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나는 늘 넘치게 골똘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자꾸만 해명하려는 것도 켕기는 게 많아서일까. 공감받지 못하면 확신을 못한다. 병들어있다. 왜 이제 와서 건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까. 불온한 짓거리는 다 해놓고 염치도 없지. 지금 나는 외국에 나가도 서른이다. 결국 나도 별 수 없는 아저씨였던 거다. 삶에 대한 미련으로 똘똘 뭉친. 이렇게 태도라도 솔직하면 좀 덜 지질해지려나.
그동안 자고 먹고 씻는 것도 뒤로 하고 뭐가 그렇게 가지고 싶었을까. 팬시하게 살고 싶었다. 학생 때는 헤로인시크의 마른 몸이 유행했었고 린지로핸이나 피트도허티처럼 멋지게 망가진 사람들을 추앙했다. 에디슬리먼 그놈이 아주 고약한 놈이다. 그들은 허약한 내가 변명하기 좋은 구실을 줬다. 바람직한 성취는 거세당한 채로 외면했다. 순간뿐이라도 내세울 수 있는 추억과 이미지. 그것들만 가질 수 있으면 된다고 믿었다. 그러다 여기까지 왔고 정말 한계다.
지속불가능한 그런 건 처음부터 프롤레타리아 계층의 내가 꿈꾸면 안 되는 것들이었어. 포기다. 다 걷어내니 건강이 대빵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해. 깨달음은 언제나 늦다. 참 재수도 없지. 얘는 항상 지각이란 말이지. 깨닫는다는 말을 지금보다 진심으로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이조차 혹여 과시적이라고 오버쉐어링이라고, 신분상승욕구의 또 다른 해갈이라고 힐난받는대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추구하는 신조는 큰소리칠만하다.
결론적으로 요즘 운동을 시작했다. 오늘도 유산소 중이다. 제대로 한 지 한두 달 된 거 같은데. 갈 때마다 너무 가기 싫어서 주절주절 나를 설득해 본다. 아직 매일 다짐하고 매번 각오해야 겨우 한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려면 우린 혈액순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