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족과 함께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라고 덕담들을 하지만 과연 2024년 우리의 명절풍경은 어떠할까? 연극은 이혼한 한 중년 가장의 추석 거실 풍경을 무대에 펼쳐보인다. 다세대 주택의 건물주이면서 당뇨를 앓고 있어 몸이 불편한 가장, 국뽕 채널을 운영하는 철없는 미혼의 삼촌, 추석을 맞아 집에 들른 구직 중인 아들과 대학생 딸이 등장한다. (이 다세대 주택에는 중국인과 돌이 안된 아기가 있는 아랍인 등이 살고 있다.) 명절을 맞아 화목하게, 혹은 요란하게 블루마블 게임을 하는 장면이 길게 이어지지만 사실 이들의 관심은 재개발을 앞두고 팔아버리고싶은 '건물'에 있다. 결국 결정적인 장면에서 이미 많은 돈이 돌아가신 할머니의 치료비. 간병비, 삼촌이 날린 사업자금, 자녀들의 학비 등으로 지출되어 건물을 팔더라도 빚을 갚으면 깡통 신세임이 드러나고 가족들은 어색하게 다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리고 가장에게 인간적인 온기로 남는 관계는 무대에는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지하에 사는 아랍인과, 길고양이의 울음소리 뿐이다. 특별할 건 없지만 현실을 바라보고 그리는 작가의 단단한 시선이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었다.10/13일까지 여행자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