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
여자들은 흔히 직진남이 좋다고 한다. 자기를 헷갈리게, 불안하게 만드는 남자가 아니라 확신과 안정감을 주는 남자 말이다.
맞는 말이다. 남녀가 사랑을 하게 되면 성관계를 맺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이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많은 책임을 진다. 임신을 하는 것도, 아이를 낳는 것도, 키우는 것도 모두 여성의 몫이다. 즉, 순간의 성적 끌림으로 인해 부적절한 상대와 성관계를 맺게 되었을 때, 그로 인해 원치 않는 아이가 생기게 되었을 때 더 큰 손해를 보는 건 여성이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만큼 누군가에게 쉽게 빠지지 않는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면밀하게 본다. 따라서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그녀에게 헌신하면서 진실된 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여자들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아무런 책임 없이 씨만 뿌리고 도망가는 남자들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직진남이라고 다 되는 건 아니다. 한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건 여유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 육아를 수행하는 동안 여성을 물질적, 경제적, 심리적으로 지원해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바람둥이들은 분명 여성에게 유해하다. 이런 무책임한 남자를 만난다면 여성이 낳은 아이의 생존율은 급감한다. 따라서 그 여성의 유전자가 후대에 전달될 가능성도 급감한다. 임신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 여성이 투자한 많은 자원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바람둥이들만 여성에게 유해한 건 아니다. 찐따들도 유해하다. 찐따들은 여성을 사랑하긴 한다. 한 여성에게 오랫동안 헌신할 마음의 각오는 되어있다. 하지만 그들에겐 능력이 없다. 여성을 지켜주고 싶어도 지켜줄 수가 없다. 여성을 지켜줄 능력은 있지만 지켜줄 의지가 없는 바람둥이들이나, 지켜줄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없는 찐따들이나 여성에게 도움이 안 되는 건 똑같다. 결국 여성이 원하는 건 여성을 지켜줄 수 있는 힘이 있으면서, 그 힘을 자기에게만 집중해줄 남자이지 별 가진 것도 없으면서 길 잃은 강아지마냥 옆에 붙어서 애처로운 눈빛만 보내고 있는 남자가 아니다. 그러니까 남자에겐 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여유로운 태도로 표출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물론 여자라고 대충 살아도 되는 건 아니지만 남자는 더더욱 열심히 살아야 한다. 수백만 년 인류 역사 동안 여성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역할을, 남성은 여성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물질적, 정신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우리의 본능은 그 역할에 맞춰 형성되어 왔다. 그래서 남성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고 건강한 신체를 가진 여성에 끌리고, 여성은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사회적 지위를 가진 남성에 끌린다. 여기서 젊고 건강한 신체는 타고나는 것이다. 요즘에야 성형수술이나 지방흡입, 안티 에이징 기술이 발달했지만 과거엔 그런 게 없었다. 시간을 되돌릴 방법도, 타고난 외모를 바꿀 방법도 없었다. 여성에겐 주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는 다르다. 사회적 지위는 노력해서 바꿀 수 있다. 신대륙을 발견하건, 기상천외한 발명품이나 역사에 남을 예술품을 만들건, 반란을 일으키건 뭐라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남자는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힘을 얻고, 그 힘을 표현해야 한다. 여유롭고 강해 보이는 남자의 아우라를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어렵다. 유사 이래 많은 남자들이 주어진 운명을 뒤집기 위해, 자신만의 하렘을 거느리는 알파 메일이 되기 위해 도전했지만 대부분은 실패했다. 연금술을 연구하다가 빈털터리가 되거나, 역모를 시도하다 실패해서 구족이 멸해지거나, 신대륙을 찾아 떠났다가 식인종에게 잡아먹혔다.
그리고 설령 성공한다 한들,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남자가 된다 한들 그 아우라가 여자 앞에서 쉽게 발현되지는 않는다. 남자는 여자를 간절히 원한다. 그래서 도전하고 사회적 지위를 쟁취한다. 즉, 사회적 지위란 수단이고, 여자는 목적이다. 당연히 목적이 더 소중하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걸 잃는 걸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많은 남자라도, 많이 배우고 지위가 높은 남자라도, 자기만의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남자라도, 그렇게 살아온 자기 자신의 삶의 가치에 대해 흔들림 없는 확신을 갖고 있는 남자라도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모두 수줍은 소년이 되어 버린다. 여자가 무심결에 던진 말 한마디, 스쳐가는 표정 하나에 전전긍긍한다. 여유로운 알파 메일의 아우라를 발산하지 못한다. 그런 남자는 재미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여유로운 남자가 되는 쉬운 방법이 있다. 그건 어장 관리를 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걸 잃는 걸 두려워한다. 그래서 소중한 여자 앞에서는 어떤 남자건 얼어붙는다. 그러면 얼어붙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그녀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된다. 소중히 여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분산투자를 하면 된다. 그녀 말고도 짝짓기를 할 여자가 많다면, 그녀가 내가 거느린 하렘에 속한 수많은 암컷 중 하나일 뿐이라면 그녀 따위에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그녀가 나를 사랑하건 말건 별로 중요치 않다. 그러면 여유롭고 대범하게 행동할 수 있다. 그 여유로움에 여자는 더욱 이끌리게 된다. 여자가 많으면 여유로워지고, 그 여유로움에 여자들이 더 이끌리고, 그러면 더욱 더 여유로워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여자를 많이 만나야 한다.
투자와도 비슷하다. 종잣돈이 적으면 일시적인 호황과 불황에 휘둘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가치 투자를 할 수 없다.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 부가 부를 낳고, 빈곤이 빈곤을 낳는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여자가 많아야 더 많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