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류(cookware)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재
스테인레스는 전체 팬, 냄비류(cookware) 시장에서 가장 압도적인 비율을 자랑하는 강제일 것이다. 당장 아무 가정에나 들어가서 찬장을 열어보면 대부분의 냄비류들은 스테인레스 재질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그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녹에 강한 성질 때문이다.
스테인레스는 stain+Less의 합성어이다. 스테인(stain) 은 오염 혹은 얼룩, (less)는 없다 의미다. 이름 자체가 녹이 없다는 것을 명시하는 재미있는 강재이다. 사실 이름과도 같이 스테인레스는 녹이 전혀 안 나는 것이 아니라 적게 난다. 바닷가 근처에서 살거나 소금기가 있는 물에 칼 등을 계속 담가보면 확실하게 녹이 생기는 스테인레스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다이버용 나이프는 스테인레스가 아니라 녹에 극히 강한 티타늄으로도 만든다.
팟(pot: 냄비)등의 조리기구들은 수분이 많이 들어가는 조리법을 사용한다. 국이나 수프 등의 음식의 주재료는 물이다. 이런 국에 스테인레스 재질의 강재는 최고의 내부식성(녹에 견디는 능력)으로 큰 만족감을 준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전체 쿡웨어에서 냄비류 등은 사실상 스테인레스로 통일되어버렸다. 이 강재의 가장 큰 장점이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순수한 스테인레스는 기본적으로 열 전도율과 보존율이 좋지 못하다. 전도율의 경우 알루미늄과 비교해도 10배 이상, 구리와 비교하면 20배 이상이 차이가 난다.
재미있는 점은 쿡웨어를 제외한 다른 물질에는 커다란 장점이었던 포인트가, 쿡웨어로 오는 순간 엄청난 단점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쿡웨어에서 사용되는 강재중에 가장 인기가 있는 강재이니 만큼 스테인레스 태생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한 수많은 고급 스테인레스 쿡웨어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스테인레스 고급 제품은 3-5중 클레드 (clad: 겹구조) 중간에 알루미늄을 넣는다. 여기에서 3-5중 클레드로 두께를 높인 점은 열 보존율을 올려준다. 그리고 중간 강재에 열전달율이 높은 알루미늄을 이용하여 모자란 열 전달율까지 보충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테인레스 제품은 다른 강재와 다르게 가격대가 저렴한 제품부터 비싼 제품까지 천차만별이다. 업그레이드가 된 고급 스테인레스팬은 확실히 만능팬에 가깝다. 열전달율, 보존율도 기본 이상에 녹도 안 쓸고 관리도 쉽다.
단지 코팅팬과 다르게 코팅이 안되어 있으며 무쇠팬이나 강철팬같이 시즈닝이 불가능하여 조리할 때마다 자체 기름 코팅을 해줘야 한다. 방법은 불에 올리고 1~2분 정도 약중불에 올린 후 기름을 넣은후 1분 정도 불에서 내려놓다가 팬을 움직일 때 기름이 물결무늬처럼 모양이 날 때 조리하면 된다. 이 상태에서 조리를 하면 붙지 않는 달걀후라이도 가능해진다.
그러면 스테인레스의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 스테인레스는 보관이 쉽다. 단순히 녹이 안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얼룩 등이 나지도 않고 수세미와 세제만 사용하면 보기 좋은 은빛이 난다. 수세미 등의 스크레치나 충격에 대한 찌그러짐에도 강하며 내구성도 좋다. 요즘 가정에서도 기본이 된 식기세척기도 무리 없이 사용 가능하다. 거기에다 인덕션에도 사용 가능한 제품들이 많다. 일반가정 및 업장에서도 관리가 매우 쉽다.
그리고 음식이 안전하게 조리된다. 코팅팬의 유해성이나 알루미늄, 무쇠팬 등에서 흡수되는 금속 등에서 오는 논란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특히 산성이 있는 토마토 같은 재료를 중금속 침출없이 안정적으로 조리 가능하다는 점은 엄청난 장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적어도 한국에서는 다른 팬에 비해서 오래전부터 고정 팬층이 확실하게 존재한다. 스테인레스팬으로 모든 음식을 해 먹는 주부들도 상당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내 기억으로는 대학생 때 ‘스텐 펜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네이버 까페가 있었고 거기서 달라붙지 않는 달걀 후라이를 배웠었다. 내 나이로 역산을 해보면 적어도 20년 가깝게 쌓인 두꺼운 팬층이 있다는 소리이다.
