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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컴퍼스 Jan 11. 2020

#3 영어에서 선박은 왜 He가 아니라 She 일까?

선박과 여성의 연관성

크루즈를 사진으로 처음 보던 날 같이 사진을 보던 외국인 친구가 말했다.


“She looks beautiful, doesn't she? (그녀는 너무 이쁘지 않아?)”



그때는 왜 크루즈를 사물을 지칭하는 It이 아닌 사람, 그것도 남자도 아닌 여자를 지칭하는 She를 쓰는지 관심이 없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크루즈를 보며 She라고 지칭하는 것을 들었지만 단순히 크루즈가 여자처럼 너무 아름다워서 그렇게 표현했거니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크루즈 산업에서 일을 오랫동안 하게 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루즈뿐만 아니라 선박을 통틀어 She라고 지칭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되었고, 그때부터 궁금해졌다. 왜 크루즈는, 아니 선박은 It이 아닌, He도 아닌 She 인지 말이다.


먼저 구글에 Why are boats called a She, Why are ships female 등 왜 선박은 She를 사용하냐, 여성명사냐 라는 질문들을 검색해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와 관련된 적지 않은 동영상, 글과 의견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여자처럼 예측 불가하기 때문에”, “여자처럼 관리하는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라는 농담부터 “여자처럼 이쁘고 몸매가 좋을수록 값이 비싸기 때문에.” 와 같은 성적 발언과 묘사까지 그리고 과거 선박의 탄생 의미부터 역사적 배경까지 많은 견해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중 몇 가지 개인적으로 신빙성이 있고, 흥미로운 견해들이 있어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아이다 크루즈 (Photo by Micheile Henderson on Unsplash)


왜 선박은 여성명사일까?


이유 1.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여성의 이름을 선박의 이름으로 지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몰고 다니는 차를 ‘애마’라고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고, 가끔 자신의 차를 부르는 애칭, 닉네임이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만큼 자신이 타고 다니는 교통수단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라고 볼 수 있다. 현재는 차이지만 과거에는 말이 애마였을 테며,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선박까지 이 모든 교통수단들은 주인들에게는 애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과거에 선원이라는 직업은 대부분 남성들의 직업이었고, 남성들은 자신의 선박에게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이나,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여성의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배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표현했다고 한다.



이유 2. 옛 선원들은 선박을 여신, 어머니로 비유함으로써 선박과 선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지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잔잔한 파도와 따스한 햇살이 맞이해주는 아름다운 항해 여정도 있었겠지만, 대서양을 건너야 하는 긴 여정, 먼바다로 나가 일을 해야 하는 경우, 선원들은 긴 시간 집과 가족을 떠나 있어야 했다. 그리고 긴 시간 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늘 잔잔한 바다만 만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선원이라는 직업에는 ‘거칠다.’, ‘위험하다.’ , ‘세다.’와 같은 수식어 구들이 붙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외로움을 이겨내고, 거친 풍랑을 뚫고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이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지금은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기술도 발달되었고, 날씨 관측도 정확하게 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선원들이 안전히 항해하고 귀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이자, 이수하기 어려운 임무이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선원들에게 바다 위 집이 되어주는 선박에게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신 Diana (다이애나) , 영국 여왕 Queen Elizabeth(퀸 엘리자베스), Queen Mary(퀸 메리), Queen Victoria(퀸 빅토리아)라는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어머니의 품 안에서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위대한 여성, 여신의 이름을 한 선박은 선원들에게 항해의 길잡이가 되어준다고 믿었는데,  1492년 당시 콜럼버스가 52명의 남자 선원들과 대서양을 횡단할 때 승선했던 선박의 이름이  La Santa Maria (라 산타 마리아)라는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과거에는 선박이 건조되고 나면 선박을 보호하고, 은총을 내려줄 상징적인 여성을 선박의 God mother(대모)를 선정하여 그 여성이 선박의 세례식과 명명식을 거행했고 그 의미를 그대로 받들여 지금도 세례식과 명명식은 선박의 건조 다음으로 중요한 의식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유 3. 영어의 어원과 문법적인 이유와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항해 용어 중 There she blows" (or "Thar she blows!")라는 말이 있다. 이 문장은 선박에서 고래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물줄기를 뿜거나, 배를 공격하는 안 좋은 징조가 보일 때 다른 선원들에게 그 상황을 알리는 신호다. 그리고 이 문장은 모비딕이라는 머리가 흰 거대한 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선장 에이햅(Ahab)의 복수 담을 담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장 속의 She가 있다는 이유로, 또한 선원들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게다가 이 소설이 출판되었던 해가 1851년이니 선박과 She의 연관이 있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혹시 선박을 여성으로 지칭하는 내용이 없는지 찾아본 사람이 있었는데 마침 소설 속에는 에이햅이 타고 다녔던 선박, ‘피쿼드’가 등장하는데 피쿼드를 묘사하는 한 문장을 찾을 수 있었고, 그곳에 She라고 선박을 지칭했다고 한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서양 언어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라틴어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단서가 되기도 한다. 라틴어로 선박은 ‘Navis’라고 하며, 이는 여성명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선박이 건조된 곳이 프랑스령이었기 때문에  명사에 성별이 있는 프랑스어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이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수록된 기록을 찾아보면 약 1380년부터 선박을 “She”라고 지칭했다는 기록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사전에는 “프랑스어 단어의 문법적 성별이 해석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The grammatical gender of the French words…may have influenced the translators.)라는 문장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로써 선박이 왜 여성 명사가 되었는지는 그 어원을 통해 이유를 밝혀볼 수 있다.






위의 세 가지 이유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선박이 여성명사로 불리게된 이유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해서 당시 선박에게 퀸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지어줬는데, He라고 부르면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  (여기서 독자들이 같이 웃어주셔야 하는데...;;;;)


최근 들어 선박을 더 이상 She가 아닌 It으로 지칭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거 선원들의 대부분이 남성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여성들이 선박에서 다양한 포지션으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성과 선박을 성적으로 비유하는 사람들 때문에 She에서 It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게다가 과거에 여성 이름을 지어 불러줬던 과거와는 달리 20세기에 들어서는 선박의 내부 분위기와 외관의 모습으로 선박과 어울리는 이름, 의미가 있는 이름 짓기도 하며, 선사 마케팅의 도구로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특이하고 화려한 이름을 짓기도 한다. 그리고 대모(God mother)의 변화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는 대모만 있었던 반면, 요즘은 대부(God Father) 도 있고, 대가(가족, God Family)도 있다.


개인적으로 선박(특히 크루즈)은 엄마의 품, 집처럼 포근한 곳이기도 하며, 파도를 뚫고 항해하는 선박의 모습을 상상하면 용감한 여전사 같기도 하기 때문에 it으로 불리지 않고 she로 불리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선박이 She로 불리게 된 이유는 있지만 정해진 답은 없듯이 그저 내가 생각하는 선박의 이미지는 무엇인지, 나에게 선박은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보고 내 마음이 닿는 대로, 내가 생각하는 선박의 모습을 상상하며 He, She, It이라 부르면 된다고 생각한다.


@Written by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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