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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주연 Mar 11. 2020

영국 엄마의 ABC송

영어 1도 못하는 영국 맘_영국 영어 놀이터에서 배우다


세상 모든 엄마들의 고민, 오늘 뭐 먹을까? 오늘 뭐 하지? 어디 나가 볼까? 비오니 그냥 있을까? 그럼, 집에서는 뭐하지? 인스타에 소개된 놀이 나도 한번 해볼까? 싶다가도 아이의 흥미를 끌어 보려고 시도하다가 그만둔다. 1시간 채 놀이를 이끌어 가지 못하고 아이에게 장난감 하나 던져주고 놀아! 한다. 심심했는지 나가자고 조르는 아이를 데리고 에이 모르겠다. 놀이터나 가자! 하며 집을 나선다.


놀이터 시간은 집 보다 빠르다.


놀이터 다녀온 날이면 낮잠도 자고 엄마 자유 시간도 생기니 별일 없는 날이면 놀이터행이다.


놀이터에서도 적극적으로 놀아주기보다 유모차에서 아이를 내리며 가서 놀아! 하며 앉을 곳을 찾아 털썩 앉아 버린다. 아이 손에 이끌려 미끄럼틀, 시소 올려주는 정도가 놀아주는 것이 전부였다. 자유롭게 키워야지 말하며 혼자 놀게 방치해 버린다.


놀이터에서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인 줄 알았다
엄마를 찾지 않는 기특한 녀석이라 생각했다
놀이터를 좋아하는 아이인 줄 알았다.
혼자 달리기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모래놀이다. 추운 겨울이라 몇 번 말려도 소용이 없다. 추운지 모르고 젖은 모래를 만지는 아이를 포기한 채 바라만 보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렸다. ABCD EFG HIJK LMN~알파벳 배울 때 불렀던 노래다. 몇 번을 ABCDEFG를 반복해서 부르길래 누구지 싶어 고개를 돌렸다. 아이의 엄마가 그네를 밀며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세상에 알파벳 노래가 이렇게 달콤했어?


살랑살랑 귓가에 맴도는 바람처럼 어찌나 감미로웠던지. 그녀의 행동에 시선이 갔다. 그러던 중 모래 놀이하는 우리 곁으로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오더니 철퍼덕 모래에 앉아 아이와 같이 모래를 만지는 것이다.


그들의 놀이가 재밌어 보였는지 아이가 그녀의 곁에 바싹 붙어 앉아 놀이에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아이에게 같이 놀자며 손짓을 했다. 누군가의 관심에 신이 났는지 아이가 그녀를 보며 살인 미소를 던진다. 그녀가 Oh~Lovely~ 한다. 내가 듣고 있어도 세상 달콤한 러블리였다.


어느새 모래판은 그림으로 가득 채웠고, 아이들은 페파 피그 만화에서 본 장면처럼 모래 위에 드러누워 깔깔거렸다. 그녀는 야단은커녕 아이들 놀이에 관심을 보이며 덩달아 웃는 거다. 아이들 작은 행동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Wow! Good


Well done!


Okay!


 Yeah~ Very good


아이에게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고, 칭찬을 아끼지 말고 격려해 줘야 한다는 육아 서적의 글들이 막 떠올랐다. 아이들의 작은 행동에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니? 듣는 것조차 무척 낯선 표현들이었다. 고작 잘했어! 또 해봐! 그게 전부였으니 말이다.



아이는 그녀와의 놀이에 신이 났고, 나 역시 그녀 말을 엿듣는 재미가 생겼다. 이번엔 미끄럼틀이다.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그녀는 아이에게 Darling Wait Wait 말하자! 계단을 오르지 않고 어린아이에게 먼저 올라가라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계단을 오르던 아이가 뒤를 돌며 thank you라고 한다. 헉! 내가 가르쳐 주지도 않는 말이고 그것도 영어로 답을 하다니? 우리 아이 맞나 싶었다. 그리고 그녀의 아이가 계단을 오르자 그녀가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건다.


Q. Your son is strong and healthy!

A. Yes, Thank you...


난 그녀의 질문에 짧게 답을 하고 말을 이어 여러 가지 질문하고 싶었다. 어떻게 아이와 그렇게 잘 놀아요?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는 말도 해 주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 둘은 어색한 침묵으로 아이들만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대화를 이어 갔더라면 그녀와 깊이 얘기 나눴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미끄럼틀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아이에게 Darling~  Well done, Well done!
 아이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Good boy!


아이가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라 방방 뛴다. 그들은 집으로 간다며 인사를 했고 그들을 따라나서며 칭얼대기 시작했다. 그녀는 떠난 후 아이는 한참을 그녀를 찾으며 울었고, 아이만큼이나 나도 그녀를 그냥 보낸 것이 아쉬웠다.


그날 밤, 그녀의 노랫소리와 그녀의 말들이 계속 생각이 났다. 놀이터를 데리고만 갔지 같이 잘 놀아주었던가? 트램펄린을 뛰고, 통나무 다리를 건널 때 칭찬을 해 주었던가? 무조건적인 칭찬은 금물이겠지만 칭찬에 아이도 분명 달랐을 텐데... 속상한 마음에 잠을 설쳤다.




영국 엄마와 아빠들은 참 다정하여라~~


놀이터에서 그녀를 다시 볼 수 없었지만 그 이후부터 영국 엄마들이 아이들과 어떻게 노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녀만 스위트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이 사람들 놀이터에 작정하고 나왔나? 싶을 정도로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지켜보는 부모들도 시선은 늘 아이를 따라가며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나에게 Honey, Darling은 영화 속 연인을 부르던 말이었고, Well done 스테이크 주문 시 쓰던 말이었고, Gentle 영국 신사들을 젠틀하다는 말할 뿐


나 역시 이런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터라 그냥 지나칠 때도 많았지만 최대한 사용하려고 보려고 했고, 칭찬을 하면 아이가 좋아하는 걸 알게 되었다


그네가 무서워서 타지 않던 아이를 오늘 작정하고 앉혀 보았다. 무섭다고 내린단다. 그녀의 알파벳 노래가 생각이 났다. 처음엔 관심 없어하더니 노래가 끝나자 또다시 불러 달란다. 아이도 함께 흥얼흥얼! 거린다. 그렇게 그네에 앉게 되었다.


알파벳을 읖조리는 아이
영국 놀이터 마주 보는 그네

무엇보다 놀이터에서 엄마들의 칭찬의도적으로 따라 하기 시작하자 외국 아이들이 함께 놀자고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놀이터에서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한국어로 말을 했을 때와 짧은 칭찬이라도 영어로 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놀이터에 오는 모든 아이들은 놀려고 오는 것이니 아이의 눈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다들 한다는 엄마표 영어를 해줄 수 없지만 이제 놀이터에서 만큼은 스위트 한 ABC 할 수 있다.

세상 스위트했던 그녀의 노랫소리처럼 아이와 마주한 그네에서 ABC 알파벳 노래에 이어 유어 마이 선샤인( You are My Sunshine)을 불러 주었다.


영국 엄마에게 배운 노래가 아닌 너를 위한 엄마의 노래가 너에게만큼은 세상 스위트한 노래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My Darling~~



You are My Sunshine

https://youtu.be/921IZ-tEo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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