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크루즈 선사들은 섬을 사는 걸까?
크루즈 여행을 자주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다. 추천하는 크루즈 노선이라… 처음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때는 ‘ 바로 이 노선입니다. ‘라고 확신을 가지고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승무원으로 근무를 하고, 지금도 크루즈 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300척이 넘는 전 세계의 크루즈선과 50가지가 넘는 노선을 전부 타본 것도 아니며, 어떤 크루즈선을 타고 가느냐에 따라 같은 기항지이지만 다른 곳이 되기도 하며, 남들이 좋다고 했던 곳이 나에게는 또 별로인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후로 추천하는 크루즈 노선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으면 기항지 자체가 좋아서, 크루즈선 자체가 좋아서 추천하는 크루즈 노선이 아니라 크루즈이기에 갈 수 있는, 크루즈로 간다면 더 좋을 곳을 추천하는 편이다. 그런 노선에는 크루즈를 타고 피오르드 협곡을 지나 도착하는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에서 마치 걸리버가 되어 소인국에 놀러 온 기분이 드는 북유럽 크루즈가 있고, 또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탄생시킨 곳이자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인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행하는 갈라파고스 크루즈, 그리고 펭귄과 고래를 고양이, 강아지보다 더 자주 보고 빙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남극 크루즈가 있다. 아, 또 그리고 하와이 주변의 아름다운 섬들을 둘러볼 수 있는 하와이 크루즈,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크로싱 크루즈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기항지들을 제치고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크루즈 기항지가 있다. 바로 “프라이빗 아일랜드(Private Island)”이다.
프라이빗 아일랜드란 말 그대로 사유 섬, 사적으로 누군가가 소유한 섬이다. 그렇다면 그 사유 섬은 누구의 사유일까. 바로 크루즈 선사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크루즈 산업에서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선사들, 그리고 시장 점유율, 보유 선박수 및 고객 선호도를 보았을 때 흔히 말하는 탑 10의 크루즈 선사들 중에서 절반 이상의 크루즈 선사들은 섬을 소유하고 있다.
왜 일까?
그 이유는 크루즈로 갈 수 있는 기항지는 다양하지만 제한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 나와있는 크루즈 여행 상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7박-10박의 크루즈 일정이다. 휴가라고 한다면 10일 이상을 크루즈 여행으로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 데다 모항을 기점으로 갈 수 있는 기항 지간의 거리를 계산하면 보통은 7박~10박 사이에 2~4곳 많게는 5곳 이상의 기항지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모항지를 기준으로 제한적인 반경 안의 기항지만 갈 수 있다는 말도 된다. 또한 기항지가 제한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기항지가 반복적이라는 뜻이며, 리핏 게스트(repeat guests) , 즉 재방문하는 승객들이 기항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크루즈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가 좋아서 재방문하는 승객들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곳을 가고 싶어 하는 승객들도 있다. 그래서 크루즈 선사들은 이르게는 1900년부터 자체적으로 기항지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모항지 주변 국가들의 새로운 항구, 기항지들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서 섬을 사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른 국가의 기항지를 개발하게 되면 해당 국가의 규정이 있고, 거주하는 국민들이 있기 때문에 개발하는 것에 한계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섬을 산다는 것은 크루즈 회사 서비스 스탠더드와 색깔을 가진 기항지를 만들게 되는 것, 즉 무에서 유로 크리에이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크루즈로 이와 같은 사유 섬, 프라이빗 아일랜드를 방문한다는 것은 크루즈 여행이기에 더 특별하고 내가 승선하고 있는 크루즈 회사를 더 깊이 알고 그 회사의 서비스나 색깔을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1. 디즈니 크루즈 라인 (Disney Cruise Line)의 Castaway Cay
캐스터 웨이 케이는 바하마 북쪽에 약 1000-acre, 에이커(약 123만 평) 면적으로 월트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으며 오직 디즈니 승객들만 방문할 수 있는 섬이다. 그리고 영화광이라면 기억할 수도 있을 텐데 1984년에 개봉한 영화 ‘스플래쉬’에서 남자 주인공 톰 행크스가 자신의 인어, 대릴 한나를 찾은 곳. 그곳이 바로 이 캐스터 웨이 케이이다.
2.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 (Holland America Line)의 Half Moon Cay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은 1997년 당시 6백만 달러를 지불하고 섬을 샀다고 한다. 그리고 약 2,400-acre(약 300만 평)의 섬이 바로 오늘날 하프 문 케이로 알려져 있다. 홀랜드 아메리카 크루즈는 카니발 크루즈 코퍼레이션이 보유하고 있는 여러 브랜드 중의 하나 이기도 하여 카니발 크루즈의 크루즈들도 이곳 하프 문 케이를 기항한다.
