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끝은 조용한 배제와 처절한 외로움
늘 겉돌던 나,
소속되기 위해 부단한 애썼던 시간들...
# 같은 날 시험? 같은 직렬? 같은 해?
그들만의 나눗셈 속, 동기무리에서 배제되다
드디어 우리 팀에 나와 같은 해에 시험을 본 동료가 들어왔다. 첫 동기를 만난다는 설렘도 잠시, 그 친구는 이미 '시험 동기'와 '직렬 동기' 무리가 있었고, '같은 해' 입사인 나는 동기로 여기지 않는 듯했다.
그래도 친해지려 노력했다. 언젠가는 나를 동기로 인정해 주리라 기대했다. 힘들게 알아낸 업무 정보도 친절히 알려주고, 함께할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그 친구는 본인의 동기들과 매일 아침 스몰토크를 나누고, 책상 위엔 함께 찍은 인생 네 컷, 퇴근 후 종종 그들만의 모임까지... 그 친밀한 일상 속에서 나 하나쯤 끼워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서운함이 몰려왔다.
나는 여러 번 함께할 자리를 만들려 했지만 번번이 무산됐고, 일부러 나를 배제하는 건 아닐까 하는 못난 생각까지 들었다…
# 동기를 동기라 부르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인사이동을 했다. 그곳에도 역시 같은 해 시험을 본 동료가 있었다. 이제는 애써 동기라 부르지도 않기로 체념했다. 이제는 동기고 뭐고 다 괜찮으니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 남아있었다.
모르는 건 뭐든 다 알려주었고, 특히 집 방향이 같아 퇴근길도 함께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이가 다른 팀 동갑내기 직원과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 직원도 집 방향이 같아 나는 셋이서 모두 친해지길 바랐지만, 어느 순간 그 둘은 나를 빼고 버스 퇴근 친구가 되어버렸다.
혼자 집으로 가는 길,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탈했다.
# 젊은 파벌, 낡은 사고
구내식당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중 한 삼십 대 직원이 이런 말을 던졌다.
"여긴 XX년생이 많으니까 XX라인을 만들어. 이 조직에서는 그런 게 필요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순간 어이가 없었다.
아니, 왜 굳이 파벌을 조성하는 걸까?
정말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런 '라인'이 필수적인 걸까?
파벌이 있으면 순기능이 더 많을까, 역기능이 더 많을까?...
파벌 문화는 구시대적이라고 말하면서도, 왜 자칭 ‘깨어있는’ 젊은 세대조차 그것을 이어가려 하는 걸까.
무리를 만들어 친목도모를 하는 건 좋지만, 그 뒤에 소외받은 누군가가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안과 밖을 나누는 순간, 누군가는 소속감을 잃고 홀로 남겨질 수 있다.
조직은 함께 일하는 곳이지, 줄을 서야 인정받는 전장이 되어선 안 된다.
# 애썼던 시간들
어떻게든, 누구든, 한 사람이라도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직원들과 점심시간에 티타임을 갖고, 어색함을 무릅쓰고 밖에서 밥 한 끼라도 함께하며 거리를 좁혀보려 했다.
늦게 입직해서 나이가 제일 많았기에 웬만하면 내가 계산을 도맡았다. 카카오톡에 생일이 뜨면 작은 기프티콘이라도 보냈고,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두 팔 걷어붙이고 기꺼이 나섰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얇은 유리벽 너머에서 혼자 애쓰고 있는 기분이었다.
# 내가 자꾸 혼자가 된 건 우연이었을까?
직장에서 처음으로 동료 결혼식에 갈 일이 생겼다. 좌석이 모두 차서 다들 서서 결혼식을 지켜보던 중...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내 옆엔 아무도 없고, 동료들은 저만치에 있었다. 아차 싶어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얼마뒤 또 문득 주변을 바라보니 곧 동료들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나만 혼자 있었다.
누군가가 와서 이동했겠지... 또다시 동료무리로 다가간다.
우연이라고 생각한 상황이 서너 번 반복되며 나는 계속해서 혼자가 되었다.
이 상황은 뭐지. 묘하게 마음이 쓰라렸다.
# 나 왕따 맞네. 눈물의 결혼식장
기념촬영 후 가방을 찾으러 자리에 돌아오니 동료들은 다 떠나고 없었다.
식사하러 가야 하는데 혼자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남은 동료 두 명은 "밥 먹으러 안 가냐"라고 무심히 묻고는 떠나버렸다.
순식간에 눈물이 고이고, 쌓였던 감정이 터져버렸다.
대중교통을 탈 수 없을 만큼 눈물이 쏟아졌다.
택시 안에서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나... 왕따인가...? 처음으로 자각하게 된 날이었다.
속해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무심함과 거리감에 마음은 멍들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겪은 극심한 소외감은 생각보다 절망적이고 아팠다.
그렇게 나는 무너지고, 부서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