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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컴퍼스 Jan 20. 2020

#5 입술과 아이라인이 매력적인 그녀, 아이다호

아이다 크루즈 소개

육지 위의 호텔이나 리조트를 지을 땐 정해진 토지의 면적에 따라, 토지의 모양에 따라 건물의 모양이 달라지거나, 건축에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바다 위 크루즈를 띄울 땐 정해진 면적도, 모양도 없지만 건조되는 크루즈의 선체는 비슷하다, 즉 틀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크루즈 선사들은 크루즈의 선체 모양, 디자인을 가지고 차별성이나, 독특함을 논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선체에도( 아니, 오히려 비슷비슷하기에) 선체에 선사들만의 색깔을 입히고 싶어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노르웨지안 크루즈 라인, P&O크루즈 라인은 선체 아트를 그려 넣기 시작했고, 또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독일 크루즈 선사 아이다(AIDA) 크루즈 라인의 입술과 눈도 탄생할 수 있었다.



아이다 크루즈는 독일 북동부 발트해 연안에 있는 항구 도시, 로스토크에 본사가 위치한 독일 선사이다. 1960년 독일 Deutsche Seereederei라는 회사로 크루즈 세상에 뛰어들었으며, 1990년에 Seetours of Bremen and cruises에 흡수된 후, 10년 뒤, 2000년. P&O 프린세스 크루즈에 흡수되었다. 이후 2003년 P&O 프린세스 크루즈가 세계 크루즈 시장 점유율 1위의 기업인 카니발 코퍼레이션에 인수, 합병되면서 자연스럽게 카니발 코퍼레이션의 식구가 되었고, 2004년 Deutsche Seereederei에서 아이다 크루즈로 이름이 바뀌면서 재탄생했다.


아이다 크루즈에는 유럽 국가에서 온 승객들이 대부분이며, 선내에선 독일어가 모국어라고 할 정도로 독일어를 기본으로 모든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래서 아이다 크루즈의 여행후기를 보면 독일어를 하지 못하면 조금 불편할 수 도 있다는 후기를 종종 볼 수 있다. 2018년에 마지막으로 건조된 AIDAnova까지 해서 총 13척의 크루즈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총 3척의 크루즈선을 식구로 맞이할 계획이다.



아이다 크루즈는 바다 위의 클럽메드라고 해도 될 정도로, 클럽 리조트 콘셉트를 그대로 바다 위에 올려놓았다. 그래서 젊은 층의 크루즈 승객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물론 휴가시즌에는 가족단위로 여행을 오는 승객들이 많지만, 대체로 승객의 연령대가 낮은 편이라고 하니 젊은 부부, 친구끼리 갈 수 있는 크루즈로 추천하고 싶다. 게다가 독일 하면, 맥주, 소시지라고 할 수 있는데, 독일 승객을 타깃으로 한 크루즈인 아이다 크루즈에서는 독일 전통 맥주와 소시지를 제공하니 그야말로 독일에 있는 클럽 메드라고 해도 충분할 것이다.


'바다 위 독일 클럽메드'가 아이다 크루즈의 소프트 웨어를 묘사한다면, 하드웨어를 묘사하기 위해선 이 문장 하나면 충분하다. 바로, '입술과 눈이 그려져 있는 크루즈'.라고 말이다.


만약 주변 사람에게 아이다 크루즈를 설명하고 싶은데 도저히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면 그냥 '입술이 그려져 있는 크루즈'라고 하면 유럽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 아이다 크루즈.'라고 할 것이다. 그야말로 아이다 크루즈는 매력적인 입술과 눈이 그려진 크루즈로 크루즈 세상에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멀리서 봐도 입술, 눈이 선명해서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크루즈이기도 하다.





혹시 아이다 크루즈의 13척 크루즈선에 그려진 눈과 입술이 다르게 생겼을까 궁금해서 사진으로 비교를 해보지만,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이다가 보유한 총 13척의 크루즈 선 중 대부분이 독일 Meyer Werft 회사가 건조하거나, 핀란드의 Kvaerner Masa-Yards 회사가 건조한 것에 반해, 유일하게 2016년 미츠비시에서 건조한 AIDAprima호의 입술은 일본 게이샤의 화장법을 닮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다 크루즈가 왜 다른 그림이 아닌 눈과 입술을 그려 넣었을까?


그 이유는 이 선체 아트를 기획한 예술가 펠릭스 버트너(Feliks Buttner)와 관계가 있다. 당시 펠릭스는 선체 아트를 기획하면서 이집트 국왕이 수에즈 운하 개통 기념으로 베르디에게 의뢰했던 오페라 <베르디의 아이다, Aida of Verdi>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 오페라에서 나오는 에티오피아 공주의 이름이 아이다(AIDA)였고, 관자놀이까지 뻗었던 긴 눈썹과 아이라인 그리고 두꺼운 입술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이 오페라 속의 아이다 공주의 모습과 오페라 극본에 영감을 얻어 아이다 크루즈의 선체에 아이다 공주의 입술과 눈을 닮은 그림을 그려 넣기 시작했고, 이 아이다의 입술과 눈은 아이다 크루즈의 아이덴디티가 되었다.



비록 오페라에서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Radames), 에티오피아 공주지만 전쟁포로로 끌려와 이집트 왕궁에서 노예로 일하는 아이다(Aida) 그리고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Amneris)의 삼각관계의 싸움에서 결국 죽고야 마는 아이다지만, 바다 위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항해하며 살고 있으니, 펠릭스가 이러한 이유로 아이다를 선체에 그려 넣은 건 아닌지 궁금해진다.


혹시 언젠가 입술과 아이라인이 매력적인 그녀, 아이다 크루즈를 만나게 된다면 이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길 바란다.


@Written by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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