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소확성!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장
요즘, 성장에 관한 글과 영상이 많이 보인다.
그만큼 모두가 성장에 대한 바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꾸준히 조금씩 성장하는 것, 멈추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원하고 추구한다. 어쩌면 변화라는 것 자체를 저지할 수 없으니까, 현상 유지나 가능하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다만, 내가 몸을 담고 있는 대부분의 영역은 눈에 보이거나 직접 몸으로 체감하는 성장을 경험하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공부가 됐든, 일이 됐든, 관계가 됐든, 심지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든, "내가 성장하고 있나?"하고 의심은 해도 성장에 대한 확신을 하기 어렵다.
적어도, 눈에 띄는 결과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늘 아침, 그런 류의 허탈감과 무력감이 나를 덮쳤다. 나는 성장하고 있나? 배우고 있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맞을까?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나는 성장, 배움, 발전이 불가능한 인간인가? 이럴 거면 노력할 필요가 있나?
답답한 마음이 들어 한동안 멍을 때렸다. 잘하려고, 성장하려고, 몸도 마음도 무척이나 애쓰고 있는 것 같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서 절규라도 하고 싶었다. 아니, 이미 마음속으로 절규하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성장이나 발전처럼 긍정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영역이 단 하나라도 있나?
책상 앞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하며, 열심히 생각했다. 단 한 가지, 아주 작더라도, 내가 성장을 느끼고 있는 게 있을까.
그리고 겨우 떠올렸다.
요즘 들어 매일, 1분이라도 하고 있는 슬로우조깅.
매일 하고 있으니 루틴인 것 마냥 당연해졌지만, 슬로우조깅이야말로 내가 최근 꾸준히 하면서 가장 큰 성장을 맛보고 있는 활동이었다.
내 인생의 다른 모든 영역과 달리, 슬로우조깅은 몸소 느껴지는 변화를 내게 선물했다. 달릴 때마다,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는 나를 느낄 수 있다.
이거다.
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아니,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장.
그 사실을 떠올리고 나서야, 겨우 편안한 숨이 쉬어졌다.
나를 짓누르던 허탈감의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떨 때는,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 하나가 숨을 트어준다.
다시 말하지만, 슬로우조깅 후 내가 체감하는 건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미미한 변화다. 슬로우조깅을 통해서 큰 체중감량을 경험한 것도 아니고 (예: "슬로우조깅으로 -10kg!"), 러너가 되어 마라톤에 나간 경험도 없다 (예: "슬로우조깅으로 10km 마라톤 완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 하나는 슬로우조깅이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증명했고, 내가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도와줬다는 것. 그리고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큰 성공"은 아닐지언정, 직접 느껴지고 내 눈에 보이는 작은 성장들은 분명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부분에서 성장을 체감한 것인지는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성장을 원하고, 믿고 싶다. 그러나 그만큼 절망하기도 쉽다. 슬로우조깅은 잔잔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믿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슬로우조깅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성장을 느끼고 믿도록 도와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