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어떤 자극에 반응해 행복의 느낌을 주는 물질을 만들어 내며, 이 행복감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리고 우리의 뇌가 이런 화학 물질에 푹 잠겨 있는 동안에는 가끔 그 감정에 너무 압도되어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보지 못하는 듯하다. 사랑의 감정을 추구하게 만드는 심리적인 힘 또한 생물학적인 힘 못지않게 거역하기 힘들다.
-달라이 라마(The Dalai Lama H. H) & 하워드 커틀러(Cutler H. C)-
사람은 50이 되면 쾌감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의 마음속 욕구를 잘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한눈 잘못 팔면 쾌감의 유혹에 넘어간다. 달콤한 쾌감에 자신의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줄도 모른다. 자신이 공들여 쌓아 온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도 쾌감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해 일탈행동으로 뉴스에 오르내린다. 자신의 명예, 지위, 재산, 건강을 잃고 소중한 관계가 안개처럼 사라지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순간의 쾌감에 서서히 빠져드는 줄도 모른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불쾌한 느낌을 피하고 유쾌한 느낌을 잡고 있으려 한다. 생리적 욕구인 음식, 물, 수면, 성(性) 등이 결핍되면 불쾌감을 느낀다.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만족감과 쾌감을 느낀다. 쾌감을 한 번 경험하면 자기도 모르게 몸이 자동 반응한다.
사람들은 알코올, 음식, 도박, 성(性) 등의 쾌감에 빠진다. 일부 유명 연예인들의 프로포폴 투여 사실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몸에 좋지 않고, 재산을 탕진하고, 관계를 망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지 못한다. 왜 그럴까? 인간의 본능적 욕구는 생존과 종족 번식을 위한 핵심 요인이다. 본능적 욕구를 충족할 때 느끼는 강렬한 쾌감이 같은 행동을 다시 하게 만드는 유혹의 사탕이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만족감과 쾌감의 보상을 얻는다. 이성과 성적 교감을 나누는 행위를 통해 즐거움과 쾌감의 보상을 얻는다. 그럼으로써 사람은 생존의 에너지를 얻고 후손을 이어간다. 50이 되면 자신이 이루어놓은 성과를 잘 지켜나가는 전략이 필요할 때다. 지금까지 애쓰면서 성취한 사업, 재산, 명예와 지위, 관계, 건강을 소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뇌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뇌에는 본능적 욕구를 채울 때 쾌감을 느끼도록 하는 보상시스템인 ‘쾌감 신경 회로’가 구축되어 있다고 한다. 50 이후에 잠시 쾌감에 눈이 멀어 실수한다면, 회복할 시간이 별로 없다. 자기 안에 꿈틀대는 쾌감의 충동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 사람은 어쩌다 한번 맛본 쾌감으로 온몸에 전율을 느끼고 짜릿함과 황홀감을 느낀다. 이때 뇌 속의 ‘쾌감 신경 회로’는 활성화된다. 또한 쾌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몸에 활력을 주고 다시 하려는 의욕을 일으킨다. 도파민은 어떤 행위에 적극적으로 몰입하게 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몸에 좋은 약이라도 적정량을 먹을 때 양약(良藥)이다.
도파민의 양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도파민은 중독성이 있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자제력을 잃을 수 있다. 도박, 알코올, 마약, 음식, 게임, 성(性) 등에 빠질 때 도파민이 온몸에 넘쳐흐른다. 어떤 행위를 할 때 순간적으로 폭발하듯이 넘쳐흐르던 도파민이 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사라진다. 이제부터 자신의 몸과 마음은 사라진 도파민을 채우려는 갈망(craving)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도파민은 저절로 먼저 분비되지 않는다.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한 결과 나타나는 생리적 과정에 분비된다.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도파민 결핍에 대한 갈망 욕구는 순간적으로 올라온다. 쾌감을 느끼고 싶다는 충동과 생각, 감정, 그리고 온몸의 감각이 자신의 의식 공간을 차지한다. 이 순간 도파민 샤워의 스위치를 켤지 아니면 끌지를 자기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나이 50 이후에는 자신의 내면을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 혹시라도 자신도 모르게 특정한 쾌감을 얻기 위해 반복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습관화된 행동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적 개입법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마음챙김(mindfulness)’ 기반 심리치료 연구는 자신의 ‘지금 이 순간’의 내면 경험을 알아차리고 수용할 때 행동의 변화가 일어남을 보여준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관찰할 수 있으면 도파민 샤워 스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자신은 남과의 비교, 경쟁과 시기, 질투에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성실한 남편과 아내, 든든한 부모, 효도하는 자식, 책임을 다하는 직장인, 성과를 사업가와 전문가, 좋은 친구로 역할을 다했다. 세상 사람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지금까지 자신이 성취한 것도 있고 이루지 못한 것도 있다. 자신의 관심과 주의(attention)는 대부분 바깥을 향해 있었다. 자신의 내면과 한 번도 직접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 자신의 내면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만나는 게 두렵고 불안하다. 50에는 이제 자신의 주의(attention)를 바깥에서 안으로 돌릴 시기다. 자신의 내면에서 자라고 있는 외로움과 허전함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내면의 외로움과 허전한 감정은 심리적 허기다. 사람들은 허기진 마음을 채우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술 한 잔을 마신다. 이성을 만나거나 소개받는다. 한 번의 짜릿한 경험은 쾌감 신경 회로에 입력된다. 어느새 내면의 외로움의 감정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환상인 줄도 모르고, 허전함을 느낄 때면 언제든 나를 위로해줄 절친을 만났다는 착각에 빠진다.
