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꾸미고 나도 꾸미고, 남들처럼 하고 싶어

그런데 통장은 안녕하신지.

by 단팥



하나. 살림살이는 나아졌습니까?


홈 카페, 브이로그에 올라오는 피드를 보면 어쩌면 저렇게 예쁘게 하고 살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피드 속 주인공은 아침에 새하얀 침실에서 일어나 동그란 탁자에서 민트색 토스터기로 빵을 굽고, 버터와 딸기, 생크림으로 예쁘게 장식한 뒤 커피를 내려 하얀 머그잔에 담는다. 선이 고운 커트러리를 무심하게 올려놓은 테이블 건너엔 이 탐스러운 고양이도 한 마리 보인다.

예쁘게 사는 것은 기본이고 환경을 위하며 유기농 먹거리를 신경 쓴다는 그들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피드를 선보인다. 그냥 사용해도 되는 포장을 뜯어 마찬가지로 포장을 뜯은 예쁜 병에 옮겨 담는 행동은 보기에는 예쁘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매일 특이하고 예쁜 새 옷으로 갈아입는 그들의 자녀들도 간혹 보인다. 그들이 정말 환경을 위한다면 물건을 '사는'행동부터 멈춰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간다.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삶이다. 그들의 살림살이에 속해지기 위해 버려지는 멀쩡한 포장재와 그릇들, 쑥쑥 커가는 아이들이 한두 번밖에 입지 못했을 옷들. 소확행을 꿈꾼다는 그들의 삶은 어쩐지 작은 행복보다는 자기 눈에 지독하게 완벽한, 남들에게 보이는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아닐까.



피드를 보며 가장 궁금한 것은 도대체 그 많은 살림살이를 사고 인테리어를 할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 가다. 매일 바뀌는 컵과 접시들, 리넨의 주방 패브릭과 고가의 커피머신. 그들을 보며 가슴 한구석 걱정이 되는 것은 이 사진이 오늘 하루 그들이 올린 한순간의 ‘하이라이트’를 보고 또 다른 소비녀의 가슴에 확 불이 나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끄럽게도 가 그랬던 것처럼.

소비에 대한 반성과 후회로 얼룩진 삶을 사는 내게 그들의 삶을 엿보는 것은 숨겨진 욕망의 꼬리를 훔쳐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피드를 보고 있으면 저 아래에 부러움 하나가 쑥 하고 치밀어 오르지만 또 어떤 날은 문득, 그들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다.

그 많은 살림살이를 장만하고,
당신은 정말 ‘살림살이'가 나아지셨나요?


둘. 몇만 원의 네일아트를 일 년 동안 받는다면

어머, 예쁘다!

신입이 손톱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주렁주렁 달고 왔다. 당장 여직원들이 모여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씩 움켜쥔 채 열심히 손가락을 들여다보았다.

이런 거 한번 받으려면 얼마야?

아이가 둘이나 돼서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어 네일 아트는 꿈도 못 꾼다는 동료가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원래 이렇게 스톤 몇 개 붙이려면 6만 원 정도 하는데요, 저는 회원이라 10프로 할인받고 손가락 두 개까지는 공짜예요. 10만 원 결제하면 11만 원 넣어 주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저는 50만 원 결제하고 55만 원 받아서 한 번은 공짜로 받았어요. 엄청 싸죠!

가격을 물어보았던 동료의 얼굴에서 지난번 반지를 사러 갔다 도망치듯 나왔던 나의 표정이 언 듯 스쳐 갔지만 다른 미혼 직원들은 매우 흡족한 듯 네일 샵의 상세 주소를 신입에게 물었다. 나는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한 달에 적어도 한 번씩 일 년을 받으면 못해도 60만 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었다. 예전의 나 같으면 당장 그곳이 어디인지 수소문해 오늘 저녁에 번쩍거리게 손톱을 튜닝했을 테지만, 홍콩 여행의 여파로 빈 통장의 쓴맛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터였고 다행히 솟구치는 욕구를 참을 수가 있었다.

셋. 500만 원은 없고요, 성형은 했어요.

얼마 후 신입이 손톱 튜닝에 성이 차지 않았는지, 코를 바꿔 끼고 나타났다. 샌드위치 휴일에 연차를 써 길게 쉬고 나온 다음 날이었다. 직원들은 아직 붓기는 가라앉지 않았지만, 수술이 너무 잘 된 거 같다며 예뻐졌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내가 보기에도 그녀는 낮은 콧대가 얼굴에서 가장 큰 결점이었는데 코를 높이며 눈 앞 트임까지 하니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해 보였다.


