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나의 영어 소통 근육 키우기
영어와 운동
영어와 운동은 비슷한 점이 많다. 처음부터 정확하게 잘 배우고 매일 꾸준히 연마해야 보다 유익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는 점이 같고, 그 진가를 깨닫고 꼭 내 삶의 도구로 만들어 내고자 하는 강한 동기부여가 있어야, 부단히 근육을 키우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는 점이 같다. 하기 귀찮고, 어럽고, 부담스럽지만, 일단 근육을 잘 키워내면 요긴하고 유익한 내 몸의 일부가 된다는 장점도 닮은 데가 많다. 내 것인 것 같다가도, 하다 멈추면 빠른 속도로 근육이 손실되어 도루묵이 되기 쉽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같다.
또한, 우리 몸에 아주 많은 다양한 근육이 있고, 그 근육들을 다 골고루 잘 키워야 몸이 균형을 이루고 힘을 효과적으로 잘 쓸 수 있는 것처럼, 영어 소통 근육을 이루는 잔근육들이 아주 다양하게 있으며, 그것들이 균형을 이루며 함께 잘 성장할수록 실전 소통 상황에서 힘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도 같다.
오래 영어를 배워온 사람으로서, 현재 영어를 가르치는 ESOL 교사로서 나름의 오랜 경험과 연구 끝에 나는 영어 소통 근육을 이루는 잔근육의 종류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영어 소통 근육을 이루는 요소들
1. 어휘 근육
탄탄한 어휘 근육을 갖추고 있는 것은 많이 걸어도 지치지 않는 다리 근육을 장착하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문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한다 해도, 어휘만으로도 기본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어휘 근육의 힘은 크다. 단, 기억해야 할 것은 어휘 근육을 효과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대충 단어집을 사서 외우는 정도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단어 한 단어를 파헤쳐야 한다. 강세와 발음을 정확히 발음할 수 있도록 익혀야 하고, 원어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 어떤 생각을 표현할 때 특정 어휘를 사용하는지, 각 어휘의 보편적 사용 예까지 충분히 파악을 해야 한다. 내 것이 된 어휘만 내 몸에 단단한 어휘 근육으로 자리 잡고 필요한 상황에서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2. 문법 근육
문법 근육이 탄탄하다는 것은, 등 허리 근육이 강해서 우리 몸의 가장 중심 뼈대를 탄탄히 받쳐주는 것과 같은 의미다. 진정한 문법 근육 또한 문법책을 몇 번 읽어 본다고 탄탄해지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을 효과적으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문장 표현 방식들을 모으고, 연습하고, 꾸준히 활용할 때 키워지는 것이다. 문법이 크게 중요하지 않고, 어느 정도 틀려도 괜찮다고들 말을 한다. 원어민 조차도 항상 정확한 문법을 구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소통할 때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된다. 모국어임에도 글을 쓸 때 맞춤법을 종종 틀리고,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말도 많이 한다. 정확한 문법에 맞게 문장을 구사하지 않아도, 많은 경우 우리는 서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보편적 문화와 정서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이미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소통의 도구가 말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기에, 몸짓이나 눈빛이 전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으므로, 문법에 맞지 않아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 내가 어느 정도로 자세히 정확하게 내 생각을 전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싶은가는 개인의 필요와 성향에 따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영어 교사로서 보다 정확하게 내 생각을 표현하는 본보기가 될 필요가 있고, 타인의 생각도 보다 정확하게 미묘한 뉘앙스까지 이해할 수 있기 원하기에 어느 수준 이상의 문법 근육도 중요하게 여기며 이 근육을 키우는 훈련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3. 독해 근육
독해 근육은 우리 몸의 복근과 같다. 배를 드러내지 않는 이상 탄탄한 복근이 있다는 것을 알기 힘든 것처럼, 얼마나 독해 근육이 강한지는 그 사람의 말이나 글로 쉽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근육은 말이나 글과 무관하지 않으며, 특히 책을 이해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학습 능력과 직결된다. 독서 수준을 높여가며 독해 근육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면, 복근 운동을 하면서 다리 근육이나 허리 근육이 함께 키워지는 것처럼, 어휘 근육과 문법 근육이 자연스럽게 같이 키워지는 - 다양한 어휘 및 문장 활용의 예를 탐험하게 함으로써 - 엄청난 효과가 있다. 또한 독해 근육을 키워갈수록 영어권 사회의 보편적 문화 관념 및 사고방식을 깊이 접하게 되므로 문화적 관념적 배경지식 습득이라는 큰 효과도 보게 된다. 이것은 영어권 사회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영어 원서를 공부하며 학문 활동을 더 깊이 해 나가려는 사람들에게는, 학문적 역량을 결정할, 결코 빈약해선 안될 가장 중요한 근육이다.
