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접속자 / 권분자

by 권작가
겨울 접속자.jpg


겨울, 접속자


권분자



프린트하다 멈춘 늦가을 문장이

전원 스위치를 누르자 기어 나왔다


A4용지를 겨울이 밀어낼 때

비단무늬 엉덩이 파리 한 마리

한심한 문장 앵앵 거리며 읽는다


약에 취한 쥐 인양 마우스 빙빙 돌리자

날아가 창에 매달렸던 파리의 발은

겨울 무논 팽이처럼 하체가 미끄럽다


등줄기에는 짓눈개비가 오락가락

남은 생의 봄날 내 파노라마는

언제쯤 스란치마로 펼쳐질까


얏! 다각렌즈 낀 파리는 몸 빙글빙글

살아 있는 것들의 밑바닥에 밀려든

울적함들이 가만히 보내온 메시지는

창에 늘인 주렴을 들어 올리시라는 거였다


섬칫! 놀라는 창밖 목련 그대를

마음으로 후려쳤는가 싶었는데

압착 된 네 개의 다리가 눈꽃 속 언 무지개 되어

나를 다른 미끄럼틀에 올리는 거였다

등 떠미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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