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비생활

서박하, 소비단식일기

by 공쩌리
https://brunch.co.kr/brunchbook/spendingfast1


월급을 받으면 먼저 저축 및 남편과의 공동생활비를 낸 뒤 정해진 나의 용돈으로 생활한다.


그런데 그날이 되면 나의 용돈 계좌에선 늘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퍼가요~♡”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알림이 연속으로 울린다. 다들 이렇게 산다는데, 정말 그럴까? 그땐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소수의 소비 패턴을 ‘보통의 삶’이라 착각했던 건 아닐까 싶다.


월급은 들어오자마자 흩어졌고, 남는 건 없었다. 그러면 다시 신용카드에 의존하는 악순환.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더는 이렇게 살기 싫었다.


중고거래 소득과 안쓰는 금붙이들을 판 돈을 보태 할부금을 몇달에 걸쳐 정리했다. 그리고 더 이상 카드 값이 쌓이지 않게 신용카드 사용도 멈췄다. 아끼고 아끼며 살았다. 위시리스트를 전부 비우고, 쇼핑앱을 삭제했다.


예전과는 반대로 월급 수령 초반엔 빈곤하게, 후반엔 풍요롭게 쓰기로 했다.


적립률이 좋아 붙들고 있던 신용카드도 과감히 없앴다. 적립은 결국 소비를 부르는 미끼였다.


세일도 마찬가지다. 마치 안 사면 손해인것 같은 초조함... 그런데, 사지 않으면 100% 할인 아닌가?



내가 주로 물건을 구매하는 곳은 코스트코. 이곳의 결제는 현금이나 현대카드만 가능하다. 현금은 가지고 다니기 너무 불편해 신용카드를 썼지만, 해지하고 체크카드를 만들었다. 체크카드임에도 연회비 2,000원을 내야 한단다. 하지만 그 돈으로 수십, 수백만 원을 아낀다고 생각했다.

용돈 전용 가계부도 쓰기 시작했다. 돈을 쓰는 일이 번거로워지길 바랐기에 자동으로 연계 기록되는 가계부 대신 직접 수기로 내역을 입력하는 앱을 선택했다. 여러 개를 써보며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았다. 월 2,500원 유료 앱. 이걸로 큰 돈을 지킨다고 생각하니 아깝지 않았다.


연회비 2,000원의 체크카드와 월 2,500원의 가계부 앱 사용은 탁월한 선택이다.

서너 달이 지나자 신용카드 빚은 사라졌고, 나는 가진 돈 안에서 사는 사람이 되었다.


참 신기하게도, 돈을 가지고 있으니 쓰기가 싫어졌다. 이제는 사지 않아도 당당하다. 못 사는 게 아니라, 안 사는 거니까.



브런치스토리의『소비단식일기』를 감명 깊게 읽고 소비단식에 도전해보았지만 쉽지 않아 『저소비생활』을 택했다. 대신 '간헐적' 소비단식은 한다! '무지출 데이'를 늘리려 노력 중이다.


몇 달째 신용카드 없이 생활 중이다. 그렇다고 소비를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며 가급적 집에 물건을 들이지 않지만, 대신 퇴근 후 소소하게 먹고 싶은 것을 사 먹는다. 먹는건 집에 쌓이는게 아니니까! 생각없이 소비하고 난 뒤에 공허함이 아닌, 가진 예산 내에서 다음엔 또 뭐먹을까 하는 작은 즐거움이 찾아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쇼핑은 나를 채워주지 못했다는 것을.

명상을 하면서 플렉스와 풀소유를 말할 수는 없다.

물욕을 덜어내자 그 여백엔 행복이 채워졌다.


비워내는 일은 나를 가볍게 했고,
나는 작은 것도 소중히, 그리고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


명상 글에서 왜 그렇게 돈돈 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저소비는

명상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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