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by 김수빈


수년간 단절되었던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5년만인가..

우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듯
5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하게
어제 본 친구마냥 하하호호 떠들며
학창시절 추억을 떠올렸다.

친구와 나는 어떠한 특별한 계기가 있어 멀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나와 특정지어 트러블이 생기던 그 친구는
계속되는 싸움에 내게 신뢰를 잃은 듯 했고,
나 역시 계속되는 싸움에 지쳐 그 친구를 멀리 했다.
그렇게 우리는 멀어졌다.

서로의 폰번호도 없던 우리는
십여년 만에 열린 싸이월드 덕에
학창시절을 공유하며
한바탕 떠들어댔고
반가움과 함께
아무 근심 걱정없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향수를 오랜만에 느끼며
하루종일 카톡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친구와 싸운 일들,
그리고 멀어졌던 일들,
그리고 함께 집단을 이루었던 친구들이
모두 뿔뿔히 흩어지고 편이 갈라져 멀어진 것들을
살기 바빠, 신경쓰고 싶지 않아, 피곤하여
그저 묻어만 두었다가
친구의 연락에 문득 떠올리게 되었고,
나는 참 철없고 어리석었음을 느낀다.

당시 친구와의 싸움은
그저 불같은 성격을 지닌 친구의 문제라 생각했다.
그저 내게 자격지심을 가진 친구의 문제라 치부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돌아보니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나 역시 너무나 미성숙했음을.
나의 언행에 상처받았을 친구를 생각하니
친구를 탓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여지껏 그렇게 믿고 지내왔던 것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나의 삶을 지나쳐간
지금은 연락조차 하지 않는 친구들을 생각하면
내가 너무나 미성숙하여
그들을 색안경을 끼고서,
나의 색대로만 이해했구나
나의 프레임에 씌워 그들을 바라봐왔구나.
깨달았다.

이유도 모른채 손절 당하고
상처받았을 그 친구들에게
네 잘못이 아님을,
그저 내가 미숙했음을,
말해주고 싶지만
이 역시 내 마음 편하고자
연락하려는 이기심일 수 있겠지 싶어
쉬이 연락을 할 수도 없다.

타인의 감정을 조금씩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나의 과오를 조금씩 돌아보기 시작한다.
나 역시 나의 아픔으로 인해,
나를 방어하기 위해
색안경을 끼고서
세상에 내가 느끼는 그 색으로 색을 입혀 버린 것이 아닐까.
타인에게 나의 상처와 같은 색을 씌우고
그들을 온전하게 바라보지 못한건 아닐까.

물론 상대방에게도 문제가 있었을 수 있지만
왜 그것조차 포용하지 못했나.
지금은 그들이 왜 그러했으며,
왜 그러한 언행을 할 수 밖에 없었을지,
그들은 그들대로의 아픔과 고통이 있었기에
그렇게 발현되었을 것임을
이해하고나니 그것을 품지 못했던 내가
어렸음을, 미숙했음을, 철이 없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다 맞는 줄 알았다.
내가 보는 세상이 다인 줄 알았고
내가 보는 타인의 모습이 다 라고 생각했다.
수년을, 십수년을 함께한 친구임에도
그들의 단면만 보고는 그것에 프레임을 씌워버렸다.

참 어리석었다.


이제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발현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아픔이.
그렇게밖에 바라보지 못했던 나의 아픔이.

친구와의 단절과, 재결합을 통해
색안경을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은
이 또한 경험이었고
내게 깨달음을 남겼으니
5년의 공백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상담공부를 통해 조금씩 시야가 넓어져가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색안경을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냥
그대들에게 미안했노라
전하고 싶지만
이 또한 나의 이기심이기에
이 새벽, 혼자 조용히 곱씹어 본다.

keyword
이전 08화타인을 괴롭히는건 재미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