3. 로열캐리비안 크루즈(Royal Caribbean Cruise)의 CocoCay
로열캐리비안의 코코케이는 이미 크루즈 마니아 사이에서는 Perfect Day at CocoCay라고 잘 알려져 있다. 코코케이 앞에 붙는 Perfect Day는 로열캐리비안에서 자체 브랜딩을 하여 만든 테마파크라고 볼 수 있는데 로열캐리비안 크루즈, 그리고 자매 회사인 셀러브리티 크루즈 승객들만 갈 수 있는 이 섬에는 해변, 인공풀장, 짚라인, 워터파크, 열기구 등 다양한 야외 액티비티 시설들이 있어 말 그대로 Perfect Day, 하루를 완벽하게 보내기에 충분한 곳이다.
4. 로열캐리비안 크루즈(Royal Caribbean)의 Labadee
하이티의 북쪽에 위치한 260-acre(약 30만 평) 면적의 사유 해변 리조트를 말한다. 라바디에서는 스노클링, 야외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건 물론이고, Dragon's Breath Flight Line이라고 불리는 150미터의 높이에서 약 790미터 길이의 짚라인이 유명하다.
5. 노르웨지안 크루즈 라인(Norwegian Cruise Line)의 Harvest Caye
하비스트 케이는 2016년 멕시코와 과테말라 사이에 있는 벨리즈라는 국가 정부와 노르웨지안 크루즈 라인이 파트너십을 통해 오픈한 섬이다. 하비스트 케이는 앞서 말씀드린 다른 크루즈 회사의 섬과는 다르게 야외 뷔페 레스토랑이나 오락시설이 없다. 그래서 마치 개인이 소유한 섬처럼, 해변가 앞 빌라나, 풀장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전형적인 사유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6. 노르웨지안 크루즈 라인(Norwegian Cruise Line)의 Great Stirrup Cay
그레이트 스트럽 케이는 바하마의 베리 아일랜드라고 잘 알려진 여러 섬들 중에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로열캐리비안의 코코케이와 근접해 있다. NCL(Norwegian Cruise Line)은 이 섬을 1977년 한 정유 회사로부터 구매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당시 크루즈 회사로서는 첫 번째로 사유 섬을 사유하여 NCL승객들만을 위한 ‘섬 체험’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이기도 하다.
7. 프린세스 크루즈 (Princess Cruises)의 Princess Cays
바하마의 엘류세라 섬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프린세스 케이는 나소(Nassau)에서 약 8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으며 프린세스 크루즈가 소유하고 있다. 1.5마일(약 2400미터) 길이의 하얀 모래 해변으로 유명하며, 워터 액티비티, 레스토랑은 물론이며, 쇼핑도 즐길 수 있다.
위의 총 7개의 섬 이외에도 2019년 11월에 오픈 예정인 바하마에 위치한 MSC 크루즈의 Ocean Cay Marine Reserve도 있다. 오션 케이에는 라이트 쇼, 별 빛 아래에서의 영화 관람 등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하니 오션 케이의 모습도 기대가 된다.
아마 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뭐 특별한 것이 있겠어? 굳이 크루즈를 타고 이름 한번 들어본 적도 없는 섬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여름 사람(여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더욱 섬을 기항하는 것에 큰 흥미가 없을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프라이빗 아일랜드는 내가 타고 있는 크루즈로 아니면 가기 힘든 섬,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특별히 아무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섬이 아니기에 특별한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다른 크루즈선들이 가는 다른 섬들을 가다 보면 각 크루즈 회사별로 소유한 섬들의 특징, 분위기도 다를뿐더러 로열캐리비안의 코코케이 같은 경우는 섬 자체가 테마 파크인 만큼 아이들과 함께 가면 일분일초도 지루해할 틈 없이 완벽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타고 있는 크루즈선 안의 승객들만 있는 섬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마치 섬 위의 또 다른 크루즈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에 아마 한 번은 크루즈로 방문해보면 좋을 기항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타고 있는 크루즈쉽으로 크루즈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섬을 간다니'
내 친구네 집은 어디일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마치 크루즈쉽이 자기 집으로 나를 초대해주는 느낌을 느낄 수 있는 ‘프라이빗 아일랜드’ 여러분의 버킷리스트에 한 번 올려보는 건 어떨까?
@Written by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