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유 컴패니언 Dec 05. 2022

50 이후에는 삶의 단순화, 루틴!

삶은 스트레스로 가득하며, 스트레스는 관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것은 방법이 아니다. 스트레스 관리에서 핵심은 스스로 스트레스 내성(耐性)을 기르는 것이며, 그것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삶의 속도를 줄이는 데서 시작된다.

                                               -에크낫 이스워런(Eknath Easwaran)-


왜 사람들은 복잡함보다 단순함에 편안하다고 느낄까? 사람들이 느끼는 복잡함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이 붐비는 시장에서 복잡함을 느낀다.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이 있는지 보면서 사람들을 요리조리 비켜서 나가야 한다. 한꺼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게 많다. 지하철을 탈 때도 복잡함을 느낀다.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반대 방향으로 가거나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가는 지하철을 탈 수도 있다. 미로 같은 길을 찾아서 지하철을 탄다. 내려야 할 곳이 가까워져 오는지 두리번거려야 한다. 한순간 주의를 놓치면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게 된다. 집에만 있으면 그런 복잡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도시의 삶은 사람들을 집 밖으로 내몬다. 몸은 늘 긴장되고 마음은 복잡하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더 빨리 소모된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몸의 피곤함은 가시지 않는다. 그냥 쉬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온다. 나이 50이 되면 자신이 선택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진다. 가정에서는 가장으로, 부모로, 자식으로 맡아야 할 책임이 무거워진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가정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터에서도 자신의 위치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자신이 처리해야 할 일상은 복잡하게 얽힌 일이 더 많다. 고민 없이 즐겁게 선택하고 맞이할 대상이 아니다. 더 나은 선택이 아니라 덜 힘든 선택을 하기 위해 애를 쓴다. 마음속의 생각은 얽히고설켜 머리가 띵해진다. 속도 울렁거린다.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 마당발 모임을 한다. 자신의 에너지가 분산된다. 소중한 가까운 사람들과 어울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는 줄어든다.     

 

나이 50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익히는 시기다. 나이 들수록 자신의 에너지를 막 쓰면 금방 바닥난다. 쓸데없는 곳에 나가는 에너지는 막아야 한다. 신경 쓰는 일이 적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단순화해야 한다. 신경 쓰는 일은 선택할 때 이것저것 따져야 할 게 많은 일이다. 자기의 관심이 가는 데는 에너지가 소모된다. 자신의 에너지가 쓰이는 곳을 물리적 외부적 대상과 정신적 내부적 대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는 일, 돈, 가정, 집, 차량, 명예, 지위 등이고, 후자는 삶의 가치, 욕구, 마음, 태도 등이다. 물리적 외부적 대상에 쓰이는 에너지는 정신적 내부적 대상에 쓰이는 에너지와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전자가 후자에게 후자가 전자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자신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후자다. 

    

필자인 나는 완벽주의 경향이 있다. 일의 큰 줄기를 잡고 밀고 나가기보다는 연관된 사소한 주변의 일까지 챙겨 나가는 편이다. 깔끔하고 세밀해서 실수는 적게 한다. 그 대가는 일을 완료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내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로 해낼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이 있다. 복잡함은 상대적이다. 내가 수월하게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고 할 수 있으면 복잡하지 않은 것이다. 일의 본질을 파악하고 에너지를 집중하면 일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특정한 일을 우선으로 선택하는 것이 단순화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하는 것은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 에너지를 쓸데없이 소모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는 집은 자신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는 물리적 공간이다. 사는 집의 외부 공간의 위치에 따라 영향을 달리 받는다. 자신의 집이 위치한 곳이 차량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도심 한복판에 있다면 복잡함을 느낀다. 소음도 많이 나고 공기도 탁하다. 창문도 닫고 살아야 하고 마스크도 자주 써야 한다. 자신이 집을 들고 날 때마다 도로를 건너고 사람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온 에너지가 쓰인다. 신경 쓸 일이 늘어난다. 자신의 삶이 복잡해진다. 사는 곳이 차량이 드문 곳,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이라면 상대적으로 덜 복잡한 공간이다. 신경 쓸 대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한 번쯤 꿈꾸는 귀농, 귀어, 귀촌,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본능이 꿈틀댄다. 한적한 곳에서 전원생활을 꿈꾸기도 한다. 좀 더 단순함 삶을 원한다.  

