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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재미 찾은 영어 친구

내 삶에 영어라는 도구

by 하트온 Jul 24. 2021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영어를 공부하는 목적이 다양한 만큼, 자신이 세운 목표에 다가가는 방법들도 천차만별 다르다. 누군가는 영어 원서를 파고들고, 누군가는 원어민과의 만남과 소통을 추구하며, 미드나 영어 강연을 돌려보며 따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경험이 많은 교사의 수업이나 잘 정리된 교재를 활용하고, 혹은 같은 목표를 가진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달라도, 꾸준히 실력을 키우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 공통점은 바로 즐겁게 공부할 길을 찾아낸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타고난 심리적 욕구와 성향을 만족시킬 활동에 영어를 접합시킬 방법을 찾은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외향성이 강한 사람들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에 영어를 접합시키며, 강한 내향성의 사람들은 독서와 사색, 글쓰기 같은 개인 내면 탐구 활동에 영어를 접합시킨다. 사람들과 함께 모이는 그룹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모임에, 드라마 극적인 스토리에 즐겁게 빠져드는 사람은 드라마 영화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게임에 영어를 접합시킨다. 


이 모든 종류의 즐거운 학습에, 주인공은 영어가 아니라 재미다. 영어는 재미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한국어와 함께 영어라는 도구도 잘 길들여 내 것으로 만들어 낸다면, 그것은 내 세계를 확장시키고 더 풍부한 즐거움으로 나를 인도하는 문을 따는 열쇠가 되어주기도 하고, 내 앞에 놓인 장애물을 시원하게 돌파해주는 다이너마이트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영어라는 도구를 잘 활용할 줄 알게 될수록, 영어는 점점 내가 원하는 대로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는 마법을 부린다.



영어라는 도구를 만들고 활용하기까지


영어라는 도구는 만들기 쉽지 않다. 영어라는 도구를 내 것으로 만들어 내겠다고 마음먹는 일은, 마치 매일 운동을 통해 근력을 키우고 꾸준히 체중을 관리하겠다고 마음먹는 일과 같다. 어느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리며, 내가 차이를 크게 느낄 만큼의 실력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수준의 맹목적이고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


영어라는 도구를 어느 정도 완성했다고 안심할 일도 아니다. 새로 생긴 근육처럼, 매일 꾸준히 쓰면 발달하고 더 키워질 수 있지만, 쓰지 않고 방치하면 조금씩 약해지다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동안 쏟아부은 노력이 무색해질 정도로! 영어라는 도구를 만들고 계속 쓸 생각이 아니라면, 영어 공부는 시간낭비 에너지 낭비에 그치는 일이 되어 버릴 수 있다. 그렇다고 도구가 아까워서 즐겁지도 않은 일을 계속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결론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 영어가 도구로 계속 쓰일 수 있는, 영어를 도구로 쓰는 일이 내 삶을 더 즐겁고 풍요롭게 만들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내게 영어라는 도구, 영어라는 친구


나는 그 방법으로 원서 읽기를 선택했다. 책 읽기는 나의 많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무엇이다. 언제 어디든 나와 함께 있어 줄 수 있는 친구에 대한 욕구, 나의 내면을 샅샅이 살피고 탐구하고 싶은 욕구,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삶을 간접 체험하고 싶은 욕구, 타인과 내면과 내면의 대화를 하고 싶은 욕구, 글로 소통하고 싶은 욕구,... 수많은 나의 타고난 욕구들을 충족시키는 일에 영어라는 도구를 동참시켰다. 


물론 그 도구가 굳이 영어일 필요는 없었다. 미국에 살다 보니 영어가 내 손이 닿는 범위에 항상 있었고, 영어가 자신을 써달라고 호소하는 글썽이는 눈망울을 뿌리칠 수 없었을 뿐이다. 어떻게 만나게 되었건, 어느새 내 삶에 이미 들어와 있는 영어와 함께 산전수전 겪으며 살아가다 보니, 영어와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나의 영어는 나처럼 낯가림이 심해, 사람들에게 자꾸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고 싶을 만큼, 내 혀에 꼭 붙어 다녀 주지는 않는다. 나의 조용한 영어는 내 내면에 둥지를 틀고 또 하나의 자아를 이루고, 나의 다른 자아들과 소통하는 일에 더 큰 의미와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이 재미있는 내 안의 영어 친구를 발견하기 위해서, 내가 해야 했던 일은 내 삶에 재미없는 것들을 미련 없이 다 청소해 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수줍은 친구를 자꾸 혀 위에만 붙어있으라고 강요하고 내몰지 않는 일이었다. 내가 그것을 강요한 것은, 지금까지 쏟아부은 노력만큼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고 싶은 욕심과, 지향해야 할 영어에 대한 나의 잘못된 관념이 만든 허상 때문이었다. 나는 내 안의 모든 헛되고 어리석은 기대와 바람을 씻어 내고, 내 영어가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리를 새롭게 정비하여, 제대로 나의 영어를 초대했다. 내면으로 들어와 함께 감정을 대화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영어 친구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였다. 그것이 나다운 재미를 찾은 영어임을 인정했다. 마침내 되찾은 신뢰, 서로를 존중하는 안정된 관계를 맺은 우리. 앞으로 우리 함께 의지하며 걸어갈 길, 뜻 모아 이루어 낼 일들이 기대된다.   



대문 사진 출처: Pixabay (by Mysticsart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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