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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 컴패니언 Dec 05. 2022

50대가 빠지기 쉬운 SNS 끈끈이 감옥

모든 것이 정신없이 흘러간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경험을 진정 느끼고, 호흡하고, 소화하고, 내 안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도 전에 이를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은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이것은 주머니나 손가방에 다목적 소형 컴퓨터를 넣고 다니는 현대인의 직업병이기도 하다.

                                                         -존 카밧진(Jon Kabat-Zinn)-      


“ㅇㅇ 친구! 오랜만이지? 비가 오니까. 그러나 문득 친구 생각이 나네. 잘 있지. 퇴직도 했다면서 통화 한번 해라. 너 목소리 듣고 싶다” 필자인 내가 퇴직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받은 생뚱맞은 문자다.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나는 이 문자를 보고 또 봤다. 이게 뭐지? 혹시 아는 사람이 보낸 문자인데도 내 핸드폰에 번호 등록이 안 되었는지 확인도 했다. 그리고 이 문자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소름이 돋았다. AI(인공지능)를 이용해 만든 문장 냄새가 나고, 앞뒤 맥락도 맞지 않았다. ‘너 목소리 듣고 싶다.’라는 문장에 자꾸 눈길이 갔다. 내 마음속에 남아 있던 허전함을 자극했다. 나는 이게 뉴스에서 봤던 바로 그 문자 ‘로맨스 스캠’ 임을 알아차렸다. 로맨스(romance)를 가장한 신용사기(scam) 수법이다. 

          

그때 내 마음은 씻어도 냄새가 지워지지 않은 찜찜한 똥 밟은 기분이었다. ‘문자 낚시로 나를 낚으려고 준비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나를 정확히 알고 접근한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리고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내 정보가 새 나갔나?’라는 생각이 올라오면서 화도 났다. 끈끈이주걱 또는 파리지옥이라 불리는 벌레들을 잡아먹는 식물이 생각난다. 굶주린 파리지옥이 입을 벌리고 냄새로 벌레들을 유혹한다. 파리, 개미, 거미 등이 냄새에 취해 입 안쪽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가시 철창을 순간적으로 철컥 닫아 잠근다. 먹잇감은 몸부림을 쳐보지만 빠져나오지 못한다. 로맨스 스캠은 먹잇감을 냄새로 유혹하여 끈끈이주걱에 가두어 잡아먹는 파리지옥과 같은 수법이다.          

 

왜 나이 50에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Social Network Service) 끈끈이 감옥을 조심하라고 할까? 왜 하필 50인가? 50이라는 나이에 더 많이 느끼는 자신의 내면의 외로움과 허전함, 그리고 지루함을 건드린다. 지금 온라인에서는 SNS 파리지옥이 입을 벌리고 내면의 욕구와 감정을 자극한다. 사기꾼은 사람들의 위로받고 싶은 욕구를 살살 건드린다. 속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다. 지위가 높아도 지식이 많아도 걸려든다. 그들은 나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잘 알고 그물을 펴기 때문이다. 사기를 당하고 나서도 자신이 사기당했다고 인정하지 못한다. 자신이 모르고 당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이미 사기꾼과 나 자신은 감정적으로 충분히 엮여 있기 때문이다. 사기를 당하고도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렇겠지’라고 오히려 사기꾼을 두둔하기도 한다.          

 

나이 50은 자신이 이룬 성과를 잘 마무리해가야 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파리지옥의 마수에 걸려들면 대놓고 누구에게 하소연도 하지 못한다. 당국에 신고조차 하기가 민망해서 꺼린다. 가족에게는 털어놓기는 더 힘들다. 자신을 아는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볼까? 수치심으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만큼 망신살이 뻗친다.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느낌이 든다. 가족에 대해 미안함과 죄책감, 그리고 창피함의 감정에 괴로워한다. 사기꾼들은 이런 나 자신의 내면의 갈등까지 계산하고 접근한다. 조심할 일이다. 이렇게 온라인에서 SNS로 개인적으로 슬쩍 자신에게 다가오는 파리지옥들이 넘쳐난다. 자신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당할 수밖에 없다. 나이 50의 심리를 노리는 파리지옥들이다.   

       

최근 조사 기관에 따르면 한국의 소셜미디어 이용률은 89.3%로, 세계 2위로 나타났다. 40~50대의 모바일 SNS 이용률이 70%를 넘고, 사용자의 10~20%가 SNS에 빠진 상태라고 한다. SNS의 유익함은 많다. 자신이 사업을 할 때 비용 많이 들이지 않고 홍보를 할 수 있다. 자신이 배우고 싶은 교육을 언제든지 골라서 받을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나 오락물, 게임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다. 보여주고 싶은 일상을 올릴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제공된다. 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SNS는 폐해도 크다. SNS에 올라오는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자신도 모르게 낚시질을 당할 수 있다.   

        

나이 50에는 SNS를 하면서 자신이 지금 파리지옥 앞에 있는지 매 순간 살펴야 한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했다가 이제 잠자기 전까지 푸른빛을 뿜어대는 스마트폰과 PC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얼굴 없는 대화 채팅방에 빠진다. 끊임없이 날라 오는 도박, 게임, 음란물, 부동산, 재테크의 유혹 메시지가 넘쳐난다. SNS 피로증후군은 최근 생겨난 신조어다. 처음에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SNS의 정보에 내가 압도되어 피로감을 호소하는 상태다. 일터와 가정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다. '카페인 우울증'도 있다. 최근 생겨난 신조어로 '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나 자신이 남들의 SNS 게시물을 보고 우울감을 느끼는 증상이다.    

