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작가 Oct 15. 2022

38주 4일 너를 만난 날

태교일기 [38w4d] 딱풀이에게 보내는 23번째 편지 (D-day)

2022년 6월 10일 오후 1시 23분 3.17kg의 네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어. 어둡고 아늑한 엄마의 자궁을 벗어나 밝은 불빛과 차가운 공기를 직면한 너는 큰 소리로 우렁차게 울었겠지. 수술실이 떠나가라 우는 네 모습에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은 안심하셨겠지. 너의 첫울음, 너의 첫 표정, 너의 첫 몸짓 등 너의 처음이 기억 속에 없다는 것은 제왕절개 수술을 선택한 내가 치러야 할 값일 테고. 지나고 보니 자연분만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기도 해.


갓 태어난 아이가 맞나 싶게 풍성한 머리카락과 분명한 이목구비를 가진 너를 처음 보는 순간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고 해. 슬프게도 이 역시 엄마 스스로가 아니라 아빠가 엄마에게 말해준 덕분에 기억하는 너를 처음 만나던 순간이야. 마취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네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린 것'모성' 때문이었을까? 네가 태어난 지 이틀째 되던 날 신생아실 커튼이 열리고 작은 아기침대에 누워있는 너와 만난 게 엄마가 기억하는 우리의 첫 만남이야. 네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볼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느껴졌어. 그리고 자꾸 웃음이 났어. 너를 볼 때마다 나는 자꾸 울면서 웃게 돼.


엄마는 노산이라 회복도 느리고 힘들겠지만 네 얼굴을 보면 그런 걱정들은 모두 사라지고 마냥 기분이 좋았어. 어떻게 이렇게 작고 반짝이는 네가 내 뱃속에 있었을까 싶어서 신기하기도 했고. 너를 만나기까지 많이 힘들었고, 어렵게 돌아왔고, 그래서 좀 늦었지만, 내게 이런 기적 같은 행복이 오다니 꿈만 같아. 길게 돌아 돌아 마주한 행복이라 더 귀하고 소중하고.


네 덕분에 엄마와 아빠는 그렇게 바라던 아이가 있는 삶에 조심스레 첫 발을 들여놓게 되었어. 또, 사회와 환경에 대한 관심도 커졌어. 네가 살아갈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더 건강하고 평화롭고 안전하길 바라게 돼. 앞으로 네가 우리에게 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게 될까? 네 덕분에 우리는 얼마나 성장하게 될까? 우리에게 기적처럼 찾아와 줘서 기적을 선물해줘서 고맙고 또 고마워. 딱풀아 사랑해.

이전 22화 출산 전 마지막 먹부림 그리고 마지막 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