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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Aug 30. 2020

코팅팬의 장단점

코팅팬의 오해와 진실


테팔 코팅팬. 편하게 사용하기 좋다



코팅팬에 대한 오해



코팅팬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팬일 것이다. 코팅물의 유해성에는 아직도 논란이 많지만 팬에 코팅이 되어 음식물이 달라붙지 않는다는 가장 큰 장점 때문에 가정에서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프로 레벨에서도 분명히 어울리는 요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코팅팬에 대해서 설명할 때 항상 나오는 말이 열전달률과 보존율이 최악이라고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 팬으로 요리를 하면 맛이 없다고 한다. 특히 특정 재질의 팬을 강조하는 분등이 이러한 경향이 있는데, 일정 부분 맞는 이야기이도 하지만 오해의 부분도 분명히 있다.

우선 다른 팬들과 다르게 코팅팬은 자체 강재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구리팬은 당연히 구리가 중심으로, 스테인레스팬은 당연히 스테인레스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코팅팬은 중심 강재가 스테인 재질인 경우도 있고 알루미늄인 경우도 아예 다른 재질인 경우도 있다. 단지 맨 윗 바닥에 코팅이 깔리면 코팅팬이 되어버린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며 가격에 따라 브랜드에 따라 강재를 달리하여 사용한다.


코팅팬의 중심 강재가 구리라면 어떨까? ‘어떤 미친놈이 그런 걸 만들어?’라고 할 수 있지만 무려 모비엘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경우는 코팅팬임에도 불구하고 열 보존율과 전달률이 구리팬과 동일하다.

(사진출처: 모비엘 홈페이지)  모비엘 구리 코팅팬. 돈이 많다면 구매하여 사용해 보자



하지만 이런 고급 코팅팬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일반적으로 코팅이 벗겨지면 재사용이 힘들고 폐기 처분하는 소모성 용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저렴한 재질이라고 할 수 있는 알루미늄에 코팅팬을 비교로 하여서 이런 오해가 많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열의 보존력을 올리려고 스테인이나 구리 등으로 겹 구조를 시도하면 두께가 두꺼워지고 무게도 동시에 무거워진다. 역설적으로 주 타깃인 일반 주부들이 사용하기에는 좋지 못한 무게가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다.


참고로 내가 일하는 업장에서 사용하는 코팅팬은 모비엘 라인 2.7t(27mm) 통 5겹 구조로 처음에 나도 보았을 때 ‘아니 이런 미친 스펙을 코팅팬으로 사용한다고?’ 하면서 놀랐었다. (참고로 코팅이 벗겨지면 버리지 않고 다시 코팅해서 사용한다) 3년이나 사용했지만 멀쩡한 내구성, 아무리 가열하고 찬물에 급격히 식혀도 비틀리지 않는 견고함과 상당한 열 보유력 등등이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코팅팬의 이미지가 얼마나 단편화 되어있는 것인지 정확히 알려 주었다.




고급 코팅팬과 다른 팬의 능력 비교 실험



스테이크를 구울 때 좋다고 알려진 팬은 무쇠팬과 강철팬이다. 둘 다 열보존력이 좋은 강재이다. 무쇠 재질의 꼬꼬뜨와 강철(carbon steel)팬과 위에 서술했던 코팅팬에 각각 소고기 안심을 1개씩만 구웠는데 나오는 결과물을 제대로 구분하기 힘들었다. 5겹 구조로 인한 열보존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이다. 이러한 결과는 인덕션을 사용하여서 추가 열이 올라오는 속도가 빨라서 그럴 수도 있고 1개의 안심만 구워서 그럴 수도 있다.

프랑스 전통 기물인 꼬꼬뜨. 무쇠제질로 만들어 져 있어서 열 보존력이 좋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코팅팬이 무조건 요리를 하는데 하급 강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코팅팬에 이런 인식이 박힌 것은 팬 자체의 결함이라기 보다는 코팅팬의 소모성과 코팅팬을 원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모여서 그렇게 되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코팅팬으로 구운 등심. 냉장고 속에서 바로 꺼낸 차가운 상태의 등심을 동시에 3장을 구웠음에도 불구하고 코팅팬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시어링 상태를 보여준다.



코팅팬의 단점


그러면 중심강재가 좋은  코팅팬은 단점하나 없는 최고의 팬일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코팅팬의 유해물질로 논란이 되는 과불화합물(PFCs)은 탄소와 불소가 결합된 물질로 우리에게는 ‘테플론’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물질들이 아직도 유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이유 하나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스테인레스나 구리팬을 사용하는 주부도 있다.


그리고 코팅의 벗겨짐 현상도 문제이다. 열이나 염분 때문에 벗겨진다고 알려져있다. 열보다는 염분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는 하는데 막상 고열로 팬을 가열하다보면 열때문에 코팅이 극적으로 벗겨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잼등이나 설탕등 100도가 훨씬 넘는 음식을 하거나 스테이크등을 만들다 보면 이러한 현상을 가끔씩 마주칠수 있는데 이러한 것이 음식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을수가 없다. 그리고 팬의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실상 코팅이 벗겨지면 쓰레기와 다름없는 물건인지라 몇달 사용하다보면 폐기를 해야한다. 이러한 점은 코팅팬의 분명한 단점이다.