4. 작문 근육
작문 근육은 우리 몸의 팔근육과 같다. 실제로 많은 업무를 담당하는데 팔근육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가장 자주 쉽게 드러나는 것처럼, 실전 소통에 있어서 - 말하기와 쓰기를 통한 - 가장 그 근육의 효과가 자주 쉽게 드러나는 것은 작문 근육이다. 작문 근육은 지금까지 배워온 모든 것을 응용하여,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답게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팔로 하는 업무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기 위해, 실은 복근과 다리 그리고 허리 근육이 탄탄해야 하는 것처럼, 작문 근육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탄탄한 어휘, 문법, 독해 근육이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5. 발음과 억양 근육
발음과 억양은 작지만 소리를 듣는데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귀의 근육과 같다. 발음과 억양을 반드시 원어민 (백인)처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미국과 영국 같은 영어권 국가 사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라, 인종, 지역에 따라 다양한 억양이 존재하고, 굳이 내게 익숙지 않은 억양을 따라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지 않고들 살아간다. 인도 사람들은 인도인 특유의 억양을 자신 있게 드러내며, 미국 남부인들은 남부 억양을 자랑스러워한다. 우리 한국인은 모두 한국어를 잘 알아듣고 소리 낼 수 있도록 연마한 탄탄한 근육을 가지고 있다. 효과적인 한국어 소통을 위해 존재하는 이 근육은, 영어를 말할 때 특유의 억양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 억양을 부끄러워하기보다, 두 언어를 다 말할 수 있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 다만, 원어민의 발음과 억양을 너무 모르고, 나의 소리가 원어민이 내는 소리와 너무 다르면, 내가 원어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고, 상대방도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에 소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나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의 발음과 억양에 어느 정도는 익숙해져야 말을 잘 알아듣고 소통을 이어갈 수 있게 되므로, 상대의 소리를 알아듣기 위한 보편적인 발음/억양 근육을 키우는 노력을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6. 발성 근육
발성근육은, 내가 적당한 속도로 정확한 말소리를 내기 위해 필요한 입과 입 주변의 근육이다. 이 근육이 잘 발달될수록 내 말하기가 유창해지므로 언어 유창성으로 직결되는 근육이다. 빠른 속도로 정확한 소리를 내는 발성 근육이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머릿속에 많은 말을 알고 있어도 내뱉기가 어렵고 자신이 없다. 아무리 어휘를 많이 알고 다채로운 문장 구사력을 가지고 있어도 발성근육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상대가 알아듣도록 자연스럽게 말할 수 없고, 상대가 알아듣지 못해 곤란해하면 말하기에 자신감을 잃게 되기 쉽다.
7. 실전 대화 근육
위의 모든 영어 근육을 탄탄하게 다 키워놓고도, 여전히 실전은 어려울 수 있다. 영어 한국어를 떠나서 실전 대화 상황에서는 언어를 뛰어넘어, 요약정리하는 근육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상대방의 말을 요약정리하고, 내가 할 말을 요약정리해서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온몸의 잘 키워진 근육을 기반으로 하여 특정 스포츠 게임에 임하는 것과 비슷하다. 스포츠 게임은 잘 만들어진 신체와 더불어 영리한 전략을 필요로 한다. 잘 연마한 기본 영어 실력에 더하여, 어떤 상황에서 어떤 대화를 하는지에 따라, 그에 맞추어 준비하고,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미리 예상하고 공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나를 위한 영어 근육 훈련 코스 짜기
매일 집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나만의 운동 루틴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처럼, 나만의 영어 소통 근육 트레이닝 시스템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에 의하면,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힘든 일, 재미없는 일을 매일 꾸준히 하는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요령으로, 그 일을 매력적이고 쉽게 만드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큰 부담 없이 즐겁게 할 만하다고 느껴야 매일 할 수 있는 습관으로 자리 잡고, 매일 일정 시간을 꾸준히 투자해야, 결국 내 것, 자연스러운 내 삶의 일부가 된다는 말이다.
