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목소리 들리지 않는
남루한 옛집 골목 입구
머슴댁 장남은 가슴 두근댄다
집안에 들여 이으려는 代
시베리아産 자작나무가
살결 너무 희였기 때문
눈 덮힌 벌판에서 빛나던 피부가
몸 겨우 비틀고 앉을 때
아장아장 감겨오는 햇살에
마을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자작나무 예쁘다 귀엽다 하겠지
진종일 환할 날을 위해
시베리아 자작나무는 뿌리 내리겠지
골목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는
물구나무 선 나무의 그림자
좁은 문지방 넘을 때
이마 부딪칠까 염려되어
문설주 어깨 간격 벌렸다는
저 집 장남의 너스레가
무너지는 처마를 들어 올린다
'어무이~밥 더 주소'
'일하느라고 힘들었제?'
모자의 귓속말에 솟는 힘
엇박자 전등알 흐려져도
곧 환할 代의 방 안
담벼락에게도 그늘 나누어 줄 며느리
시베리아 자작나무면 어때
함께 덮을 이불자락 누비는 어머니
흙구덩이는 흥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