   

요즘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소개하는 기사나 TV 프로그램이 많다. 그런 삶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현재의 삶이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삶이 단순하고 만족스러우면 그런 프로그램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프로그램에서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왔어요.’, ‘스트레스가 많았던 복잡한 도시 생활을 던져버리고 왔어요.’, ‘이렇게 살다가 죽을 것 같아서 다 내려놓고 왔어요.’라는 개인의 사연들이 소개된다. 사람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도시에 사느냐, 한적한 시골에 사느냐에 따라 신경 쓰는 일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달라진다. 도시에 살면 편리함은 있지만, 시골에 비해 차도 많고 길도 복잡하다. 맑은 공기와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지는 못한다.         

 

또한 자신이 사는 집안의 내부 공간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가 아니면 에너지를 충전하는가를 결정한다. 매일 보는 집안의 분위기는 자신의 마음속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집 안에 있는 물건이나 내부 장식, 색상이 잘 정돈되어 있으면 깔끔한 느낌을 받는다. 어수선하면 복잡함을 느낀다. 집의 외부 위치가 복잡한 곳에 있더라도 내부 공간을 깔끔하게 단순화하면 마음은 좀 더 편안함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음속의 공간도 단순해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한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은 마음속 공간의 내용물이다. 어떤 사람들은 돈과 명예, 그리고 지위를 더 많이 가지고 싶어 한다. 절제하기 어려운 달콤한 사탕과 같다. 돈과 명예, 지위를 위해 지나치게 애쓰다 보면 자신의 삶은 더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 자신의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좀 더 편안한 삶을 원한다면 자신의 삶을 단순화해서 명쾌하게 곁가지는 쳐내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 자신의 마음이 복잡하면 자신의 삶이 괴롭다. 마음이 복잡하다는 것은 마음속에 정리가 안 되어 있는 상태다. 이것저것 모두 신경을 쓰고 있는 상태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답답함과 짜증이 올라온다. 마음속이 풀리지 않고 엉켜 머리가 지끈거린다. 머리의 열을 식히기 위해 공간을 이동하기도 한다. 여행을 가거나 바닷가를 찾아 밀려오고 가는 파도를 바라보며 마음을 정리한다. 자신의 주변 환경이 바뀌면 마음에 일어나는 반응도 달라진다. 새로운 외부 자극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주의(attention)를 집중한다. 기존에 복잡한 마음속에 달라붙어 있던 주의가 잠시 떨어진다. 복잡하게 느껴지던 마음이 정리되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나이 50은 자신의 마음이 복잡해지는 나이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문제를 안고 끙끙대기도 한다. 마음이 복잡해서 힘들면 한 시간이 10년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 당장 과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충동이 올라온다. 이럴 때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시간을 낚시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주문을 외운다. 시간이 지나면서 끓어올랐던 마음의 찌꺼기가 일부 가라앉는다. 복잡하던 자신의 마음에 숨통이 조금 트이기도 한다. 마음을 단순화하는 방법이지만 시간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삶에서 만나는 과제는 다양하다. 시간을 다투는 과제는 시간을 기다릴 수 없다. 시간에 쫓겨 허둥대기보다는 자신이 그 과제에서 잠시 물러서 기다려 보는 것도 삶을 단순화하는 방법이다.   

   

자신의 삶을 단순화하는 방법으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심리적 거리두기’가 있다. 자신의 의식 공간에 올라오는 경험(생각, 감정, 욕구)을 개입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그냥 공정한 관찰자로서 지켜보는 심리적 여유 공간이다. 마음이 복잡하다고 느낄 때나 좀 더 단순하고 가볍고 깔끔한 마음을 갖고 싶을 때 쓸 수 있다. 사람들은 삶의 어떤 과제에 매여 있을 때 머리가 복잡해진다. 오로지 그 문제에 주의와 관심이 몰린다.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좀 더 넓고 크게 보지 못한다. 차를 운전하면서 터널 안을 지날 때 터널만 보인다. 터널을 벗어나면 또 다른 환경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과 같다. 심리적 거리두기를 하면 복잡하게 보이던 삶의 과제도 좀 더 단순하게 보인다. 자신의 마음이 단순해지려면 자신의 마음에 쓸데없이 주렁주렁 엉겨 붙어있는 마음의 찌꺼기를 제거하면 된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마음속에 올라오는 내면의 경험을 피하지 않고 알아차리면 된다. 내면의 경험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던 마음이 맑아진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재잘거림에 휘둘리지 않는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복잡함이 없다. 그냥 그 생각을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 마음속에서 생각이 아무리 많이 올라오더라도 복잡하게 느끼지 않는다. 명쾌하게 그냥 보고 있으면 안개처럼 왔다가 사라진다. 복잡한 생각에 끌려다니지 않으면 복잡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단순함이다. 자신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좀 더 명쾌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마음속에 일어나는 욕구를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복잡함의 거품은 사라진다. 


