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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미준 Feb 16. 2024

팀에서 생일축하를 해 줬습니다.

조직문화, 리더십 - 거창한 이론보다 소소한 배려를!

어릴 때 어른분들 생신 축하드린다고 하면, 

"뭘 그런 걸 챙기냐"라고 말씀하시지만,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누군가가 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게 행복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그런 거 같습니다. 


저는 부끄럼이 많아서 카카오톡에도 생일을 표기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팀장님이 어제 워크숍 갔다 오신 거에 대해 팀원들에게 공유하겠다고 회의실로 모으셨습니다. 


아무런 의심 없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이게 웬걸?

서프라이즈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ㅎㅎ

<세팅해 놓고 아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 뒤에 따라오고 있던 팀장님 실루엣 보이십니까? 제가 속았다는 생각에 신나는 발걸음이 보이실 겁니다. 

그리고 제 앞엔 감동의 케이크가 이렇게 놓여 있었습니다. 

<언제 이런 걸 또 준비했데요?>


글감이 없어서 주작(做作)을 부린 건 아니고요. 

제가 눈치챌까 봐 워크숍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팀장님께서 꾀를 내신 겁니다. 

덕분에 집에서도 안 차려준 생일 케이크를 잘 받았고요. 감사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조직문화에서 팀워크를 많이 이야기하잖습니까?

사실 상당히 거창한 표현도 많이 합니다. Psychological safety.. Silo 현상, Team align...

그런데 HR을 하면 할수록, 저런 거창한 말은 '인간관계에서의 신뢰'라는 단어로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인간관계가 유지되는 조직, 물론 업무 이상으로 가까워지는 것은 조심해야 하지만, 비즈니스 관계에서 적정한 수준에서 서로를 신뢰하고 배려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조직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케이크 하나 받은 게 뭐 그리 대단하겠습니까만, 생각해 보니 저희 팀장님이 몇 년째 계속 직원들에게 이 이벤트를 서프라이즈로 하고 있더라고요. 

나이차이도 나고, (참고로 이 이벤트의 기획자는 저보다 8살 많으신 저희 팀장님입니다) 저보다 훨씬 신경 쓸 것이 많은 팀장님께서 직원들 생일 때마다 이런 이벤트를 하신다는 것이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요, 리더십의 실천이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동) 임을 생각해 봅니다. 


조직문화, 리더십.. 

어느 기업이건 항상 고민하는 주제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거창한 연사가 열강을 해도, 과학적 관리기법을 도입해서 진단을 진행해도 안 바뀌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내용인 '신뢰를 위한 소소한 행동과 노력'이 

우리 조직의 문화를, 우리 조직의 리더십을 아름다운 방향으로 돌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PS.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사람은 생각하는 것보다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항상 고민하는 리더십, 조직문화도 이 부분을 더 고민해 보면 어떨지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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