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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Jan 08. 2023

리얼돌을 둘러싼 헛소리들에 대한 헛소리들에 대하여-1

그들은 토막 살인범, 데이트 폭력범, 학대범들인가?

리얼돌 논쟁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신선한 글을 발견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모든 인용문들은 2022년 9월 1일자 오마이뉴스에 업로드된 <'리얼돌'을 둘러싼 헛소리들이 싫다>라는 기사에서 발췌했음을 밝힌다.


기사링크: '리얼돌'을 둘러싼 헛소리들이 싫다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1. 토막 살인? 강간? 학대? 그걸 왜 당신이 단정짓지?

전신이 아닌 신체의 일부만을 모방한 모델도 있다. 이런 모델은 마치 시체의 토막처럼 나뉜 여성의 머리나 토르소(몸통) 또는 가슴, 엉덩이, 팔, 다리, 손발 등 신체의 일부에 남성이 성기를 삽입할 수 있도록 구멍이 나 있는 형상이다.
...(중략)...
이는 앞서 설명했던 토막 살인 시체형 리얼돌의 통관을 허가하겠다는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머리와 몸을 따로 수입해서 국내에서 조립해 완전체를 판매하는 것도 법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 얼마든지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다.
마치 샌드백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흑인 인형이 존재 그 자체로 인종 혐오이듯, 동의 없는 성적 행위(즉 강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여성 형상의 인형 또한 존재 자체가 여성혐오라고 이해해야 한다.
또한 모든 인간은 자신과 닮은 대상이 겪는 일에 감정 이입을 하게 된다는 당연한 사안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공감 능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인간이라면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아이 모양의 인형을 학대하는 것이 쓰레기 같은 짓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이해할 것이다. 아이들이 충격을 받고 마음 아파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짓을 한 어른으로부터 위협을 당했다고 느껴 불안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 인용문들에서 글쓴이는 여성의 신체 일부를 모사한 리얼돌을 토막 살인 시체형 리얼돌이라고 표현했고, 여성의 모습을 한 섹스 인형은 흑인의 형상을 한 샌드백 인형과 같다고 표현했으며, 리얼돌을 사용한 자위 행위를 학대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다 틀렸다. 첫 번째 인용문부터 보자. 글쓴이는 여성의 신체 일부를 본뜬 리얼돌을 표현하는데 토막 살인 시체라는 워딩을 썼다. 마치 토막 살인을 당한 시체처럼 신체가 몸통, 가슴, 엉덩이 등으로 분절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근데 그렇게 따지면 지구 용사 선가드 합체 로봇도 토막 살인 시체형 합체 로봇인가? 몸통, 머리, 팔이 합쳐서 지구 용사 선가드가 만들어지니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구 용사 선가드가 몸통, 머리, 팔, 다리로 분리되어 있는 건 단순히 변신 합체 놀이를 하기 위한 거지 지구 용사 선가드를 토막 살인하기 위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건 용도다. 만약 리얼돌이 토막 살인을 하려고 만들어진 거라면 토막 살인 시체형 리얼돌 맞다. 칼로 베면 분수같이 피가 튀고, 비명을 지르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면 토막 살인 시체형 리얼돌 맞다. 그런데 그런가? 아니다. 리얼돌은 그냥 자위 기구다. 보관의 용이성을 위해서, 혹은 가격대에 따른 차별화를 위해서 분절형 혹은 전신형으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리얼돌 구매자들은 그냥 좀 외로운 사람들일 뿐이지 살인자가 아니다.


 다음은 샌드백 인형에 대한 비유다. 글쓴이는 흑인을 모사한 샌드백 인형이 인종 혐오니까 여성을 모사한 섹스 인형은 여성 혐오라고 했다. 

 그런데 둘은 정말 동일선상에서 비교될 수 있는 건가? 먼저, 흑인을 모사해서 만들어진 샌드백 인형은 인종 혐오 맞다. 사람을 때리는 건 나쁜 짓이기 때문이다. 그 나쁜 짓을 특정 인구 집단인 흑인을 본뜬 인형에 하니까 흑인 샌드백 인형은 인종 혐오인 것이다.

