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 / 권분자

by 권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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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


권분자



아이들 목소리 들리지 않는

남루한 옛집 골목 입구

머슴댁 장남은 가슴 두근댄다

집안에 들여 이으려는 代

시베리아産 자작나무가

살결 너무 희였기 때문

눈 덮힌 벌판에서 빛나던 피부가

몸 겨우 비틀고 앉을 때

아장아장 감겨오는 햇살에

마을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자작나무 예쁘다 귀엽다 하겠지

진종일 환할 날을 위해

시베리아 자작나무는 뿌리 내리겠지

골목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는

물구나무 선 나무의 그림자

좁은 문지방 넘을 때

이마 부딪칠까 염려되어

문설주 어깨 간격 벌렸다는

저 집 장남의 너스레가

무너지는 처마를 들어 올린다

'어무이~밥 더 주소'

'일하느라고 힘들었제?'

모자의 귓속말에 솟는 힘

엇박자 전등알 흐려져도

곧 환할 代의 방 안

담벼락에게도 그늘 나누어 줄 며느리

시베리아 자작나무면 어때

함께 덮을 이불자락 누비는 어머니

흙구덩이는 흥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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