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안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매일 전 세계 15만 명의 사람들이 죽는다고 한다. 각자의 사망 이유, 사망 시간도, 장소도 다르듯, 오랜 시간 힘겹게 투병 후 사망을 할 수도, 휴가 중에도 사망할 수 있고, 그곳이 크루즈가 되지 않으란 법은 없다.
크루즈에서 사망은 어쩜 상상도 안 해봤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가뭄에 콩 나듯 접하는 소식은 아니다. 법의학자 & 트라우마 서비스 브로워드 카운티 오피스( Broward County Office of Medical Examiner and Trauma Services)는 크루즈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마이애미 포트 로더데일의 포트 에버그레이드에 정박하는 모든 크루즈선들이 크루즈 안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반드시 보고 해야 하는 기관이다. 이 곳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17년 사이에 포트 로더데일에 도착했던 크루즈선에서 접수받은 사망자의 수는 91명이라고 한다.
전 세계 구석구석을 항해하는 크루즈선들의 모든 사건사고를 한 곳에서 수집하지는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크루즈 선사마다 사망자의 수가 어떻게 되는지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크루즈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크루즈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지는 않지만, 승선 생활 중 한 번만 겪어본 일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크루즈선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고는 아니다. 퇴직 후 크루즈선에서 몇 개월씩 여행을 즐기기도 하며, 또한 남은 여생을 크루즈선에서 보내고 싶어 하는 승객들, 즉 크루즈선 중에서 특히 나이 때가 꽤 높은 연령층의 승객들이 다수 승선하고 있는 크루즈선이 있는데, 이런 크루즈 선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 비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사망 원인의 대부분은 ‘돌연심장사’다. 그러나 암 말기 환자가 크루즈 여행 중에 사망했다 하더라도, 사망 그 자체는 여전히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일 테며, 같이 크루즈 여행을 하고 있는, 아니 육지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큰 충격일 것임은 분명하다.
상상만으로도 슬픈 일이지만 만약 같이 크루즈 여행을 떠난 동행자가 사망을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망자의 시신은 어떻게 되고? 사망한 승객과 함께 여행 중이었던 나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만약 동행중인 여행자가 크루즈 여행 중 사망을 했을 경우 크루즈선마다 케어팀 care team혹은 의료팀 medical team과 같이 선내 의료 사건 사고를 담당하는 팀이 있어, 그 팀이 승객의 사고 수속을 도와준다. 사고 내용과 경위 등을 먼저 기록할 것이며, 시신의 수송방법 및 본인의 귀국 절차를 도와준다. 관련 수속을 알아보고 진행하는 동안 시신은 선내의 영안실(shipboard morgue)에 모셔둔다. 선내의 영안실이라니. 아마 상상도 못 해 봤을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다를 항해하는 각 크루즈선은 시신을 담는 시신 백(사체낭: Body bags)과 영안실이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육지에 있는 병원처럼 영화 속에서 본 것처럼 큰 규모의 영안실과는 다르다. 응급사고를 위한 시설이다 보니 규모도 작고, 담당자가 아니면 찾기도 어렵다. 그리고 선사마다 규정은 다르지만, 시신은 최대 일주일까지 영안실에 모셔 둘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과 크루즈선이 기항지로 혹은 모항으로 정박할 지역 혹은 크루즈선이 등록된 국가의 법, 규정에 따라 시신 수송과정이나, 사망사고 수속 방식, 절차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발생 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시신을 하선할 수 있도록 선사가 관련 지역의 담당기관과 협조할 것이며, 그리고 사고가 일어난 지역에서도 최대한 빨리 시신을 하선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시신을 며칠 동안 보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시신의 수송, 귀국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나, 사망사고와 관련해서 진행하는 수속비용은 선사나 수속을 처리하는 해당 나라 영사관에서 지불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생한 비용처리는 승객이 가입한 여행자 보험 혹은 개인 보험사에 문의해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에서 사망사고와 관련해 필요로 하는 서류가 있다면 선내의 케어팀의 도움으로 보험사에 전화를 해서 미리 필요한 서류를 알아보고, 선내에서 구비해서 하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크루즈 여행 중 사망이라니.. 상상도 하기 싫고, 앞으로 있을 크루즈 여행 중 만나고 싶지 않은 사건, 사고일 테지만 어떤 방식의 여행을 하더라도, 어디로 여행을 가더라도 사건, 사고는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늘 조심하고 주의해야 할 것이며, 사망이 아니더라도 만약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여 보험도 준비해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망’이라는 단어는 어떤 긍정적이고 화려한 형용사로도 괜찮게 꾸밀 수 없고, 가볍게 만들 수 없는 단어인 것 같다. 아무리 화려하고 낭만적인 크루즈 위에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8년 전 한 크루즈에서 근무 중일 때 “바다를 보면서 여생을 마치는 것도 행복할 것 같아요.” 라며 옅은 미소를 보이며 대화를 나누었던 노부부를 떠올리면 죽음이 조금은 괜찮을지도, 그 슬픔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그 노부부가 보고 있었던 바다는 정말 평온했던 것 같다.
@Written by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