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트하다 멈춘 늦가을 문장이
전원 스위치를 누르자 기어 나왔다
A4용지를 겨울이 밀어낼 때
비단무늬 엉덩이 파리 한 마리
한심한 문장 앵앵 거리며 읽는다
약에 취한 쥐 인양 마우스 빙빙 돌리자
날아가 창에 매달렸던 파리의 발은
겨울 무논 팽이처럼 하체가 미끄럽다
등줄기에는 짓눈개비가 오락가락
남은 생의 봄날 내 파노라마는
언제쯤 스란치마로 펼쳐질까
얏! 다각렌즈 낀 파리는 몸 빙글빙글
살아 있는 것들의 밑바닥에 밀려든
울적함들이 가만히 보내온 메시지는
창에 늘인 주렴을 들어 올리시라는 거였다
섬칫! 놀라는 창밖 목련 그대를
마음으로 후려쳤는가 싶었는데
압착 된 네 개의 다리가 눈꽃 속 언 무지개 되어
나를 다른 미끄럼틀에 올리는 거였다
등 떠미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