 얼굴도 조금씩 흐려질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날의 분위기나,

그 사람이 남긴 감정만은 오래 남는다.

“아,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고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이름을 몰라도 마음에 남는 사람이 있다는 건,

우리 삶이 아직 따뜻하다는 증거다.


우연히 만난 누군가와

잠시나마 서로의 하루를 존중할 수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 만남은 충분히 인연이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이름 없이 스쳐 갈 누군가가

당신의 하루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이 삶은 생각보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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