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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Feb 08. 2022

유효기간

3. 위로의 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동수는 하루하루가 신이 났고 흥겨웠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일 년이 지나 2년이 지났어도 카드를 찾는 이는 없었다. 남의 카드를 쓰기 시작한 첫 몇 달간은 동수도 내내 마음을 졸이며 살았다. 혹시나 자취방 앞에 누군가 찾아오진 않을지, 학교로 경찰이 오는 건 아닌가 하는 떨림과 초조함이 있었지만 괜찮았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노력과 상관없이 주어지는 것. '누리다'라는 단어가 지닌 의미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1년이 지나도 자신에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동수는 마음을 마냥 푹 놓게 되었다.


'그래. 어느 엄청난 부자가 카드를 잃어버리는지도 모르고 사는가 봐. 내가 한 달에 거의 100만 원이 가까운 돈을 쓰는데도 아무도 모르잖아. 하늘이 나를 도와주고 있는 게 분명해. 부모한테도 버려진 나를 불쌍히 여겨주고 이런 행운을 준 게 분명해.‘


그리하여 동수는 나머지 3년의 대학 생활도 모두 카드 한 장으로 해결했다. 젤라와의 짬뽕 두 그릇 값인 만 얼마로 시작한 금액은 점점 그 부피를 키워나갔다. 그는 학기가 새로 시작하마치 작디작은 카드 한 장이 자신의 커다란 방패라도 되는 양 매우 위풍 당당히 가슴에 품고 학교로 향했다.

그렇게 또 해가 바뀌어 그는 당연하다는 듯 등록금을 모두 카드로 냈고 젤라와는 어느덧 2년째 연애 중이었다. 빗방울이 눈물처럼 똑똑 떨어지던 어느 날 밤 그는 젤라에게 고백을 했다. 자신의 아픈 가정사와 행운과도 같던 멀고 먼 친척의 도움을 아주 그럴듯하고 절묘하게 버무려 진심의 눈물을 보태어. 따스한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젤라는 동수를 진심으로 아파하며 안아주었다.


행복과 안도와 약간의 죄책감이 그의 가슴에서 잔잔한 춤을 추었다. 그날 밤 졸업하고 취직하면 되도록 빨리 결혼하자 약속도 했다. 동수는 군대는 가지 않았다. 10년이 넘도록 시설 생활을 했던 것의 장점이 단 한 가지가 자신에게 존재하긴 했던 것이다.


타인의 카드로 사기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이 하나의 죄책감으로 동수에게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동수는 열심히 살았다. 매달 편의점에서 버는 돈은 모두 저축해 보증금을 마련하여 경기도 인근의 공공전세를 얻었고 학점도 좋아 취업도 졸업 전에 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교수들은 혼자 심으로 씩씩하게 잘 살아가는 동수를 칭찬했다.


동수는 가끔 자신을 시기하는 이들에겐 자신의 사연을 팔았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돌봐주시는 아주 먼 친척 고모가 있다는 그럴듯한 거짓말은 자신을 매우 성실하고 반듯하지만 매우  아픈 사연을 가진 친구로 기억시키기 안성맞춤이었다. 누가 자신을 나무랄 수 있을까? 이렇게나 열심히 사는 자신을. 자신의 삶이 만족감으로 조금씩 물들어갈 때마다 동수는 카드를 꺼내어 보며 그 뒤에 가려진 자신만이 아는 진실을 묻어버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동수의 발가락, 손가락 끝에서부터 저려오는 다급함을 그는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그날은 다가오고 있었다. 방패와도 같던 카드의 유효기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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