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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섭 Nov 09. 2019

흔들리는 마음에 돌담을 쌓아올려 자기를 지키는 일

김유경-전남 여수삼일중-blog.naver.com/9carpediem

순천에서 독서모임을 할 때, 나는 모임 사람들이 다 알 정도로 자기계발서 류를 굉장히 싫어했다. 하지만 나와 달리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독서에 흥미를 갖게 된 사람도 있었다. 다른 취향을 존중하는 독서모임 덕분에 난 자기계발서도 읽게 되었고 자기계발서에 대한 반감도 조금 줄어들었다.

베스트셀러에는 시대의 욕구가 반영된다는데 돌이켜 보면 내가 20대, 30대 초반이었을 때 나왔던 자기계발서의 흐름이 그 때 나의 욕구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최근 몇 년 사이의 자기계발서에는 소확행이나 ‘나’ 를 찾으려는 욕구가 반영되어 있어서인지 요즘의 나에겐 반감 없이 잘 읽힌다.     

요새 블로그에서 다른 이들의 글을 읽는 것에 빠져 신미경 작가님의 블로그를 우연히 방문했다가 저자의 가치관이나 생활습관이 내가 요즘 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지난 겨울에 책을 냈다는 걸 알고 바로 도서관으로 고!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신미경. 뜻밖. 2018.)     


어쩜 책 제목부터 나의 요즘 욕구를 그대로 대변한다. 나도 요새 부쩍 이런 생각을 하거든...

그럴 때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고, 하루하루가 밤하늘에 터지는 폭죽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때. 그래서 종종거리며 살았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이 내 뜻대로 되었으면 했고,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었으면 했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기를, 하는 오만한 생각을 하며, 그게 안 되면 화를 냈고 화가 났다.

물론 이런 마음을 모두 다 비워낸 건 아니다. 지금도 난 내 삶이 나의 제어 아래 있길 바라고 내가 생각한 궤도에서 벗어나면 여전히 종종거린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조금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지금은 불행 같아도 나중엔 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장 놀라운 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거의 사라졌다. 정말이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더 집중하게 된 것 같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이유는 모르겠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나와 이제 30대 후반인 나는 생의 목표도, 생의 속도도, 확연히 달라진 느낌인데 나이가 주는 차이도 클 거라고 본다. 그리고 나 말고도 책임질 존재가 생겼다는 것, 이것도 이유가 되겠지.     



이 저자가 말하는, ‘뿌리가 튼튼해지는 방법’은 일상 속에서 좋은 루틴을 꾸준히 지속해 나가는 거다. 내가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나도 이렇게 하고 싶은데 지금의 나는 육아라는 변수 때문에 꾸준한 루틴을 갖기가 조금 어려운 상황이라 그런 것 같다. 사람이 항상 내게 없는 것, 어려운 것을 소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둥구리 낳고 내가 가장 깊이 곱씹으며 읽었던 책이 이런 책이었던 것처럼.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마음의숲. 2016.)

온전히 나답게(한수희. 인디고. 2016.)     


저 두 책이 육아를 하며 도무지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이라곤 찾을 수 없는 현실 속에 사는 나의 욕구를 일깨워 주었지...

이 책도 실은 저 두 책과 비슷한 선에 있다. 나답게 살아가는 힘은 좋은 습관을 일상에 들이는 일에서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다. 그리고 만족하는 태도. 이것도 정말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이 책은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책이다. 

결국 저자는 잘, 나이 먹기 위해서 지금을 잘 살아내고 제대로 먹으려고 애쓰고 매일매일을 건강하게 보낸다. 이 사람이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어릴 때부터 이런 사람이었다면 읽으면서 남의 얘기 같았을 듯. 물론 나와는 달리 엄청난 절제력을 가진 사람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도 무언가 작지만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아침에 1시간씩 일찍 일어나 무엇이든 하는 것인데, 내가 원하는 무엇에는 책 읽기, 홈트가 해당된다. 저녁엔 둥구리를 재워야 해서 일어나는 시간을 조금 당겨볼까 했는데 쉽지 않다 ㅋㅋㅋ 골반 스트레칭을 지금까지 4-5번 정도 한 것 같다. 꾸준히는 아니고 띄엄띄엄. 대체로 더 자거나, 간밤에 못한 휴대폰을 하는 데에 이 소중한 아침 시간을 써 먹었다;;

그래도 꾸준히 해 보려고 한다.

나도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비하고 싶거든.

그리고 이젠 인생이 큰 이벤트가 아니라 소박하고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채워지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소박하고 사소한 것들을 통해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좀 더 튼튼하길 바라.     

일상의 좋은 루틴을 쌓아가는 건

흔들리는 마음에 돌담을 쌓아올려

자기를 지키는 일.     

불행하게만 느껴지는 삶을 당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 있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신미경. 뜻밖. 201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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