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이 아닌 길

by 때때로

지름길을 좋아한다. 목적지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

남편과 야생화를 보기 위해 공원을 갈 때는, 야생화 단지로 바로 연결되는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이번에는 남편 없이 내가 운전을 해야 했다. 오랫동안 운전을 했는데도, 운전할 때마다 긴장이 된다. 지름길을 포기하고, 입구 쪽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하더라.

낯선 곳에 차를 세우니, 갈 길이 막막해진다. 우선 벚꽃이 피어있는 길을 따라 왼쪽으로 가보자.

처음 가보는 길이었는데, 벚꽃을 따라 조금 걸으니, 어느새 습지로 연결됐다.

갑자기 뭐지, 낯선 시공간으로 들어온 듯한 이 기분은.

분명 한국인데, 도시 내 공원인데, 한국도 도시도 아닌 것 같다.

큰 물줄기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풀. 날아다니거나 날 준비를 하거나,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새들.

참 고요하다.


가마우지 네 마리가 나란히 서 있는데 덩치가 큰 한 마리는 날개를 활짝 펼쳐서 빛과 바람으로 몸을 말리고 있고, 나머지 세 마리는 물 건너편을 응시하고 있다. 물고기 사냥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나보다.

물을 둘러싼 나무들은 이제 막 연둣빛의 여린 잎을 내며, 바람과 함께 흔들리며 빛난다.

내가 좋아하는 여리디 연한, 눈부신 연둣빛이다.

이어지는 길들을 걸으며, 감탄하다 보니 야생화 밭에 다다랐다.

야생화가 있는 곳까지 가는 길이 더 좋았던 산책.

지름길이 아닌 길을 천천히 걸으며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들이 퍽 마음에 들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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