연기가 날정도로 가열하여 사용한 코팅팬의 벗겨짐 현상





코팅팬에 어울리는 요리



가정에서 많이 보이는 ‘일반적인 코팅팬’ 은 보통 가격과 무게의 이유로 인하여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져 있는 경우가 많으며 열 보존력과 전달력은 구리팬등에 비교하면 좋지 못하다
그럼 이런 특성을 가진 ‘일반적인 코팅팬’에 어울리는 요리는 무엇일까?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잘 달라붙는 요리, 두번째는 섬세하여 조금만 건들면 부서지면서 굽는 정도의 스트라이크 존이 매우 좁은 요리이다.

이러한 특성이 부합되는 가장 큰 요리는 달걀 요리이다. 달걀은 열을 가열하는 정도에 따라 굳기가 정해지며 특히 흰자의 달라붙음은 말도 못 하게 심하다.


 

달걀후라이는 흰자가 붙는 성질에 의하여 코팅팬에 가장 어울리는 요리가 된다.


코팅팬의 열 전달력이 느리다는 점은 오믈렛을 제외한 달걀 요리가 약불에서 서서히 조리가 시작된다는 점과 좀 더 천천히 요리가 되어 스크라이크 존을 넘지 않게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큰 단점이 아니다. 보존율이 낮은 것도 역시 단점이 아니다. 비교적 큰 열기가 필요한 오믈렛 조차도 스테이크 같은 요리처럼 많은 열기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하다.

달걀 프라이, 스크램블 등이 달라붙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장점이다. 달걀이 달라붙어서 강제로 뒤집게 등으로 때 내다가 노른자가 다 터지는 섬세한 특성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달걀프라이를 뒤집는 팬이 가벼워서 스냅만으로 뒤집을 수 있다는 점도 요리를 만드는 속도 상승의 이점이 크다. 무쇠팬으로 달걀 프라이를 한다면 무거운 팬 때문에 스냅으로 뒤집기가 힘들어 뒤집게가 강요되며 그만큼 조리 속도가 떨어질 것이다. 스크램블을 한다면 코팅팬으로는 그냥 접시 위에 재빨리 올리면 되지만 무쇠팬 위에서 주걱으로 계란을 푸는 동안 여분의 계란이 오버쿡 될 것이다.


분명히 스테인레스 팬이나 무쇠팬 등에서도 달걀 프라이를 붙지 않고 할 수’는’ 있다. 많은 전 세계 유튜버들이 자랑하면서 그 모습을 보여준다. 

강철(carbon steel)팬으로 조리시 달걀후라이가 붙은 모습. 예열을 조금만 실수하면 저런 현상이 나온다. 



하지만 3시간 정도의 한정된 시간 안에 200 인분 이상의 달걀 요리를 맞춰내야 하는 호텔 조식에서는 굳이 예열을 제대로 안 하면 달라붙는 팬을 이용하며 ‘난 스테인레스로 달걀프라이 할 수 있어’ 하면서 정신 승리하면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한 번이라도 예열이 충분히 안된 팬을 사용한 순간 달걀은 바닥에 달라붙고 지옥을 맛보게 된다. 한순간의 실수로는 너무 가혹하다. 설상가상으로 non oil의 흰자 오믈렛 주문이 들어온다면?  스테인레스팬에 오일 없이 흰자 오믈렛이라니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위에 메뉴는 과장이 아니라 적어도 호텔에서는 하루에 한 번 이상 들어오는 달걀 주문이다.

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흰자 오믈렛. 요령을 모르면  코팅팬이라도 엄청나게 달라 붙는다. 




달걀 말고는 어떤 음식이 어울릴까? 생선중에 섬세하여 조금만 잘못 만지면 부서지는 금태 등의 생선도 어울린다. 익히는데 큰 열이 필요하지 않고 잘못 뒤집으면 다 깨져버린다. 관자처럼 기름을 사용하면 시어링 색이 잘 안 나고 속이 금방 익어버리는 식재료도 코팅팬이 어울린다. 코팅팬에서 기름을 넣지 않고 가열한 다음 관자를 잠시만 시어링 해주면 멋진 골든 브라운 칼라가 나고 속은 촉촉한 관자가 완성된다.




코팅팬을 사용하면 좋은 사람


만일 가정에서 코팅팬을 사용한다면 두툼한 스테이크를 제외한 어떤 음식에 사용해도 큰 결과물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스테이크 조차 위의 예에서 보았듯이 보존력이 좋은 두꺼운 코팅팬을 사용하면 1인분 분량은 충분한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다.



특히 고급 구리팬이나 스텐펜은 진짜 주부가 쓰기에 너무 불편하다. 음식이 조금 더 맛있어지면 뭐하나. 무게 때문에 손목 다 나가고 음식 붙어 스트레스만 더 받는데. 음식 하는 것 자체를 엄청나게 즐겨서 좋은 팬을 사용하는데 희열을 느끼거나 프로 레벨로 음식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아닌 이상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



코팅팬은 가정에서 요리에 스트레스를 받기 싫은 주부에게 강력 추천한다. 음식은 달라붙지 않으며 청소도 편하다. 음식 결과물이 최상은 아니지만 맛나게 나온다. 만일 기존 코팅 팬의 결과물이 마음에 안든다면 우선 고급 코팅팬을 사보는 것도 추천한다. 코팅팬에 대한 오해가 사라질 것이다.


전문적으로 요리를 하는 요리사에게도 만드는 요리 종류에 따라 반드시 필요하다. 팬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실력 없는 요리사가 쓰는 팬이 아니다.



요리를 할 때 강재는 상하 관계가 아니다. 각각의 상황과 요리에 맞는 제품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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