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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Oct 24. 2020

왜 냄비나 팬을 종류별로 사야 하는 것일까?

종류별 기물을 사야하는 철학적이지 않은 이유



 대학교 조리과 시절부터 조리도구를 사모으는 것이 취미 아닌 취미였다. 나는 스타크래프트를 제외한 다른 돈 들어가는 취미도 없고 술도 좋아하지 않고 물욕도 없어 딱히 크게 사고 싶은 것도 없었다. 단지 요리에 관련된 책을 읽고 요리만 하는 수도승 같은 성향이었지만 조리에 관련된 제품만은 예외였다. 지금은 흔하지만 그 당시에는 내 주위에서 대부분 존재조차 몰랐던 다마스커스 나이프나 탄소강 나이프, 입도별 숫돌, 나무도마, 스페출라, 블랜더, 실리콘 붓 등 필요하다고 생각되거나 궁금증이 생기는 제품이면 남대문 상가 등을 뒤져 결국 구매를 하곤 했다.  다행인 것은 어머니도 요리를 좋아하시고 잘하시는 분이라 내가 어떤 기구를 사놓으면 곧잘 활용을 잘하셔서 더욱 그러했던 거 같다. 적어도 돈 낭비는 아니라는 소리고 요리의 질이나 혹은 삶의 질이 올라갔다는 의미가 되니 말이다.


윌리엄스 소노마. 수많은 조리기물이 있는곳. 호기심이 생기는 조리도구를 보면 항상 사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왜 종류별 쿡웨어를 구매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다 어느 순간 쿡웨어(cookware: 냄비나 팬등의 총징하는 단어) 쪽으로 흥미가 가기 시작해서 냄비나 프라이팬 등을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했다. 여러 디자인으로 된 제품도 구매하였고, 또 여러 가지 다른 금속으로 된 제품, 무게별로 다른 제품도 구매하였다. 그런데 다른 제품과 다르게 팬이나 냄비류 등을 모으다 보니 ‘이걸 굳이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돈 낭비 아닐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몇 개월 동안은 스테인레스팬으로만 모든 종류의 요리를 만들어 보았다. 굳이 공간 낭비할 필요가 없으면 남은 제품을 다 치워버리는 미니멀한 라이프를 꿈꾸면서 말이다.


능력 좋은 후라이팬 하나면 모든 요리가 가능할까? 물론 가능은 하다. 아니... 가능하게 만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하나의 팬(팟)으로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면?


 사실 팟 하나로 모든 요리를 만들어도 큰 문제는 없다. 스테인레스 팬으로 국도 끓여보고 찜도 해보았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결과물은 나왔었다. 하지만 음식의 만드는 조리과정에 추가적으로 손이 많이 가게 돼서 불편하거나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테인레스 팬에서 닭찜 등을 해 먹으면 수분이 모잘라 중간에 물을 계속해서 채워야 하고 재료를 넣으면 넘칠까 봐 불안정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결과물도 큰 냄비에서 조리한 것에 비해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각각의 강재와 디자인에 따른 최고의 맛을 편안하게 낼 수 있는 요리가 있고, 요리에 따라 최적의 기물을 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리고는 종류별 쿡웨어를 더 많이 구매하기 시작했다. 미니멀한 라이프에 대한 꿈은 저 멀리로 사라진건 덤이었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사진.jpg


 가상실험을 해보자. 주부에게 달걀 후라이를 부탁한다. 그러면서 후라이팬과 스테인레스로 된 냄비 두 개를 준다. 큰 이유가 없다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후라이팬를 고를 것이다. '왜 이 기물을 고르셨어요?'라고 물어보면 아마도 ‘편해서요’라는 답변이 나올 것이다. 본인이 그 기물을 고른 이유를 명확히는 모르지만 그것이 특정 음식을 만들기 적합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분명히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국을 끓이는 경우를 보자. 이 경우는 100중 99명은 스테인레스로 된 냄비팟을 고르지 후라이팬를 고르지는 않을 것이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 라면을 1인분 끓일 때, 갈비찜을 한솥 만들 때 각각 다 다른 기물을 사용해야 한다. 요리 특성상 분명히 필요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요리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특정 디자인이나 강재를 가진 기물의 필요함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주부들이 이런 이유로 쿡웨어를 종류별로 구매하는 것이다. 단순한 지름신 문제뿐만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꿈꾸는 삶이 미니멀한 삶이고 요리를 편하게 하거나 맛나게 하는데 큰 관심이 없다면 냄비나 팬을 하나만 사서 그 걸로만 조리해도 큰 문제는 없다. 분명히 어떤 기물을 사용하든 간에 요리는 가능하다. 냄비 하나로도 가능하고 코팅팬 하나로도 모두 가능하다. 그 퀄리티나 편의성이 좋지 못할 뿐이다.  



모든 요리가 맛있게 조리되는 팬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에게 ‘하나의 기물로 모든 요리가 가능한 최고의 팬(팟)을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을 하였던 사람이 있다. 아쉽게도 모든 음식이 완벽하게 조리되는 기물은 없다. 만들고 싶은 요리에 따라 강재의 특성, 디자인, 무게, 가격, 여러 가지가 차이가 난다. 거기에 개개인의 선호도까지 들어가면 더더욱 그렇다. 편안함을 찾으면 음식 퀄리티가 낮아지고 퀄리티를 선호하면 팬의 무게 상승으로 팔뚝의 두께가 두꺼워진다. 좋은 팬이라고 샀는데 표면에 녹이 슬거나 산화될 수도 있다.  

(출처: 구글이미지) 다들 자기 팬이 만능이라고 한다. 광고에 속지말자.


 만일 모든 요리를 완벽하게 그리고 편하게 만들 수 있는 쿡웨어가 발명이 된다면 그것은 인류사에 남을 엄청난 발명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전체 쿡웨어 시장이 도산될 것이다. 현재 기술로는 가능할수도 없을 것이니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다.



종류별 쿡웨어를 구매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대학교 3학년  '철학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평소 철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들은  수업의 시험 문제는 '우리는  살아야 하는가'였다. 최선을  했지만 c+이라는 처참한 학점이 나왔고 학점 관리를 해야 하는 나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그때 '나는 철학 같은 것과 0.1%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구나' 하는 정말로  깨달음을 얻었다. 그런 내가 ' 종류별로 쿡웨어를 구매해야 할까?'라는 얼핏 철학적으로 보이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절때 철학적인 질문이 아니다. 너무나 명백한 답이 있다.  번째로는 음식을 만들  편의성이 증가한다.  번째는 좋은 퀄리티의 음식을 만들  있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음식을 맛나고 편하게 만들  있는 만능 조리기구는  지구상에 기에 여러가지 쿡웨어를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도 쿡웨어를 보면서 살까 말까 고민하는 주부나 요리사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종류별로 구매하는 기물은 단순이 지름신의 돈 낭비가 아닌 본인이 하고 싶은 요리를 편안하게 만들고 최고의 맛으로 구현하기 위한 좋은 투자 일수도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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