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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랍 Aug 13. 2022

마음의 무게

가장 빨리 증발하는 것은 어쩌면 마음이 아닐까

‘이게 아닌데, 내 맘은 이게 아닌데’     


밴드 뜨거운 감자의 노래 ‘고백’의 후렴의 가사는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전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한 사람의 모습을 묘사한다. 수백, 수천의 멋진 말을 준비했지만, 결국 입에서 흘러나온 문장은 ‘사랑한다’는 흔한 단어들의 조합이 된다.     


뜨거운 감자의 노래는 고백 장면 속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노래 속 가사의 의미는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마음의 일을 관통하고 있다. 사람 사이의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은 어쩌면 마음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증발하기 쉬운 것은 무엇인지 아느냐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마음’이라고 답하고 싶다. 왜냐하면 마음은 이미 내게서 글과 말, 행동으로 상대에게 전달되는 순간부터 무게를 빠르고 많이 잃어가기 때문이다. 너무나 빠르게 증발하기에 우리는 사라진 마음의 무게를 상대에게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노력 또한 공중에 흩뿌려진 그 무언가를 채워주진 못한다.     


여기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시작점에선 끝없이 무거웠던 마음이 상대에게는 어떻게 닿을지 예상할 수 없다. 나에게서 나아간 마음이 어떻게 상대에게 도착했는지는 알 길이 없기에 내가 느낀 무게를 그대로 느껴주길 막연히 바랄 뿐이다. 하지만 마음은 너무나 쉽게 무게를 잃어버리기에 상대는 그 마음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     


이런 일은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도 빈번히 일어난다. 부모와 자식 사이 혹은 가장 가까운 연인 사이에서도 가지고 있는 마음의 무게를 전달하는 일 때문에 갈등을 빚는 것은 이제는 뻔한 클리셰에 가까운 이야기가 된다.     


마음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매번 애쓰면서 과연 공기 중에 흩뿌려진 마음은 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인가 궁금해지곤 한다. 만약 나에게서 출발하는 순간부터 증발한 마음이 아무 곳에도 남지 않는다면 사랑했던 사람들이 내게 전해주었던 마음의 무게는 무엇이었는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증발한 마음의 무게는 공기처럼 상대와 나 사이를 맴도는 것일 수 있다고 가정해봤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사람의 ‘밥 먹었어?’라는 말 한마디에도 그 속에 담긴 따뜻함과 나를 생각하는 마음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가정이 맞는다면 우리가 마주하는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마음의 문제도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몰래 하는 짝사랑이 상대에게 쉽게 들키는 것은 끝없이 증발한 마음이 짝사랑하는 이를 휘감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우리가 가까운 이의 마음의 변화를 쉽게 느끼는 것은 상대 주변의 마음의 기류가 바뀌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공기를 만나 비를 만들듯 나의 마음이 차갑게 거절당하면 눈물이 나는 것도 이런 원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상대와 나의 마음의 저울이 항상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것도 어쩌면 내가 건넨 마음의 무게 이외에도 그동안 증발한 수많은 마음이 함께 올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증발한 마음은 보이지 않기에 우리는 늘 서운하다. 내가 준 것만큼 상대도 내 마음을 느끼기를 바라고, 내가 준 것만큼 상대도 돌려주길 바라거나 혹은 내가 준 무게보다 더 무거운 마음이 돌아오길 소망한다. 그렇게 스스로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닐까 반성하기도 한다.  

   

마음의 무게에 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조금은 투정을 부리고 싶다. 증발한 마음이 아닌 실체가 있는 마음이 보고 싶다. 떠도는 공기 속 마음이 아닌 말과 글로 전해지는 무게를 저울 위에 올려 측정해 당신의 삶 속 나의 무게는 어느 정도일지 가늠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기를. 내 마음속 당신의 무게처럼 당신에게도 내가 가볍지 않기를 조심스럽게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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