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장. 다시떠밀린 현실을 마주하다

- 또다른 시작

by 콩가루두스푼

다시 떠밀린 현실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일도 잘 풀렸고, 가정도 안정됐고,
아들도 태어나고 잘커가고 있었고 어느덧 두 발로 뛰어다녔다.
야간 대학원도 졸업하며 내 인생의 밑그림이 완성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은 늘 예고 없이 방향을 틀었다.

회사에 변화가 생겼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매출은 줄고, 구조조정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회사를 나갔고, 누군가는 스스로 사표를 냈다.
그리고 나도 그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더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이대로 회사에 남는 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표를 내고 나오는 길,
몇 년을 함께한 책상 위
자판의 미열이 아직 손끝에 남아 있었다.

텅 빈 마음.
텅 빈 주차장.
텅 빈 어깨.

집에 돌아와 아이의 얼굴을 보자,
나는 그저 조용히 다짐했다.
“이 아이에게는
‘아빠가 그만뒀다’는 말을
실패처럼 들리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지방공기업 경력 공채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지방공사는 급여는 그리 높지 않지만, 평생 철밥통으로 안정적인 직장으로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자리였다.

경쟁률도 높았고 치열했다. 문턱도 자연스럽게 높아져 있었다.


나는 모든 스펙을 정리했다.
정비기사 시절부터, 영업팀, 기획실, 일본 유학,
석사학위 취득까지.

한 줄, 한 줄, 내 인생을 증명서처럼 적었다.

서류에서 수십 대 일의 경쟁률,
면접에서는 실무 사례를 묻는 압박,
그 모든 순간에도
나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이미 충분히 증명된 사람이라는 걸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합격.

단 1명을 뽑는 자리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나는 합격하게 되었다.


믿기지 않았다. 아내도 정말 반가워하고 함께 축하해 주었고 나는

나는 경영전략팀에 배치되었다.
공기업이었지만, 일은 민간보다 훨씬 치열했다.
보고 체계는 복잡했고, 예산은 깐깐했고, 성과는 숫자로 명확히 요구됐다.

하지만 그 모든 게 내겐 낯설지 않았다.

나는 현장을 알았고,
영업을 겪었고, 기획의 논리를 이해했으며,
사람을 다루는 리더십도 체득했기 때문이었다.

그 해, 나는 지방공사에서 우수 전략 성과자 표창을 받았고,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표창장을 수상했다.

내 이름이 불리고, 사람들의 박수가 울릴 때,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그래. 또 한 번 올라왔다. 이번엔 무너지지 않게 더 단단해지자.’

그리고 곧 둘째 아들도 태어나는 경사가 생겼다.

그렇게 나는 이제 절대로 무너지면 안되는 사람이 되었다. 지켜야할 가족이 바로 내 아내와

어린 아들녀석 둘이 생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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