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배움을 가능케 하는 세 가지
앞선 글에서, 내가 스윙댄스에서 슬로우조깅으로 넘어오게 된 배경을 간단히 설명한 적 있다.
얼핏 보면 그 둘은 완전히 다르다.
스윙댄스는 대체로 격렬하고 빠르며 (느려 보이는 동작도 추는 사람은 제법 빨리 움직이게 된다), 상대와 끊임없이 페이스를 맞춰나가고 교류하는 파트너 댄스다.
반면, 슬로우조깅은 무리가 없고 상대적으로 느리며, 크루에 들어가 함께 뛰지 않는 이상 대체로 혼자 몸을 쓰고 내 페이스에 집중하는 운동이다. 심지어 함께 달려도 워낙 보폭이 크지 않아서 걷기만 해도 충분히 함께 따라갈 수 있다. 내 호흡, 내 속도, 내 상태가 제일 중요하다.
그럼에도 스윙댄스와 슬로우조깅은 완전히 다른 듯하면서도, 사실, 하다 보면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런 공통점 덕에 내 관심이 스윙댄스에서 슬로우조깅으로 스르륵 넘어걸 수 있던 건지도 모르겠다.
스윙댄스와 슬로우조깅에는 3C가 있다. 이 세 가지 C가 내게 만족감과 즐거움을 준다.
1) 중심 (Core)
코어 근육이라는 말은 흔히 쓴다. 핵심, 또는 중심을 뜻하는 이 말이다.
스윙댄스가 파트너 댄스라는 이유로 얼핏 상대에 대한 의존도가 큰 것 같지만 (특히 팔뤄, 즉 아직은 대체로 여성들이 추는 파트가 더욱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사실 댄서 하나하나가 중심이 서 있어야 한다. 결국 혼자서도 본인의 몸을 감당할 수 있어야 좋은 댄스를 할 수 있다. 그래서 함께 잘 춤을 추기 위해서는 개인 연습과 단련이 필요하다.
당연하지만, 슬로우조깅에서도 본인의 올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지만 조금씩 하면서 폼도, 근육도 좋아진다. 내 중심이 단단해진다.
2) 연결 (Connection)
내가 혼자 설 수 있는 게 중요한 만큼, 타인과의 연결도 중요하다.
스윙댄스는 파트너 댄스라 손을 잡고 춘다. 직접적인 커넥션, 즉 연결이 생긴다. 음악에 맞춰, 서로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춤을 완성한다.
슬로우조깅은 각자 달린다고 생각해서 연결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처음에는. 하지만 교육과정을 통해 슬로우조깅을 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달려보며 닿지 않아도 생기는 연결감, 유대감이 생겼다. 하나 둘 셋, 1초에 3보 정도 하는 페이스로 함께 발맞춰 통통 달리는 사이, 리듬으로 이어지는 연결감이 느껴졌다.
함께 뛰지는 않더라도, 교육 때 함께 했던 분들과는 여전히 메신저로 서로의 슬로우조깅 기록을 공유하고 있다. 직접 뵌 분들이라 그런가, 연결된 그 느낌이 지금까지도 가고 있다.
3) 공동체 감각 (Community)
마지막으로, 더 커다란 커뮤니티, 네트워크 속에 들어가며 소소한 내 움직임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스윙댄스 커뮤니티는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사람이 많았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마다,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그 속에서 함께 있는 나를 느끼며 소속감을 느꼈다.
슬로우조깅도 그렇다. 직접 소통하진 않아도 각자지만 함께 어디선가 천천히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동질감을 느꼈다. 전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슬로우조깅 유튜브 영상, TV 방송, 심지어 블로그 글도 전부 나와 관련 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공원에서 조깅을 할 때, 함께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동질감을 느낀다.
이렇게, 나도 달리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 속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들며 내 정체성, 즉 내 코어가 다시금 강화되는 것만 같다.
이렇게, 내게는 배움의 과정에서 3C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천천히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오랫동안 버티고 즐겁게 해 나갈 수 있는 힘. 나의 중심을 세우고, 타인과 연결되고, 공동체 감각을 느끼며 그 힘으로 오늘도 슬로우조깅을 하기 위해 운동화를 신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