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잠을 잘 동안 내내
내 양 어깨를 내려다보며
밤새 어둠 한복판에 앉은 외등 같은 그녀가
단감 한 접시 저 혼자 썰어
저 혼자 야금야금 베어 먹었나보다
새벽달이 달짝지근하다
2
짐승 발톱 같은 바람이
몸을 훑으면 드러나는 화석
살비듬 수북하게 긁어모아
그 위에 누워버리는 화석
달은 늘 그랬다
잠 깬 내가 한껏 허공을 흔들어보아도
그는 미동이 없다
3
족쇄에서 발목을 뺄 준비에
조금씩 야위어가는 달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할 때 손잡아주는 것 또한
나와 멀리 떨어진 행성이다
어느 날은 작아졌다가 어느 날은 흐려진다는 건
사라지는 것에 당황하지 말라는 암시
부피를 줄이거나 색이 엷어질 때
서로로부터 조금씩 풀려났다
흐리게 또는 작게, 혹은 접었다가 폈다가
다시 오므릴 수 있다는 것은
이별을 두고 오래 골똘해 본 사람이라야
할 수 있는 경지
한없이 깊어진 정신의 강물 속으로도
감빛 출렁이는 아랫배로
돌아오지 않을 배를 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