어떻게 영어를 매일 부담 없이 할 만한 재미있는 일로 만들까. 운동 트레이닝 코스를 재미있게 구성해 보는 것처럼, 영어 훈련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구성해서 스스로의 영어 실력을 탄탄하게 연마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나는 오래 고민을 해 왔다. 그 고민의 과정과 결론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다양한 영어 원서 낭독 --> 발성 근육, 독해 근육, 어휘 근육, 문법 근육, 작문 근육
ESOL - 혹은 각종 외국어, 모국어 교육에서 - 학생들의 유창성 훈련을 위해, 가장 효과적이라 여겨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은 책 낭독 교육이다. 처음엔 교사가 읽어주는 것을 듣게 한다. 그리고 한 문장씩 교사를 따라 읽어 보게 한다. 그리고 학생 스스로 읽어 보게 한다. 연령대에 따라 영어 수준에 따라 수업 방법과 구성은 다양하지만, 결국은 크게 소리 내어 읽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학생의 유창성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매일 하는 꾸준한 낭독 교육은 연령과 수준을 막론하고 유창성 교육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큰 소리로 읽어 보면, 내가 어떤 발음에 취약한지, 나의 발성 근육의 현상태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책 낭독을 꾸준히 지속할수록 영어 발성 연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며, 영어 발음을 보다 정확히 할 수 있게 돕는 근육들이 착실히 키워진다. 낭독을 통해 유창성만 얻어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꾸준한 독서 활동 덕분에 독해 근육, 어휘 근육, 문법 근육과 같은 다양한 근육이 키워지는 효과 또한 너무나 매력적인 덤이다. 책을 읽으면서 배우게 되는 유용한 표현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 내 생각, 내 의견을 표현하는 자리에서 부지런히 활용한다면 작문 근육 또한 효과적으로 키워질 수 있다.
영어권 국가의 드라마 시청 + 드라마 대본 공부 + 드라마 대본 낭독 --> 발음과 억양 근육, 발성 근육, 어휘 근육, 실전 대화 근육
나는 여러 가지 시도를 다양하게 해 본 끝에, 원어민의 발음과 억양에 익숙해지고, 그것들이 내 발성근육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하는 방법으로 드라마 시청과 드라마 대본 낭독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정확한 영어 발음과 자연스러운 억양을 귀로 익히고, 낭독하는 연습을 통해 귀로 익힌 억양과 발음을 따라 소리 내는 연습을 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방식의 병행 학습은 내 영어 발성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여러 상황, 여러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 패턴에 익숙해지면서 일상 영어를 위한 실전 대화 근육이 키워지는 점도 있다. 또한, 드라마 대본을 그냥 읽기만 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몰랐던 표현들을 꼼꼼히 찾아 의미를 파악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 낸다면, 어휘 근육까지 키울 수 있는 일석 이조, 삼조의 효과적인 영어 훈련이 된다.
정기적으로 꾸준히 영어 실전 소통 (대화/이메일)에 참여하는 훈련 - 실전 대화 근육, 작문 근육
실전 대화 근육을 키우고자 한다면, 가능한 매일 일정 시간 꾸준히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관심 있는 주제의 유튜브 영상이나 테드 톡을 듣고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기, 책을 읽고 토론하기, 뉴스 기사를 읽고 그것에 관해 서로 의견을 나누기,... 다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에 관해 대화하는 경험이 쌓이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주제가 던져져도 어느 정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긴장감을 깨고 나와 내 의견을 말하고 상대방과 소통하는 것이 훨씬 쉽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사람들 앞에서 연설이나 발표를 해야 하는 직업군이거나, 영어로 스피치 (public speaking) 하는 일에 도전하기를 원한다면, 토스트마스터즈 (Toastmasters)* 같은 회의 진행과 스피치 연습을 돕는 모임도 있다.
*토스트마스터즈는 1924년 미국에서 시작된 비영리 단체로, 현재 전 세계 135개국 15000개 이상의 클럽에서 30만 명 이상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큰 조직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리더십, 자신감 있게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기술을 연습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 홈페이지 : http://www.toastmasters.org/
결국은, 어떤 방법으로 연습하건, 내가 가진 영어 근육 지식 근육을 총동원하여 미리 대화의 주제를 예상하고 준비하는 과정과, 잘 정리된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 요점을 정리해 내는 과정을 반복 연습하면서 실전 대화 근육, 작문 근육을 키워갈 수 있다.
즐겁고 꾸준한 영어 훈련을 이어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것들
나의 영어 공부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내가 다양한 소통 근육을 균형 있게 키우는 효과적인 영어 훈련을 항상 꾸준히 해 온 것은 아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까지 나의 영어 학습은 조용히 눈으로 영어 원서를 읽고, 단어를 찾아 정리하는 정도의 노력에 그쳤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상황이라 영어로 말할 기회는 많았으므로 -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이 때론 사람을 게으르게 만드는 면이 있기도 하다 - 따로 말하기 근육을 키워야 할 필요성을 굳이 느끼지 못했던 것도 있다.
