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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Jan 10. 2023

리얼돌을 둘러싼 헛소리들에 대한 헛소리들에 대하여-3

리얼돌을 쓰면 강간범이 되는가?

리얼돌 논쟁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신선한 글을 발견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모든 인용문들은 2022년 9월 1일자 오마이뉴스에 업로드된 <'리얼돌'을 둘러싼 헛소리들이 싫다>라는 기사에서 발췌했음을 밝힌다.


기사링크: '리얼돌'을 둘러싼 헛소리들이 싫다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3. 리얼돌을 쓰면 강간범이 되는가?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를 남성의 성적 만족을 위한 대상으로 격하시킴으로써 여성 인구의 존엄을 침해하는 여성혐오적인 물건이다. 리얼돌은 여타의 자위 기구와는 달리 남성에 의하고 여성에게 향하는 동의 없는 성관계, 즉 강간과 여성의 신체를 점유한다는 감각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고 사회적으로 승인하는 물건이다.

 물론 판타지는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정신 착란에 빠져서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내가 지금까지 봐온 책이나 영화, 게임, 그리고 야동들은 나의 이성관에 크거나 작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부모님이 주변에 좋은 친구들을 두라는 조언을 하는 것도, 강남 8학군이 땅값이 비싼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사람은 현실이건 가상이건 그들을 둘러싼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리얼돌도 그럴 것이다. 리얼돌을 사용하는 남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리얼돌을 이용해서 현실의 여자와는 할 수 없는 자극적인 성행위를 하는 것에 익숙해진 남자들은 현실의 여자와 그걸 실제로 해보려고 시도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정준영이나 승리가 리얼돌을 썼을까? 몇 년 전 정준영과 빅뱅 승리의 단톡방이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들은 단톡방에서 여자에 대해 입에 담지도 못할 수준의 음담패설을 늘어놓았고, 불법 촬영물들을 공유했다. 그리고 버닝썬에서 집단 강간과 성매매 알선, 마약 등의 범죄 행위를 했다. 그들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들이 여자를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걸어다니는 섹스 인형으로 인식하게 된 건 그들이 리얼돌을 써서일까? 감정이 없는 실리콘 덩어리와의 섹스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 실리콘 덩어리와 현실의 여자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 걸까?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리얼돌을 절대 사지 않았을 남자들이다. 그들은 알파남이다. 잘 생기고 돈 많고 잘 놀고 인맥도 넓고 사회적 지위도 높다. 그런 그들과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여자들을 줄 세우면 연병장을 세 바퀴쯤 돌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에겐 리얼돌 따위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오백원에 판다고 해도 안 샀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실체는, 모두가 알고 있듯 추악한 범죄자였다.

 반면 여자를 못 만나고 섹스를 못하는 남자들은 훨씬 착하고 순수하다. 요즘 즐겨보는(그리고 내가 나가기도 했던) TV 프로그램 [나는 솔로] 12기 모태 솔로 특집에 영호라는 남자가 나온다. 용모도 단정하고, 직업도 삼성 전자 연구원이고, 요리도 잘 하고, 커피도 잘 내리고, 사진도 잘 찍고, 빵지순례도 잘 하는 남자다.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조건들을 가진 그가 모태 솔로인 걸 의아하게 여겨 제작진이 왜 여태 연애를 못했느냐, 소개팅은 안 들어오냐 물었다. 그런데 그가 답하길 소개팅에 마음에 드는 여자가 나온 적은 있었지만 데이트를 마치고 너무 매정하게 휑하니 가버리는 바람에 자기를 싫어하는 게 아닌가 싶어 애프터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자를 못 만나는 남자들은 이렇다. 너무 착하고 여리다. 여자에게 조금의 불편이나 부담도 끼치지 않으려 하고, 여자를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 여자를 너무 많이 존중하면 했지, 여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지 않아서, 여자를 쉽게 생각해서 연애를 못하는 남자는 없다. 오히려 여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고,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는 소모품처럼 여기는 남자들이 훨씬 연애 잘 한다. 그 당당함 내지는 뻔뻔함에 여자들이 오히려 더 끌린다.


 왜 그런 걸까? 돈 없고 재미없고 매력없는 남자들이 리얼돌과 하는 것들을 알파남들은 현실에서 하기 때문이다. 분명 판타지는 인간의 가치관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성욕을 풀어주는 리얼돌에 익숙해지다 보면 점점 여자를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판타지보다 훨씬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현실이다. 어떤 야동을 보고 리얼돌과 어떤 체위로 어떤 상황극을 하건 그때 뿐, 길거리에서, 회사에서, 동호회에서 자기한테 눈길 한 번 안주는 여자들을 보고나면 바로 현실을 깨닫는다. 여자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존재구나, 여자를 대하는 건 쉽지 않구나, 하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오히려 여자를 더 무서워하고 어려워하게 된다. 그것도 물론 좋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은 안전하다. 오히려 폭력과 범죄로부터 가장 거리가 먼 남자들이다.

 하지만 알파남들은 다르다. 베타남들이 판타지 속에서나 즐기는 게 그들에겐 현실이고 일상이다. 베타남들이 연락하면 12시간 만에 답장하던 여자들이 그들에게는 먼저 연락을 해서 뭐 하냐고, 밥 먹자고, 날씨 추운데 감기 조심하라고 톡을 보내고, 자기는 사람 오래 본다고, 베타남들에겐 친구로 지내면서 천천히 알아가자던 여자들이 그들에게는 연애하기 싫으면 섹스 파트너라도 하자고 매달린다. 그런 걸 보며 무엇을 느끼겠는가? 그걸 겪어본 남자들이 어떻게 여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를 백 명 쯤 만나면서 속이 시커매진 알파남들보다 여자가 어렵고 무서워서 방구석에 숨어버린 남자들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알파남들에게 성적으로 이용당한다.(속된 말로 먹버라고도 한다.) 그래놓고 자신들에게 상처를 준 알파남이 아니라 애꿎은 베타남들을 탓한다. 여성을 착취할 힘도 능력도 없는 남자들에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지 말고, 착취하지 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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