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작가 Nov 28. 2024

괴담을 즐기다보니

산문

   


 괴담을 즐기다 


  권분자


    

  어느새 예순의 나이다살면서 부족했던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평소에 괴담을 즐겨듣던 나는 여행지에서 홀로 묵어야하는 숙박이 문제였다내가 두렵거나 무서워하는 건 무엇일까여행일까 사람일까 보이지 않는 존재들일까언제부턴가 사람보다는 언 듯 눈에 뛸 뿐확인 되지 않는 형체의 실루엣이 더 무서웠다

  사람이 무섭지 귀신이 뭐가 무서워?”

  이웃여자는 깔깔거리며 자기와 뒤바뀐 나의 두려움을 하찮아했다.   

  밤이면 종종 아파트 주변을 걸으며 지인들과 통화를 했다낮 동안 바빠서 받지 못한 전화에 일일이 답을 하는것이다. '뭐지?' 며칠 전부터 육각 정자에서 피리를 부는 남자가 보인다. 정자는 아파트 조경으로 만든 인공시냇가 옆이다분수대의 물이 흘러가는 작은 시냇가그 물길을 따라 수양버들과 수초들이 빼곡하다그래서 육각정자는 마치 시골마을의 우물을 연상하게 한다그나마 버스 정류장이 붙어있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다가로등 몇 개로 이어진 둘레 길은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그런 정자에 중년 남성이 피리를 불고 있다아마도 악기 연습 차 나왔을 테지만 고전 영화에서나 봄직한 풍경임에는 틀림없었다나는 남자를 지나 쭉 이어진 놀이터 주변을 지나는데? 흰 옷을 아래위로 입은 여자 아이가 홀로 그네를 타고 있었다. 밤 10시가 넘었는데 아이 혼자저녁이면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아 방범 CCTV만 돌아가는 음침한 이곳에… 아름드리나무만 우거져 보이는 놀이터에… 여자아이 혼자 왜 그네를 타고 있지그것도 흰옷을 입고,      

 나는 통화 중에 있는 친구에게 현재의 풍경을 이야기했다친구는 사진을 찍어 보내보라고 한다나는 남자의 곁을 지나면서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이 왠지 사생활을 침범하는 것 같아 먼 거리에서 은근슬쩍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는 장소를 옮겨 그네를 타고 있는 여자아이를 먼 거리에서 사진으로 찍었다그리고는 친구에게 전송했다동영상과 사진을 본 친구는 흐릿하게 나온 남자의 실루엣과 희미하게 깔린 피리소리, 또 흰 옷 입은 여자아이가 높게 그네를 타고 있는 형상 모두가 잘 느껴진다고자지러지듯 웃으며 이 무슨 시추에이션이냐고 호들갑을 떨었다.     

  무섭지?”

  너희 동네 괴상하네왜 네가 괴담을 즐기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네.”    

 나는 시간이나 아파트주변을 배회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열중일 뿐주변의 눈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나와 그들은 서로에게 이해하지 못할 흐릿한 실루엣과 그네 타는 소리피리소리, 전화통화 소리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