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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주연 Feb 09. 2020

영어 1도 못하는 영국 맘


해마 영어 마스터를 계획하며 신간 영어책을 사 모았고 온라인 듣기를 구독하며 영어 좀 해보자고 새해마다 다짐했었다. 결혼 전까지는 외국계 대행사를 다니며 브랜드광고하는 일을 했고, 지금은 4년째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29개월 아이의 엄마다


이 정도의 시간과 노력면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하지만 난 아직도
 영어 1도 못하는 영국맘이다



영국 살아요! 하면 다들 영어 잘하겠네요? 하는 질문들이다. 난 그냥 웃어 버린다. 영어를 한다는 사람도 영어 잘 못해요!라고 말하니 영어 1도 못하는 나는 말하기도 민망했다. 내가 영국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건 한 국말 보다 영어가 쉽다는 남편 덕분에 해외살이가 남들보다는 조금 쉬웠고 일상생활은 물론 병원 예약에 집 계약까지 해결해 주었기 때문에 불편함을 못 느꼈는지 모른다. 남편은 회사일에 집안일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늘 불만이다


여성 상위 시대를 외치던 커리우먼이었는데 어느새 남편 없이 아이를 병원도 못 데리고 가는 엄마가 되었다.         (*광고회사 다닐 때 담당 했던 제품광고)


 나는 늦은 엄마다




영국은 유모차를 끄는 엄마에게만큼은 관대했는데도 나에겐 어려운 외출이었다. 아이가 20개월 되던 무렵 도서관이 첫 외출이었다. 갖난 아이를 데리고 엄마들을 보고 놀랐다. 저렇게 어린데 데리고 다닐까 싶었고 지나친 교육열 아닌가도 생각했었다. 그곳은 엄마들의 만남의 장소였고 아이들의 놀이터 같은 곳이었다. 육아정보도 나누고 스토리도 듣고 수다도 떨 수 있는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은 곳이었다.


도대체 난 지금까지 뭐 했나? 하는 자책감이 들었고 이후부터 도서관을 놀이터처럼 다니기 시작하며 동네 교회에서 운영하는 플레이 그룹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엄마의 늦은 외출이 시작되었다.



외출에 자신감이 붙었고 영어 못하더라도 문밖을 나서야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이 엄마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글의 시작도 나에겐 어려웠고 나의 이야기의 시작도, 다 어려웠다. 시작도 하지 못한 채 포기해버린 아이와의 외출, 남편 없이는 어디도 나서지 못하고 지레 주저앉은 엄마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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