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칼 허연 노파가
생선을 도마에 얹고
드문드문 내리는 싸락눈발을
등 무거운 칼로 자르고 있다
며느리 눈
콩깍지 씌여 집 나간 뒤
오그라든 등지느러미 내려치는 칼날에
검붉게 드러나는 내장들
그 곁에
칭얼대며 쪼그려 앉은 아이는
그래도 두 볼 시리다 하지 않았다
방심을 뚫고 나온 생선 피가
아파트 담벼락에 튀어
노파의 언 손 내려다 본다
모두 줄지어 붉은 담벼락 아래서
그 어떤 칼도 자르지 못하는
눈이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