       

자신이 가지지 못하고 할 수 없는 것을 남들은 SNS에 자랑한다. SNS에서 자신보다 너무 잘 사는 사람들의 동정을 따라가다 보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올라온다. 그러지 않아도 자신의 내면에 비교 심보가 가득한데 SNS에서 날고뛰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고 있으면 ‘나는 뭘 했나?’, ‘내가 할 줄 아는 게 있는 사람인가?’라는 자책감과 무력감이 올라온다. 나이 50에 자신이 애써 일군 성취감을 SNS를 하면서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한편으로 나 자신은 SNS에 잠시라도 눈을 떼지 못한다. 화장실에 가서도 새로운 소식이 있는지 확인한다. 자신의 관계 대화방에서 방금 알림 메시지가 온 것 같아 열어보지만 새로 온 메시지는 없다. 자신의 마음이 조금만 울적하거나 답답하면 SNS 속으로 파고든다.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끈끈이주걱에 빠져든다.  

   

SNS에 지나치게 빠져든 심리상태를 이르는 용어가 있다. 하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다. 포모 증후군은 자신이 SNS에 빠져들수록 남들보다 더 뒤처진다고 느끼는 심리다. 조금만 방심해도 세상의 변화를 놓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증상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노모포비아(Nomophobia) 증후군이다. 노(No) + 모(Mobile) +포비아(Phobia)를 합성한 용어다. 자신이 사람들의 무리로부터 배제되지 않을까 봐 느끼는 일종의 공포감이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에 자신이 끼지 못할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심리상태다. 자신의 일상에 단 한 순간도 스마트폰이 없다면 불안하다. 자기 손에 스마트폰이 없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숨이 가빠진다.      


나이 50에는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SNS를 하면서 빠질 수 있는 파리지옥인 스미싱(smishing)이다. 스미싱은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다. SNS에서 판치는 신종 사기 수법이다. 악성 앱 주소가 포함된 휴대폰 문자(SMS)를 불특정 대상에게 대량으로 무차별적으로 전송한다. 그중에서 걸려드는 이용자에게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앱을 설치함과 동시에 이용자의 금융정보 등을 탈취한다. 나이가 들면 스마트폰 사용 방법이 나이가 젊은 사람보다 서툴기 마련이다. 자신에게 도착한 문자메시지를 삭제한다고 하는 게 잘못 눌러서 사기꾼이 연결한 앱 주소를 누를 수도 있다. 스마트폰 없이 살 수는 없을지라도 조심 또 조심하면서 파리지옥에 빠지지 않는 나이 듦의 신중함이 필요하다.    

      

나이 50이 되면 경계해야 할 일이 SNS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이다. 언론에서 40, 50대 중년들의 지나친 게임 몰입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돈을 잃고 가정과 직장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관련 기관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이용 인구 중 40대 이상이 3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평균 모바일 게임 이용 시간도 40대(22.7시간)와 50대 이상(19.1시간)이 30대(25시간)의 뒤를 이었다. 그리고 40대의 76%, 50대의 56.8%가 지난 1년간 게임을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50대가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정과 직장, 그리고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다. 내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가상공간에서 내 마음대로 하면서 얻는 성취감을 얻는다. 내 삶의 정체감 혼란과 고독감, 그리고 외로움을 가상공간에서 게임을 통해 해소하고자 한다.    

      

나이 50에는 자신의 삶의 방향을 총체적으로 다시 점검하고 나가야 할 시기다. 이후의 삶에서 즐겁고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 생활에 필수품이 된 SNS를 자신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온라인으로 가상공간을 넘나들며 하는 행위에 지나치게 몰입하지는 않는지 자가 점검부터 해봐야 한다. 온라인 게임에 자신의 일상생활이 지장 받을 정도로 빠져 있는지, SNS를 사용하는 습관이 노모포비아(Nnmophobia) 수준인지, 포모(FOMO) 상태인지 알아차려야 한다. 또한 자신이 ‘로맨스 스캠’이나 ‘스미싱’에 빠질 수 있는 소지는 없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나이 50까지 애써 일군 재산과 내 명예, 소중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다.      


누구나 나쁜 습관이나 중독에 빠질 수 있다. 매일 매 순간 자기 자신을 점검하고 또렷이 깨어있어야 한다. SNS 끈끈이 감옥에 갇히지 않으려면 예방이 우선이다. 자신의 마음에 ‘SNS 적응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 혼자 하기 힘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Tip!) SNS와 적절한 시간적, 심리적 거리두기를 하는 기술

시간적 거리두기는 SNS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시간을 정해두고 그 외 시간은 사용을 엄격하게 줄이는 방법이다. 심리적 거리두기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외로움, 허전함, 고독함의 감정과 쾌락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충분히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내면 경험을 분명히 직면해서 알아차리는 방법이다. 내면의 결핍된 욕구가 있는지 알아차리고 따듯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내면에서 칭얼거리고 있는 아이의 투정임을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다독여 주는 방법이다. 심리적 거리두기를 반복하면 50 이후에 자신의 내면에 더 많이 올라오는 손님들인 고독감, 외로움, 허전함, 쓸슬함, 허무함 등의 결핍된 욕구의 에너지가 풀린다. 이것이 자신이 SNS에 빠지지 않고 SNS를 자신의 삶에 유익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힘을 기르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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