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갓 구운 빵

by 단팥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삶은 아마도 '행복과 불행의 교차를 평생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다.

우리가 아이였을 때를 떠올려 본다. 아이는 아주 작은 것에 기뻐하거나 슬퍼다. 모가 재미있게 놀아주거나 사탕을 줄 때 아이는 '행복해'라는 말을 했고 반대로 잘못을 해서 혼이 나거나 자신의 요구가 쉽게 수용되지 않을 때 '불행해'라 표현했다.


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지속된다. 겪는 일의 크기와 규모만 다를 뿐이지 어른도 그러하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 친구 그리고 일터에서 좋은 일을 경험하면 행복을 느끼고 반대로 그렇지 못한 일이 생겨나면 좌절하고 괴로워한다. 사람이기에, 기본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도록 우리는 태어났다. 그래서 기쁘면 몸의 온 세포들이 반응을 한다.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입이 벌어지고 눈이 온화한 반달처럼 아래로 처지 더 나아가선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얼굴을 비비는 등의 행동도 나온다.


하지만 슬프고 괴로울 땐 어떤가. 눈물을 흘리고 고개를 떨구며 짜증을 내거나 심한 경우 분노를 표출한다. 인간은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다. 기쁘고 슬픈 것 중 슬픈 것에 더욱 강하게 반응하도록. 그걸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연약하게 만들어진 존재니까 아프면 빨리 고치고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인간이 부정적인 자극에 더 명확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매년 한 해를 보내며 12월이 되면 올해 내가 겪었던 행복과 불행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하다. 행복했던 순간들도 분명 있었을 것인데 현재 내가 닥친 불행과 고민만 떠오른다. 분명 지금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데, 여전히 직장을 다니며 내 곁에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데도 그다지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행복은 그런 면에서 빵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았다. 밥을 잔뜩 먹고 배가 부른 상태에서 누군가 맛있는 빵을 하나 주는데, 당장 내 손에 있는 이 빵이 그다지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중에 배가 고파졌을 때야 손에 들고 있던 빵을 떠올린다. 그 빵을 지금 먹었다면 엄청 맛있게 먹었을 텐데 하며.


행복은 나의 상황과 현실에 어떠한 일이 더 해졌을 때 내가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느낌이다.

만일 내가 올해 아주 심각한 병을 앓았다거나, 생계가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가 지금 같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현재의 삶이 너무나도 행복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재 내가 누리는 작은 행복이 크게 와 닿지 않을 때 나는 생각한다. 근한 행복함에 젖어 린 내가 무뎌질 대로 무뎌져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갓 구운 빵에서는 모락모락 김이나고 향긋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하지만 구운 지 오래되거나 며칠 두고 나면 그 빵은 매력을 잃어버린다. 탁 위에 방치한 오래된 빵이 되는 것이다. 배가 불러 그 빵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면 제아무리 대단한 빵이었다 하더라도 이제 소용이 없다.


그러니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이 행복을 허겁지겁 마음껏 먹어버렸으면 한다. 지금의 행복으로 배를 채우자. 올해가 다 가기 전에, 갓 구운 행복의 냄새가 사라져 버리기 전에.





사진/ 영화 '카모메 식당'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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