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이 많은 5월이 되자 학교에서도 ‘도서 축제’라는 이름으로 행사가 마련되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을 다섯 개의 모둠으로 나누어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아이와 재이는 1 모둠이었다. 앞선 아이 뒤로 재이는 발등만 보며 따라 걸었다. 도서관은 알록달록 색종이와 풍선으로 꾸며져 있었다. 엄마 봉사단이 나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늘은 ‘감정 몬스터’라는 책을 읽고 나의 감정을 담아 배지를 꾸며 만들어 볼 거예요.”
담임이 나가자 엄마 중 한 명이 앞에 나와 설명했다.
‘에이, 시시해’
같은 모둠인 진우가 옆에서 투덜댔다. 아이들은 한 테이블에 4명씩 자리 잡았다. 곧이어 하얀 칠판 위로 동화책 장면이 비쳤다.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기쁠 때는 환한 노랑으로, 화날 때는 금세 빨강, 슬플 때는 어느새 하늘색 눈물을 뚝뚝 흘리는 괴물 이야기였다. 재이는 솔직한 감정 괴물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엄마들이 작고 동그란 종이를 나누어 주었다. 그 안에는 색칠되지 않은 몬스터 형태가 그려져 있었다. 종이를 받아서 들자마자 재이는 연필로 커다란 눈과 송곳니 두 개를 가진 큰 입을 그렸다. 숭숭 나 있는 털과 작은 뿔까지 그리니 제법 몬스터다워졌다. 가운데 놓인 색연필 통에서 노랑을 집어 들었다. 맞은편을 보니 아이는 계속 생각만 하고 있다.
‘흥’
지난번 자신이 싫다던 아이가 생각났다. 교실 한쪽에는 다 그린 그림을 들고 배지 만드는 곳에 선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재이도 다시 알록달록 색칠을 시작했다. 배경에 예쁜 무지개까지 만드니 어느새 멋진 그림이 완성됐다.
“어, 파란색 어디 갔지?”
그때 아이가 색연필 통을 뒤지며 말했다.
“내가 쓰고 있는데?”
재이 옆에 있던 진우가 퉁명스레 말했다.
“나 필요한데….”
“아직 다 안 썼어!”
진우는 이미 완성된 듯한 그림에 파랑을 덧칠하며 늑장을 부렸다. 재이는 그런 진우가 얄미웠다. 배지 만드는 줄로 가니 벌써 완성된 배지를 받아 들고 자랑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자, 여러분 이제 5분 안에 완성해서 가져오세요.”
배지 기계 쪽에 있는 엄마들이 말했다. 줄에 서서 아이 쪽을 보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다.
‘에이’
재이는 잠시 얼굴을 찌푸리고는 진우 쪽으로 갔다.
“야! 그만 쓰고 넘겨줘!”
진우의 색연필을 홱 낚아챘다.
“이게!”
진우도 화가 나 벌떡 일어서며 재이를 밀쳤다.
‘꽈당’
재이가 넘어지며 가까이 있던 작은 책장도 넘어졌다.
‘어머나!’
엄마들이 놀라 재이에게 뛰어왔다.
‘괜찮니?’
“네….”
재이가 일어서며 말했다. 진우도 놀랐는지 굳은 표정이었다.
“어머, 피난다. 얼른 양호실 다녀와.”
팔이 긁혀 핏기가 보였다. 재이는 엄마 중 한 명과 함께 도서관을 나섰다. 손에는 아직 배지로 만들지 못한 종이가 들려 있었다.
이어서
(원고지 12.6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