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영 Nov 07. 2023

조현병, 대학에 가다

조현병을 안고 살아가다

2023년 여름, 나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약 때문에 하루 18시간을 자며 폭식을 경험하고 있는데 말이다. 약을 많이 먹으면 속이 쓰리다. 약을 많이 먹고 난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100kg로 살아가는 건 여전히 나에게 좌절감을 주고 있다. 68kg였던 과거를 아직 잊지 못하고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다들 살면서 한 번씩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나인데 나를 못 받아들이는 경험.

난중에 뜻밖의 좋은 소식이 들렸다. 수시 모집에 합격통보를 받고 만 것이었다. 앞뒤 재지 않고 합격이란 소식이 얼마나 좋던지. 나 자신에게 실망만 하고 있던 2023년이었는데 합격이란 소식 하나로 이렇게 기쁠 수가 있는 것인지 싶었다. 물론 정말 감사하게도 합격 통지를 주신 이 대학에 갈지 아니면 경제적 여건 상 갈 수 없을지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다 모험을 하고 사는 걸까? 심신 미약으로 퇴사를 하고 다시 입사를 하려고 보니, 나의 위치가(전문대졸) 4년제 졸업에 비해 너무나 약해 보였다. 그래서 다시 대학을 들어가자 싶었다. 그러자니 4년을 다시 돈 없는 시간으로 보내야 한단 사실이 나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커리어를 향상하는 것엔 그만큼 노력이 따랐다. 남들은 다 잘만 대학 다니고 직장 얻고 하던데 나만 이렇게 고군분투 중인가 싶다.

또 나의 떨어진 학업 수학 능력도 걱정되었다. 뇌는 나날이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갓 20살, 뽀송뽀송한 아이들 사이에서 경쟁 아닌 경쟁(?)을 해야 한단 사실이 걱정이다. 하하. 그래도 같은 대학교에서 무려 과탑을 한 친구가 있으니 걱정이 덜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친구 좋다는 것이 뭔가. 경험을 공유하고 수다도 떨고 당장 닥친 불운에 웃음으로 대처할 수 도 있으니 일면 괜찮아지기도 했다.

이제는 내가 정신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평균 이하의 아웃풋을 낸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그것이 참 쉽지 않다. 도피성 잠이 전부인 것 마냥 잠만 늑신 자고 있다. 이래서 언제 대학 가고 언제 취업할는지. 악순환이다. 그래도 나아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서, 그래도 나는 나라서 나 자신을 안쓰럽게나마 보고 있다.

이전 01화 저는 조현병 환자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