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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Mar 27. 2021

본인에게 맞는 칼의 길이

적당한 길이의 칼이란?


 보통 처음에 칼을 사는 요리사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무엇일까? 내가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은 ‘초보에게 추천할 만한 나이프’ 추천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적당한 길이의 칼’의 추천이었다.  적당한 길이라는 의미가 엄청나게 많은 변주를 포함하고 있다. 본인의 작업환경에 따라 칼의 길이가 천차만별로 틀려질 수 있다. 본인의 선호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21~24cm - 다양한 식재료를 손질 가능한 무난한 사이즈


 하지만 일반적으로 많은 요리사들은 첫 칼 구매 시 21-24cm 칼을 추천한다.  

왜 그런 것일까? 우선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칼의 사이즈가 짧을수록 다루기가 쉽고(과도를 생각해보자) 사이즈가 길수록 다루기가 힘들어진다.

 21cm라는 크기는 한 뼘 정도의 사이즈라 다루기가 힘들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다룰 수가 있다. 대부분의 도마 사이즈(30cm 정도)와도 크기 비율이 잘 맞는다.  손에 부담이 적으며 도마와 사이즈도 잘 맞으며 대부분의 재료 손질에 적합하다는 소리이다.

  주부 대상인 경우는 약간 이야기가 틀려진다. 시중에 나오는 대부분의 칼의 길이는 18~21cm이다. 가정의 상황에 따라 21cm도 부담스러울 수가 있기도 하고 악력이나 손의 크기 등이 요리를 업으로 삼은 요리사에 비하자면 작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24cm, 나의 어머니는 21cm를, 내 와이프는 18cm를 선호한다.

왼쪽: 15cm 유틸리티 나이프/ 오른쪽: 21cm 쉐프나이프 - 도마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사용할때 부담이 없다.




15cm의 칼의 경우 - 섬세한 작업이 많을 경우


 그보다 작은 사이즈의 칼인 15cm 정도의 유틸리티 나이프와 비교해보자. 유틸리티 나이프는 21cm 쉐프나이프와 과도의 중간 사이즈로 영어 표기 그대로 '다용도' 나이프이다. 유틸리티 나이프로도 21cm의 대부분의 작업을 할 수 있다. 10cm 정도의 과도가 하는 역할인 과일을 자른다거나 오밀조밀한 섬세한 요리를 하기에도 매우 좋다. 하지만 당근이나 무등의 단단한 식재료를 자르거나 고기 다지기 등에 좋지 못하다. 칼 자체가 가볍고 핸들의 그립력이 약한 편이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칼은 본인이 일하는 업장이 미슐랭 스타급의 다이닝이라면 매우 사용할 일이 많아지고 필수에 가까운 칼이 된다.  

왼쪽: 10cm 페어링 나이프(과도)/ 오른쪽: 15cm 유틸리티 나이프 - 유틸리티는 과도와 쉐프나이프 영역 두 가지 일이 가능하다.




27cm - 대량의 식자재를 다루는 경우


27cm 이상의 칼은 어떨까. 기본적으로 편하게 사용하기는 너무 길다. 도마 위에 놓아도 삐져나오는 공간이 많으며, 특히 본인의 작업 공간이 좁다면 거의 재앙에 가까운 걸리적거림을 자랑한다. 하지만 수박, 파 10단, 무, 고기 덩어리 등의 엄청나게 큰 덩어리의 식재료 등을 한 번에 자르는데 좋다. 보통 연회처럼 대량 조리를 하거나 부쳐(고기 정형) 파트에서 주로 사용하는 사이즈이다.  

27cm 스지히끼. 길이가 길어서 도마를 한참 벗어난다. 공간 자체가 좁다면 굳이 구매해서 후회하지 말자.



길이에 따른 차이 정리


*15cm 이하 : 짧으면 다루기가 편함/ 단단한 식재료 자를 때 힘듬/ 오밀조밀한 식자재 자를때 좋음


*18-21cm          


*24cm이상: 길어지면 다루기가 힘듬/ 작은 식재료 자를때 세밀함이 떨어짐/ 주변 공간이 작으면 불편



- 가정에서만 사용하는 주부의 경우 18~21 cm

- 요리사가 사용하는 기본적인 칼의 사이즈 21-24cm

- 오밀조밀한 작업을 많이 하는 다이닝에서 근무한다면 15cm 이하

- 대량 작업이나 고기 등을 다룬다면 27cm 이상


 우선 구매 전에 본인이 일하는 선배들이 어떤 사이즈의 칼을 사용하는지 잘 기억하고 거기에 맞는 칼을 사면 큰 후회가 없을 것이다. 보통 경험적으로 가장 작업에 편한 나이프를 가지고 와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만일 처음 칼을 구매하는데 21cm와 24cm의 사이즈 중 하나가 고민되어 무엇을 사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업장이 좁아 칼이 걸리적 거리지 않는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은 24cm를 권한다. 보통 처음에 구매한 칼보다 작은 사이즈는 금방 적응하지만 큰 사이즈의 칼은 적응이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일한 첫 업장의 칼 사이즈는 27cm였다. 그게 얼마나 긴 건지 힘든 건지도 모르고 적응하다 보니 폭넓은 칼을 편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편견 없이 상황에 맞는 칼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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