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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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9개월 전, 머리 꾸밈노동에 지쳐 쓴 글이다.
지독한 반곱슬 머리인 나는 중학교 때부터 몇 달에 한 번씩 일명 ‘지*머리, 돼지털’과의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매직 스트레이트와의 전쟁이다.
서너 달에 한 번 미용실에 가 십여만 원을 쓰고, 서너 시간을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시간. 열다섯부터 서른여덟까지, 무려 23년간 이어진 ‘매직 전투’였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너무 지쳐버렸다.
울분을 토하듯 심경을 글로 쏟아냈고,
몇 달 후...
잘라버렸다.
늘 긴 머리를 고수하던 내가 단발로.
다른 사람들은 머리가 잘려나갈 때 눈물이 나기도 한다던데, 나는 속이 다 시원했다.
결정의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분명했다.
노화로 인한 머리숱 감소,
점점 부담되는 미용실 비용,
그리고 무엇보다 무기력. 하루 일과 중 머리 감고 말리기가 가장 힘들었기 때문이다. 머리관리의 장벽을 낮추기위해 잘라버렸다.
결과는?
매우 만족
이제 다시는 머리를 기르지 않으리.
머리 감기 5분 컷, 드라이 5분 컷.
저녁에 머리를 감아도 되기에 아침 준비 시간이 십여 분 줄었다.
머리를 묶을지 말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머리숱은 더 많아 보이며,
새치는 덜 도드라진다.
미용실 기장 추가비 걱정도 없다.
머릿결 관리를 위한 헤어팩도 이제 안한다.
손상과 탈모때문에 꿈도 못꿨던 염색, 미용사가 이제는 가능하단다.
머리는 잘랐지만, 앞머리는 기르는 중이다.
매일 구루프로 말고, 매직기로 펴고, 드라이로 볼륨 넣고... 온종일 바람 불면, 비오면, 땀 나면... 노심초사 신경써야한다. 뭔 짓 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시원하게 넘겨서 더 편하게 다니고 싶다.
앞머리라도 없으면 외모를 봐줄 수 없을 것 같다는 질문에는... (노코멘트)
머리에 관한 글을 따로 한 편 쓰는 이유는 그만큼 여자들에게 머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머리빨’이 크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과거 가톨릭 미사에서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기 위해 미사포를 썼고,
지금도 수녀님들은 머리를 드러내지 않는다.
스님들 역시 머리를 삭발하고,
일부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히잡을 쓴다.
머리는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문화와 신념,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나에게 ‘매직 전쟁’의 종전까지는 아니어도, 휴전 상태쯤은 된다. 반곱슬이 올라와도 티가 덜 나서 예전처럼 스트레스 받지 않고, 매직 주기는 길어졌다. 덕분에 시간과 비용은 물론, 마음의 에너지까지 아끼게 되었다
비워낸 자리에는 그만큼 여백이 생겼다.
그리고 그 여백은 내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주었다.
나에게 단발머리는 명상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이었다.
TMI
나의 추구미는 이분이다. (출처 유튜브 '미니멀 유목민')
https://youtu.be/fG0k3mY1XGo?si=dqAfnC9K38hEfnz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