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관한 짧은 이야기

이 설렘은 미리 풍겨온 주말의 냄새가 아니라 금요일의 맛이다

by strangecowcow

금요일엔 출근길 지하철이 평소보다 한산하다. (쉬는 사람이 많은 걸까, 지각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 목요일까진 없었던 공간에 들어선 것은 설렘이다. 열차도 설렘에 반응을 하는 건지 평소보다 조금 더 경쾌하게 움직인다. 같은 시간에 나서도 금요일엔 조금 더 여유 있게 도착한다. 신기한 일이다.


이 설렘은 어디에서 온 걸까. 물론 성분표엔 주말에 대한 기대감도 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우리가 주말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주말만 오매불망 기다리며 사는 건 아니니깐. 그렇게 말하는 건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우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을 하고, 월급날이 아니더라도 동료에게 농담을 건네고 낯선 이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잡아준다. 우린 삶을 편식하지 않는다. 이 설렘은 미리 풍겨온 주말의 냄새가 아니라 금요일의 맛이다.


어느새 내려야 할 역, 눈을 감고 금요일적인 도시의 소리를 듣는다. 일상의 선율이 단조에서 장조로 변하는 순간의 상승감은 금요일만의 고유한 특성이다. 단조라고 해서 아름다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게 만드는 건 언제나 이 같은 전환의 순간이다. 다 같이 발을 구르는 리드미컬한 소리를 들으며 월요일과 일요일 사이에 난 시공간의 빈틈을 향해 간다. 저기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곳이 금요일이다.


09 금요일.jpg



-일러스트레이티드 에세이 <때려치지 않는 사소한 이유>는 매주 월, 수, 금 연재됩니다.

-ⓒ 2026. strangecowcow all rights reserved. 본 콘텐츠의 무단 전재, 배포 및 AI 학습 이용을 금합니다.

-contact : lsw120227@gmail.com / https://strangecowcow.com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8화회의에 관한 짧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