기본적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스테인레스 제품의 가격대가 천차만별인 이유도 스테인레스 자체가 저렴하기에 가능한 소리다. 구리 같은 재질은 제아무리 저렴한 브랜드라도 20만원대 중후반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로 코팅이 너무너무 번거롭다. 구리팬도 스텐팬과 같은 과정의 코팅을 해야 하지만 구리의 열전도율이 높다는 특성상 더욱 빠르고(1-2분이면 가능) 쉽게 코팅이 가능하지만 스테인레스팬은 예열시간을 정확히 지키지 않으면 무참하게 달라붙는 음식을 보면서 당황하게 된다. 특히나 성능이 좋지 못한 스테인레스팬일 경우 더더욱 예열시간을 민감하게 준수해야 한다.
겨우 3분이라고 하지만 익숙해지지 않으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며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도 ‘이 정도면 되었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음식을 넣은 후 된통 당하는 일이 생긴다.
같은 코팅방법임에도 불구하고 구리에서는 매번 코팅하는 것이 큰 단점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스테인레스팬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팬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성향 차이 때문이다. 구리팬의 비싼 가격과 귀찮은 관리를 감내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저 정도 코팅의 번거로움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느낌이다. 하지만 관리가 엄청 편하고 욕심만 안 부리면 저렴한 구매가 가능한 스테인레스팬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저러한 번거로운 코팅은 큰 단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유튜브 등에서 달걀 후라이 영상 한번 보고 충동적으로 구매를 하면 미처 팬에 적응하기도 전에 찬장으로 들어가서 자리만 지킬 확률이 높아진다. 혹시나 고급 스테인레스팬을 구매하고 싶은데 본인의 성향과 맞을지 궁금하다면 집에 가지고 있는 스테인레스 냄비등에 몇번 시도해보고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론만으로 뚝딱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절때' 아니고 반복숙달된 경험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는 만능이지만 대부분의 요리에 특화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스테이크? 고급 스테인레스 팬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연기가 펄펄 나는 열에도 뒤틀림이 없고 마이야르 현상도 잘 나온다. 하지만 높은 열보존율을 가진 무쇠나 강철팬이 결과물은 더 잘 나온다. 파스타? 역시 잘 나온다. 하지만 열전달율이나 가벼운 무게등으로 알루미늄 팬이 만들기도 쉽고 더 잘 나온다. 볶음류? 높은 열전달율로 구리팬, 중식볶음류라면 당연히 강철팬이 더 잘나온다. 찜이나 스튜는 무쇠로 만든 꼬꼬떼가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달걀 요리? 누가 생각해봐도 코팅팬이다. 수분이 많이 들어가는 국등에 좋은 강재이긴 하지만 그것은 안정성에서의 문제지 맛이 좋아지는 문제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고급 브랜드 스테인레스 쿡웨어의 가격이 일반적인 상식 밖으로 비싸다. 스펙을 보면 이해는 가지만 그 가격만큼의 능력치가 있느냐고 질문을 한다면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특히 7중 프라이팬이나, 5중에 중심강재가 구리가 들어간 제품의 경우 ‘으악! 차라리 이 가격에 무게면 구리팬 하나 사고 말지’라는 생각을 한적도 있다.
스테인레스는 수분이 많은 요리를 할 때 가장 큰 장점을 발휘한다. 적어도 이 강재로 요리를 하면 맛이 훨씬 좋아지거나 하지는 않지만 내부식성과 안정성에 있어서 많은 신뢰도를 준다. 특히 한식의 국류를 만들때 큰 힘을 발휘한다. 한식의 국이나 찌게는 간장, 된장, 고추장등이 반 필수적으로 들어가며 이 식재료들은 어지간한 강재로는 감당하기 힘든 염분과 산의 성분이 들어있다.
우리 선조들은 분명 무쇠솥으로 국을 끓였을 것이다. 무쇠솥은 스테인레스보다 우수한 열 보존력과 무거운 뚜껑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국을 끓일때 열에 의한 대류작용이 보다 활발이 발생하여 더욱 빠른 속도로 국이 완성된다.
음식이 더 맛있게 완성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철과 산과 열이 반응하여 철의 이온을 섭취하였을 거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철분 섭취가 힘들었던 옛날에는 철분부족에 시달리지 않게 도와주는 좋은 점이었을수도 있겠지만 중금속의 유해성 논란이 있는 현대에서는 더이상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스테인레스는 한식에 상당히 좋은 강재이기도 하다.
이 팬을 추천하는 사람은 요리하기 전 번거로운 코팅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딱 하나의 팬으로 모든 음식을 해 먹고 싶은 사람이나 기물 관리에 큰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사면 좋을 것이다. 나도 한동안 집에서 모든 요리를 스테인레스 팬으로 만들어 봤고 충분히 사용할만한 팬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특히 중금속 등의 유해물질 논란에 민감한 스탠스를 가지고 있다면 대안이 없는 강재이다. 이 경우는 더 이상 만족스러운 팬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