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능들의 경사면 위로
비눗방울 날아오른다
이곳, 반딧불이 곡예터 였었나?
둥근 지붕들이 생겨나고
산수유가 병풍屛風으로 가려주자
배내옷 수의로 갈아입는 노인의 뒷켠
분홍의 아기가 또 태어난다
두려움이던 반원의 표면
키 낮은 지붕에
나 굴뚝으로 서있고 싶었지
흰 엽전 연기 펑펑 솟구칠 때
오랜 정벌의 말발굽소리도 지우고 싶었지
익어 말랑해진 산수유 붙들고 있던
진홍꼭지 노을 속을
곡마단은 지친 봇짐을 매고 떠나는 거였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할지
부장품 뒤적거리던 나
슬몃 든 쪽잠에서 깨어나
솟구친 묏등 정수리를
더듬는 거였지
2
나비들에게 팔베개 내어주는
건기의 들판 꽃들은
물집의 한때를 추억한다
천마天馬 타고 올
목선 긴 사내 기다리다
그 물집 생겨난 거지
능이 전하는 귓속말을 엿듣던 나는
근 심 내 려 놓 고 행 복 하 시 라 는
암호 같은, 점자 같은
가렵다가 쓰라릴 사랑에 매혹된다
별에게나 읽어주던
물 가둔 점자책이
되려 더듬더듬 지문을 읽듯
그대에게 상상의 실밥을 들이미는 거였다
문이 문을 가둔 감옥이 열리고
피운꽃도 미련없이 버리자
결가부좌 면벽중인
홀씨로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