어떤 사람은 한적한 곳에 집을 짓고 살면서도 자신의 마음속은 복잡할 수 있다. 마음속에서 심리적 굴레가 자신을 간섭하고 조종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은 이런 굴레 때문에 더 복잡하게 느껴진다. 삶이 단순해지려면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굴레를 벗어던져야 한다. ‘좋은 사람, 착한 사람, 괜찮은 사람, 성공한 사람’의 굴레다. 삶의 과제를 해결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그 굴레의 눈치를 살핀다. 자신의 인정받고 싶은 욕심의 뿌리가 이런 굴레를 만든다. 자기 자신은 남들로부터 인정받지 않아도, 존중받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이다. 더 이상 필요 없는 욕심의 뿌리를 알아차려야 한다. 자신이 이런 굴레를 벗어나면 여유로운 삶, 매우 편안한 삶, 단순한 삶, 애쓰지 않는 자연의 삶, 활력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나이 50이 되면 자신이 결정하고 선택할 일이 많아진다. 자신의 삶을 좀 더 단순하고 가볍게 하기 위해서는 선택의 폭을 줄여야 한다. 삶의 과제를 해결할 때 좌고우면 하지 않고 깔끔하고 명쾌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자신의 마음은 더 복잡해진다. 자기 자신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삶을 단순화해야 한다. 자신이 매 순간 선택한 결과가 쌓여 자기 삶의 흔적이 된다. 매 순간의 선택에 자기 자신 안에서 올라오는 욕구와 굴레를 걸러내면 단순해진다. 자신이 하는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감사하고 만족하면 행복한 삶이라고 부를 수 있다. 완벽한 삶은 없다. 나이가 들면 내면의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자기 자신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사라지는지 관찰하지 못하면 자신의 삶은 복잡해진다.  

    

자연인의 삶이 단순한 것은 자연의 리듬을 타기 때문이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을 잔다. 몸에도 좋고 정신적으로 좋다. 편안하고 불안하지 않다. 초조하지 않다. 긴장되지 않는다. 이완되어 있다. 자신의 눈에 파란 하늘과 구름, 나무가 보인다. 귀에 새소리가 들린다. 자기 자신이 자연과 연결되는 순간이다.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자연과 연결되는 느낌은 자기 자신을 풍요롭게 하고 편안하게 한다. 단 한 번만의 경험으로라도 땅과 자연의 연결감을 느껴보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한 삶의 목표다. 자기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서다. 자기 자신이 즐겁고 행복하지 않은 삶은 노예의 삶이다. 어떤 비바람이 불어도 자기 자신은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하게 살다가 갈 책임이 있다.    

       

자신의 삶을 단순화하는 데도 요령이 필요하다. 자신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바로 루틴(routine)이다. 우선 자신의 몸과 마음의 단순함을 위해 매일 똑같이 반복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마음에 심리적 거리두기 연습을 하는 것이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욕심과 집착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매 순간 몸과 마음에서 올라오는 내면의 경험을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프로 운동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자신만의 루틴을 사용한다. 삶의 단순함을 위한 루틴은 자신의 내부에 에너지를 충전한다. 작고 단순한 루틴이 자신의 삶을 더 가볍게 만든다. 나이 50이 되면 자신에게 맞는 좋고 유익한 루틴을 하나 정도는 만들어야 삶이 여유롭다. 복잡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자기 자신의 마음이다!     


(Tip!) 행복한 삶을 위한 마음가짐

자연인의 삶처럼 자연과 연결하는 삶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산속에서 혼자 고립되어 살라는 의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삶의 환경과 공간적으로 거리를 두기 전에 먼저 심리적으로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이 순간에 마음속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욕구와 집착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욕구와 집착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기를 반복하면 그 욕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적정한 심리적 거리두기로 마음속이 단순해지면 자기 자신의 삶도 가볍고 단순하고 편안해진다. 

이전 13화 주접떨지 말고 오지랖으로 고립되지 말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