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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gette J Oct 09. 2022

벌써 한달...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윤서야! 벌써 우리 헤어진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아빠는 아직도 꿈을 꾸는 것만 같네? 벌써 아직 득해져만 가는 한 달 전 그 순간을 떠올려 보면 지금 글 쓰고 있는 이곳에서 미소 지으며 잠들어 있는 윤서 모습 보면서 이번 입원은 생일전에 퇴원하게 해주세요 하며 기도했었어 우리 딸은 늘 기적을 노래하며 아빠를 힘나게 해줬으니까 역시 그럴 거라 생각했지 그리고 이번에는 자기 이름 정도는 스스로 썼으면 하는 아빠의 하찮은 욕심에 한글 공부도 엄마 잔소리를 이겨내며 큰 태블릿 PC도 입원 가방에 꾸역꾸역 넣었는데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네


입원하기 하루 전 구두쇠 아빠가 큰맘 먹고 딸 생일이라 색칠공부 앱에 잠겨있던 여러 가지 도구들을 결제해서 풀어줬는데 입원해서 우리 누가누가 예쁘게 색칠하는지 시합하려고 약속했잖아? 그렇게 심심하게 지내지 않기 위해 유독 더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는데 구치? 병원 침대 위에 있는 모습이 너무 익숙한 모습인지라 눕자마자 눈을 감자 과자를 먹으며 "음~ 맛있어"를 연신 외치며 행복해하는 너의 모습을 보며 아빠는 옷도 갈아입고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하는 찰나에 생각보다 빨리 오신 의사선생님이 우리 윤서 숨쉬기 편하라고 호흡기를 바꿔주시기 위해서 지금 달고 있는 산소 호흡기 줄을 잠시 빼는 순간 벌떡 튀어 오른 윤서의 모습을 보며 그 이후로 기억이 흐릿해지기 시작하네? 정말 꿈이어도 다시 떠올리기 힘든데 실제로 마주했던 기억이라니 정말 아빠는 너무 힘들어..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진 거 없이 조용하고 그대로인데 이게 무슨 일일까? 아빠만 몰랐지 우리 효녀 윤서는 시기를 알고 이러한 순간들도 기획한 것만 같다는 생각이 요즘 따라 자꾸 들어 그런데 나도 사람이라 너무너무 힘든데 꼭 그래야만 했을까? 나는 또 우리 딸한테 짓궂게 당해 버린 거 같네? 그래서 나중에 다시 만나면 윤서볼에 아빠 입을 아주 붙여놓을 거니까 각오하고 있어!?


일주일 만에 찾아간 윤서의 새로운 보금자리는 늘 예쁘고 편해 보이는데 그걸 볼 때마다 매주 아빠는 마음이 편하질 않아 선생님이 편지랑 색연필 주신 거 알고 있지? 아빠 엄마 꿈에는 아니어도 선생님한테는 뿅 하고 나타나서 감사하다고 인사 꼭 드려! 아빠는 코로나 때문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학교를 드디어 가보게 되었는데 그곳에 선생님이 윤서를 얼마나 사랑하고 소중하게 가르쳐 주셨는지 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알겠더라 그래서 우리 딸이 아파도 왜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함께하고 싶다고 하는지 의아했던 의문이 풀려버렸어.. 아빠는 학교 가는 게 너무 싫어서 늘 윤서 말에 공감을 100% 해줄 수 없었거든


그래서 학교 문을 나오는데 윤서가 되게 부러웠어 주변에 그렇게 좋은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있어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거 같아서 하지만 이제 하늘에서 새로 사귄 좋은 이모 삼촌 할아버지랑도 행복하게 지내면서 또 아빠한테 자랑해 줘야 된다? 알았지? 누누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렇게 지내고 있을 것만 같아서 아빠 마음이 괜스레 편해지는 거 같아 항상 자기 전에 잠자리에 누워 굳이 안 해도 되는 인사를 아빠 엄마에게 밝은 목소리로 외치고 편안하게 잠들었던 예의 바른 우리 딸 왜 아직 인사를 하러 오지를 않니? 그래서 아빠 엄마가 아무것도 정리를 못하고 가만히 있는 걸까? 윤서없는 이 세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힘들 것 같아 아빠는 무서워 그래도 아빠랑 엄마 밥도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으니까 윤서도 밥 잘 먹고 재미있게 잘 놀고 있어! 시간 되면 엄마 꿈에는 한번 나타나줘..


엄마가 사실 많이 힘들어하지만 내색하기 싫어서 멀쩡한척하면서 지내고 있어 하지만 아빠가 더 속상한 건 엄마보다 윤서를 떠나보낸 게 슬픈 거 같이 행동하면서 엄마 마음에 상처 주는 주변의 이모 삼촌들 때문에 더더 힘들어 그리고 중요한 건 엄마에게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그게 가장 큰 문제인 거 같아 하늘에서 우리 윤서가 다 보고 있으니까 엄마한테 인사하고 엄마 마음에 호~ 도 해주고 이제는 더 이상 상처 안 받게 우리 딸이 잘 지켜줘야 한다? 윤서가 엄마한테 군소리 없어 충분히 그렇게 할 자격 있어 너 진짜 거저 큰 거 아니야 엄마 뼈를 갈아서 하루하루 살았던 거 잘 알지?


쓰다 보니 아빠는 또 말이 많네.. 이번 한 주도 잘 지내고 또 만나자?

오늘은 꿈에서 꼭 만나자! ?잘 자 우리 딸! 오늘도 내일도 아빠가 많이 많이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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