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별로 안 좋은 남자 직장인의 고민
전 직장에 다닐 때 나는 나만의 랭킹 차트를 만드는 남 모르는 취미를 갖고 있었다. 회사에서 제일 잘 생긴 사람 TOP 3, 회사에서 제일 성질 더러운 사람 TOP 3, 하는 식이다. 그 중에 제일 착한 사람을 세 명 뽑은 적이 있었다. 영광의 수상자들(물론 당사자들은 모른다.)은 마케팅팀 H팀장님, 해외사업부 C차장님, 영업부 T대리님이었다.
뽑아놓고 보니 다 남자였다. 문득 궁금했다. 남자들이 전반적으로 더 착한 건가? 여자들은 다들 성질이 더러운 건가?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평균적으로는 여자들이 더 착했다. 속마음이야 어떻건 겉으로는 다들 살갑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오히려 지랄맞은 사람들은 남자가 더 많았다. 뒷소문이 구린 사람, 술을 마시면 개가 된다는 사람,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는 사람, 모두 남자였다. 회사에서 제일 착한 3명을 뽑았을 때 여자가 한 명도 뽑히지 않았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여자들은 다들 어느 정도 착하기 때문에 착해도 딱히 티가 나지 않았던 반면 남자들 중에서는 성격이 지랄맞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역으로 착한 사람들이 더 부각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면 왜 여자들이 더 사회성이 좋은 걸까?(착한 거라고까지 표현하지는 않겠다. 그녀들의 속마음이 어떤지 알 정도로 내가 그녀들과 친밀한 사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가설로는 진화생물학적 입장 차이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자연계의 대부분의 동물들은 일부다처제다. 사자도 한 마리의 수컷이 수십마리의 암컷을 거느리고, 고릴라도 그렇다. 인간도 그렇다. 홍길동의 어머니가 첩이었다는 말은, 홍길동 아버지는 최소 부인이 두 명 이상이었다는 뜻이다. 그 말인즉 이름 모를 어느 종놈은 평생 홀아비로 늙어죽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남자들은 도전해야 한다. 자기의 하렘을 거느린 알파메일이 되어야 한다. 제일 착한 남자건, 제일 지랄맞은 남자건 뭐라도 되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게 무난하게 굴어서는 여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여자들은 다르다. 알파피메일이 되어 수십마리의 수컷을 거느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도태될 일은 없다. 홍길동 어머니도 계집종이었지만 홍길동을 낳기는 했다. 그러니 도박을 걸 필요가 없다. 최대한 무난하게, 착하게 행동하면 된다. 그런 남성과 여성의 진화생물학적 본능이 사회 생활에도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다.
두 번째 가설은 좀 단순한 건데, 사회성이 안 좋은 여자들은 회사에 안 다닌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사회성이 별로 안 좋은 편이다. 성격이 지랄맞다기보다 지랄을 못해서 손해를 보는 편이다. 요청한 업무가 딜레이되어도 쪼지 않고, 일이 잘못되어도 그냥 다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 넘겨버리는 편이다. 그래서 사회 생활에서 몇 차례의 어려움을 겪었다. 때려치우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꾸역꾸역 6년 넘게 회사를 다녔다. 남자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 남자를 선택할 여자는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제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건 이거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는 것이다.
당연히 여자들도 그런 줄 알았다. 회사에 다니는 여자들은 나보다 사회성도 좋고, 일도 잘하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여자들은 본인이 사회 생활에 적합하지 않다 싶으면 회사를 안 다녀버리기를 택한다. 나이가 나보다 많은데 모아놓은 돈이 한 푼도 없다는 여자들, 직장 생활 1년도 못 채우고 아르바이트 전전한다는 여자들, 그것조차 안하고 집에서 논다는 여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그게 대책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런 여자들도 다들 애인은 있고, 시집은 간다. 결국 남녀 관계에서 아쉬운 건 늘 남자기 때문에 남자는 어떻게 해서든 버티면서 돈을 모으고, 여자들은 굳이 그렇게 안 한다는 것이다.
전 직장 얘기를 하다 여기까지 흘렀는데, 지금 직장도 그렇다. 팀원 여섯 명 중에 여자가 두 명인데, 여자는 둘 다 MBTI가 E, 외향형이다. 그리고 남자는 넷 중에 셋이 I, 내향형이다. 통상적으로 남자들이 여자보다 더 외향적이고, 사회성이 좋다고 알려져있는데 실제로 확인해보면 그렇지가 않다.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