 그런데 섹스가 금지된 행위인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행위인가? 아니다. 다들 하는 짓이다. 나도 했고 너도 했고 우리 엄마 아빠들도 다 한 짓이다. 남들 다 하는 걸 하겠다는데 왜 그게 여성 혐오인가?


 다음은 학대다. 글쓴이는 아이 모양의 인형을 학대하는 건 쓰레기 같은 짓이라고 했다. 일단 아이의 체형을 한 리얼돌이 아동 성애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일반인의 모습을 본뜬 리얼돌을 동의없이 커스텀 제작한다거나, 아이의 모습을 한 리얼돌을 만드는 건 법적으로 강하게 제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건 차치하고, 왜 리얼돌과의 성관계가 학대이고 쓰레기 같은 짓인가? 리얼돌 구매자들이 리얼돌로 뭘 하는지 당신들이 봤나? 오히려 진짜 여자 친구처럼 예뻐하고 다정하게 대할 수도 있지 않나? 몇 년 전 TV 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에 나왔던 씹덕후남이 페이트짱을 학대했나? 왜 그들은 변태성욕자들일 거라고 마음대로 단정짓나?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구매자들이 리얼돌을 갖고 변태적, 가학적인 성행위들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리얼돌을 쓰지 않는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할 사람들은 다 한다. 심지어 그런 걸 당하는 걸 즐기는 여자들도 있다. 원치 않는 사람에게 억지로 하는 게 문제지 그런 성적 페티시를 가진 사람들끼리, 혹은 혼자서 방구석에서 성욕을 푸는 건 죄가 아니다.


 결국 리얼돌 구매자들은 괴물이 아니다. 토막 살인범도 아니고, 폭력적인 사람들도 아니고, 변태적, 가학적인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도 아니다. 그냥 좀 외로운 사람들일 뿐이다. 그런데 왜 그러는 걸까?


섹스 인형, 소위 말하는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은 잊을 만하면 신문 사회면과 나의 분노를 뜨겁게 달군다. 이 논란의 양상이 주로 수입과 사용 허가를 둘러싼 법적 싸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갑갑함을 더한다.

 기사의 첫 머리에 나왔던 문장인데, 답은 사실 이 문장에 이미 나왔다. 첫 문장 이전에, 제목에도 나왔다. 기사의 제목에 나온 것처럼 그냥 "싫은" 거다. 존재만으로도 글쓴이의 "분노"를 뜨겁게 달구는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말도 섞을 수 없고 움직이거나 미소를 지을 수조차 없는 실리콘 덩어리를 수백만 원 주고 사는 남자들은 매우 높은 확률로 사회성과 신체적 매력이 떨어지는 남자들일 것이다. 그래서 역겨운 거다. 못 생기고 찌질한 남자들이 성욕을 갖는다는 자체가 혐오스러운 거다. 리얼돌이 문제가 아니라 못 생기고 찌질한 게 문제인 거다. 설령 그들이 리얼돌을 쓰지 않는다고 한들 여자들이 그들을 보는 시선이 별로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물론 혐오감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감정은 우리의 본능적 욕망을 자극하는 것에 반응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잠을 푹 자는 건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음식을 배불리 먹거나 숙면을 취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못생기고 찌질한 남자들은 여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지도 않고, 그녀들을 지켜줄 수도 없다. 그래서 유전자는 여자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저 남자를 걸러라!' 여자들이 못나고 찌질한 남자들에게 혐오감을 느끼는 건 그래서다. 본능에는 죄가 없다.

 하지만 그 본능적 혐오감을 겉으로 표현하는 건 다른 문제다. PC주의 전성시대다. 여자의 외모나 몸매를 유머 소재로 삼거나, 여자의 속물 근성을 말하면 여성 혐오라는 비판을 받는 시대다. 그런데 왜 못생기고 찌질한 남자들은 아무도 안 지켜주나? 그들을 조롱하고 비난하고 혐오하는 건 왜 아무도 뭐라고 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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