얼마 주고 했어?

신입의 옆자리에 앉은 호기심 대리가 신입에게 나직하게 물어봤다.

500이요. 원래 올해 안에 독립하는 게 꿈이라 보증금으로 모아 두었는데, 친구가 코 수술 상담받는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제가 하게 됐지 뭐예요.

전 재산 500만 원을 털어 코를 높여 행복하다면 다행이었지만, 나는 왠지 그녀가 또다시 500만 원을 모으려면 한참, 아주 한참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녀의 나이에 그랬듯.

넷.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려고 '또' 샀다고.

밖에서 함께 지내는 여자들의 관심이 온통 미용이라면, 집에서 함께 지내는 여자인 우리 엄마의 최대 화두는 ‘건강’이다. 홈쇼핑에서 크릴 오일만 나오면 친구, 이모 할 것 없이 전화를 돌려대기 바쁘다.

크릴 오일이 그렇게 몸에 좋대. 나도 요즘에 그래서 먹고 있거든? 방송 봐 지금 하니까. 저게 나쁜 지방을 싹 다 녹여준다 그러더라고.

마치 크릴 오일 전도사라도 된 듯 여기저기 홍보를 하는 우리 엄마. 그 수많은 건강식품 중에 꼭 크릴 오일만 몸에 좋은 걸까?

홈쇼핑의 물건 박스가 부모님 댁 베란다에 잔뜩 쌓였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그리고 발생할지도 모를 병의 치료를 위해 우리 엄마는 오늘도 크릴 오일을 정성스럽게 드신다.


결국, 여자들의 소비는 뷰티라는 강을 건너 건강이라는 바다로 가는 것인가.

못생긴 손이지만 네일케어를 받고나면 행복했던 건 부정할 수가 없다.

다섯. 결론은... 아이고, 의미 없다.

나 또한 집안의 잡다한 소품에, 헤어와 네일아트에 집착하고 보이는 것에 많은 돈을 쓴 시기가 있었다. 방 안에 예쁜 소품을 세워 놓고 집을 꾸미는 것은 참 재미있다. 나만이 사용하는 이 공간이 왠지 더 특별해 보이기도 한다. 네일 아트를 받고 나면 하루 종일 손가락을 쭉 펴서 보게 된다. 상큼하고 반짝반짝하게 잘 정돈된 손톱은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비싼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지면 ‘오래 유지하고 스타일링이 편한’ 장점이 있는 것도 같았다. 사람은 역시 머릿발이라며 거울을 스쳐 지나칠 때마다 빛이 나는 나의 머리에 감탄하기도 했다.

성형 수술까지는 아니지만 ‘시술’을 받을 때마다 젊음이 내게 더 오래 머무는 것 같은 착각에 기분이 좋다. 몇 방울의 보톡스로 주름이 쫙쫙 펴지고 레이저가 피부에 왔다 가면 햇볕에 그을린 기미 자국이 옅어지고. 시술을 받고 나면 마치 20대 초반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으로 며칠을 보냈다. 굳이 성형이 아니어도 신데렐라, 백옥, 걸그룹, 루비, 브이라인 등의 여자들 마음을 사로잡는 별별 이름의 시술 또한 자칫 빠져들면 커다란 지출은 순식간이다. 그렇게 외모를 가꾸는데 ‘거액’을 지출하고 나의 피부는 빛이 나는 반면 통장은 거덜이 났다. 내가 겉이 아름다워지고 있는 동안 속은 더더욱 곪아갔다.


우리는 이제 밖으로만 예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얼굴을 맑게 하는 것보다 내적인 건강을 지키고 내 삶을 안정되게 하면 얼굴에서도 저절로 빛이 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뭐든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겉모습은 100점인데 속은 곪아있으면 무언가 구린내가 풍긴다. 그건 비참한 현실의 냄새다.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새하얀 인테리어도 아니고 손톱에 달린 반짝반짝한 젤 네일도, 코 안에 있는 보형물도 아니다. 내가 땀 흘려 번 돈으로 차곡차곡 모은 내 돈이 내 미래를 위해 쓰일 목돈이 되어 진정한 쓰임새를 찾는 바로 그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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