자신도 모르게 갈증으로 또 마시고 갈망으로 또 만난다. 그럴수록 자신의 뇌의 쾌감 신경 회로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온몸에 도파민 호르몬이 차고 넘친다. 쾌감에 중독된다.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망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을 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숨죽이며 눈치를 보고 있는 좌절감과 열등감은 없는지 관찰해야 한다.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대상을 찾고 있는지 관찰해야 한다. 자신도 한 번 ‘이렇게 내세울 게 있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큰돈을 벌어서 좀 편하게 살고 싶다. 내 마음속에서 일확천금의 기회를 잡고 싶다는 욕구가 끓어오른다. 복권 한 장을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산다. 핸드폰을 켜고,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자신의 마음을 유혹하는 정보가 넘쳐난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개미지옥에 발을 들여놓는다.
한 번 맛을 본 꿀맛은 잊을 수 없다. ‘어~! 되네, 괜찮은데?’ ‘조금만 더 베팅하면 큰돈 되겠는데….’라고 믿는다. 패가망신으로 가는 짜릿한 쾌감의 늪에 빠져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남들이 나보다 더 똑똑하다.’라는 경고를 잊으면 안 된다. 나이 50이 되면 자신의 내면에서 보상심리가 남아 있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어렵게 이룬 성취를 되돌아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자기 자신에게 ‘대견하다, 고생했다. 열심히 달려왔다.’라고 칭찬을 한다. 한편 마음 한구석에서 보상심리가 꿈틀대고 올라온다. 마음속에서 ‘이만큼 했는데 자기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보상하고 싶다.’라고 속삭인다. 위험한 순간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억눌리고 채워지지 않은 본능적 욕구가 고개를 든다.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보상심리에 슬쩍 한 번 눈을 감아준다. 쇼핑, 도박, 섹스, 불륜 등 일탈과 불법적인 쪽으로도 한 번쯤은 허락한다. 사람은 쾌감을 한 번 맛보면 뇌 안에서 쾌감의 고속도로가 뚫린다.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보상심리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지금까지 자신이 이룬 성취는 물거품이 된다. 나이 50에는 어깨가 무거운 시기다. 일상의 사소한 골칫거리에서부터 자녀 교육과 취업·결혼, 부모 부양, 노후 준비 등 매 순간의 삶이 모두 스트레스 사건이다. 이 모든 일을 자신이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특히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있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 때 쾌감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일시적으로 괴로움과 중압감을 벗어나기 위해 술을 마신다. 음식을 마구 먹어댄다.
필요 없는 물건까지 닥치는 대로 사는 과정에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불법적인 성도착 행위를 저지르면서 쾌감을 느낀다. 순간적으로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삶에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엄연히 존재한다. 자신이 쾌감을 강하게 느낀 만큼 빠져나올 때도 그만큼 힘이 든다. 삶에서 자신이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해서 성취를 이룰 때 느끼는 쾌감은 저절로 춤추게 한다. 몸 안에서 도파민이 뿜어져 나온다. 나이 50이 되면 자신의 행동에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나이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영향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나이다. 지금까지 험난한 삶의 파도를 헤쳐오면서 몸의 감각이 둔감해졌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마음에서 무료하다는 생각과 답답한 감정, 그리고 일탈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온다.
이런 시기에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인 일탈이 필요하다. 50 이후 삶을 생동감 있게 끌고 가려면 일탈을 통해 자신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일시적인 쾌감에 사로잡히는 일탈은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일탈 여행이라면 쾌감과 만족감, 그리고 든든함과 평안함을 줄 것이다. 나이 50은 정신을 차려야 하는 시기다. 지금까지 자신이 소중하게 이루어놓은 것을 잘 지켜야 하는 시기다. 100세 시대에 이제 인생의 반 바퀴를 돌고 있다. 마지막 남은 삶의 반 바퀴를 어떻게 꾸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이 시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 한 번 맛보면 내 의지만으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쾌감의 늪이다. 언제 어디서든 쾌감의 유혹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
유혹을 참으면서 통제도 해야 하지만, 통제로는 유혹을 벗어날 수 없다. 유혹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청소해야 한다. 내면에서 올라오는 감정과 욕구, 그리고 조잘거림을 알아차리면 쾌감의 유혹을 견뎌낼 수 있다.
(Tip!) 내 삶을 위협하는 쾌감의 늪을 안전하게 지나기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욕구를 알아차린다. 그 욕구가 도덕적·윤리적·종교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것일지라도 그 욕구를 직면한다. 올라오는 욕구를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마음속으로 ‘아, 내 안에서 이런 욕구가 올라오는구나’라고 부드럽고 따뜻하게 받아준다. 천천히 숨을 쉬면서 그 욕구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그 욕구가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받아준다. 그 욕구는 자신의 몸의 감각을 데리고 올 것이다. 그 감각도 알아차리고 받아주기를 반복한다. 드디어 그 욕구는 조용히 물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