하지만 최근, 나는 나의 정체된 영어를 돌아보며 게으름을 깨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고,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줄어들어 버린 실전 대화의 기회를 온라인을 통해 형성해 내기 위해, 나의 영어 근육을 계속 건강하게 키워나가기 위해, 영어 유창성 훈련에 의도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영어 낭독 모임을 가져오면서, 나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영어 원서를 읽고 해설해 주는 책임을 맡아, 한 단어 한 단어를 최대한 정확하게 발음하기 위해 단어를 꼼꼼히 찾아서 발음을 확인하고 연습하기를 계속해 왔다. 그리고 동시에 미국 드라마와 테드 강연을 매일 일정 시간 시청하고, 대본과 스크립트를 공부하고 스스로 낭독해 보면서, 원어민의 발음과 억양을 익혀 듣기 능력을 키우고, 내 영어 발성을 더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반년 정도가 지난 지금, 확실히 내 영어 발성과 더불어 영어를 읽고 말하는 속도까지 훨씬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내가 원래 그 정도 정확한 발음을 하고 저절로 미국에 살며 영어 말하기 속도와 발성을 습득하게 된 것이라 짐작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단언컨대, 노력과 훈련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나는 사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직장생활, 교사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실전 대화 근육을 키워 본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영어 실력은 어느 선에서 멈춰 있는 느낌이었고, 너무 도전이 되는 상황을 피하여 잘 골라 다녀야 하는 장애와 한계가 늘 따라다녔다. 나이를 먹으면서는 사람들과의 모임 자체가 귀찮아지고 피곤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람이 사람을 피하려고 하는 코로나 팬데믹 시국에 점점 근육이 줄어들고 있는 느낌까지 들기 시작한다. 나는 이 정체된 느낌을 돌파하고 싶다. 나의 장애와 한계들을 뛰어넘어 눈앞에 있는 영어 바다에 다시 한번 마음껏 나가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무모한 도전이 아닌, 즐겁고 꾸준한 도전으로 만들기 위해, 우선 영어 근육을 한 번 제대로 우람하게 키워보자고 마음먹고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미국에서 쉽게 주어진 실전 대화 기회조차 꺼리게 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가장 큰 방해물은 닫히고 굳어진 내 마음이다. 오랜 미국 생활 동안 조금씩 보슬비처럼 천천히 스며든 인종차별적인 시선과 편견과 선입견, 대상화 일반화에 상처를 받아온 것이 쌓여, 업무적인 일 이외의 이유로 미국 사람들에게 다가가 마음을 열기가 힘들어졌다. 또한, 직업, 학력, 나이, 결혼 여부, 가족 구성, 거주 지역,... 따위의 호구조사를 하는데 엄청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새로운 만남들 또한 의미 없는 감정 소모로 느껴진다. 오랜 시간 서로를 연마해온 가족과 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편하다고 느낀다. 사람들과 생각의 교류, 지적 교류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개인 정보가 중요하지 않은 익명의 공간에서 특정 주제에 관해 본론을 문자로 교류하는 쪽이 감정의 낭비 없이 훨씬 더 수월하게 느껴진다. 나는 마음을 다치기가 싫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서적인 안정감 속에서 영어 말하기를 정기적으로 연습할 안전한 익명의 상대를 구하는 노력을 하였고, 인터넷을 통해 같은 필요를 가진 이민자 기혼 여성들을 만났다. 매일 밤 한 시간 동안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고, 최대한 열심히 참석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안전한 환경에서 어느 정도 근육을 키운 후에, 마음을 더 단단히 다진 후에, 나는 원어민들과 교류하는 실전 대화 모임에도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가능한 나의 성향에 맞게,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북클럽 정도의 모임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지금 현재 나에게 가장 좋은 훈련을 만들어 가기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내가 가장 마음 편히 즐겁게 할 수 있는, 너무 만만하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은 적당히 짜릿한 도전을 주는 훈련 환경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의 필요와, 성향, 현재 수준을 잘 고려하여, 내게 필요한 훈련을 효과적으로 줄 수 있는 훈련 코스를 잘 짜고, 내 수준에 잘 맞고, 즐거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훈련 파트너를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리하여, 매일 즐겁게 필요한 영어 근육을 키워갈 수 있다면, 영어는 어느새 내 삶의 경계를 넓혀 가는데 없어선 안될, 많은 순간 인생을 헤쳐나가는 데 큰 힘이 되는, 내 팔다리처럼 요긴한 도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대문 사진 출처: Pixabay (by Radoan_tanv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